더 인디고
얼마 전 전동휠체어 탄 친구와 문턱 없는 식당을 찾아 들어가 자리를 잡으려 했다. “그렇게 큰 휠체어 두 대가 들어오면 다른 손님들한테 방해되니까 그냥 나가주세요, 밥 안 팔아요.” 갑자기 주인장이 인상을 쓰며 언성을 높인다. “빈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왜 나가라고 해요, 누가 공자로 먹겠대요. 나도 언성 높이며 따졌다. 주인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밥 안 팔 거니까 빨리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밥 먹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황당하고 화가 나서 장애인 차별이라 고소한다고 큰소리치며 식당을 나왔지만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에 크게 들렸고 혈압이 올라 눈알이 충혈되고 머리가 띵했다. 밖으로 나와서도 한참 동안 진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근처 다른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나가라고 할까 봐 걱정이 앞섰다.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큰소리로 너스레를 떨었다. “여긴 넓고 좋은데요. 테이블 의자 좀 빼주시겠어요”. 식당 사장님은 군소리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의자를 빼줬다. 자리를 잡고 곧바로 주문했다. 닭갈비와 막국수 음료수까지 주문하고 나서 다시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식당도 넓고 친절해서 기분 좋은데요.” 칭찬을 마구 날렸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철판에서 닭갈비가 볶아지고 있었지만 좀 전에 식당에서 쫓겨난 상황이 자꾸 떠올라 얼굴에 붉은 기는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맛은 별로였다. 맛은 없어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맛있는 척하며 꾸역꾸역 먹었다. 휠체어 탄 내겐 문턱 없는 식당이면 맛있는 곳이다. 문턱 없고 맛있고 친절하면 금상첨화겠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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