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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Jan 10. 2022

내가 못생겨질 때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 주인공 소피는 마녀의 저주를 받고 팔십  꼬부랑 할머니로 변한다. 저주받은 소피는 어떤 장면에선 할머니의 모습은 찾을  없고 급격하게 젊어지거나, 갑자기 폭삭 늙기도 한다.

​​


자신의 외면을 떠나 하울을 사랑하는 마음을 어김없이 드러낼  소피는 젊어진다. 하울이 “소피! 소피는 예뻐!”라고 이야기하자, 소피는 “늙은이의 좋은 점은 잃어버릴 것이 별로 없다는 거지.” 얘기하며 바로 할머니로 변한다. 나에게도 소피 같은 모습이 있지 않나 싶었다.

​​


나는 거울을 보며 “나 점점 못생겨지는 것 같아..” 이야기한다. 옆에서 보던 텐텐씨는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




당신  만나고 엄청 예뻐졌어..”

(옛날 사진 보여줘?)


​​


“못생겼다고 하면 더 못생겨지는 거 알지?”



소피가 자신감이 없을 때 할머니가 되는 것처럼 나도 못난이가 되는 날이 있다.









내가 중학생 때 아침에 학교 가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우리 집 대문 앞에 모르는 남학생이 한 명 서있길래 눈을 마주치고 스치듯 길을 나섰다. 그날 밤 오빠가 가족에게 한 얘기는 “아 00이가 친구들한테 이상한 소문 퍼트렸어.” 하는 거다.





엥. 아침에 내가 마주쳤던 남학생이 오빠 친구였는데 학교에 가서 00여동생이 예쁘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단다. 그러면서 오빠는 그 새끼가 친구들한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퍼트렸다며 이제 내 동생 얼굴을 친구들한테 보일 수 없다고 했다. 크크 당시엔 우스갯소리로 가족끼리 얘기했던 것 같은데 엄마도 아빠도 “혜리가 미인은 아니지 ~” 하며 하하 웃으셨다. 나도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으로 내가 미인은 아니지 끄덕였는데 한편으론 서운한 마음도 있었나 보다.





아니면 내가 속이 좁은 건가?





어릴때 들었던 이야기들로 나는 내가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아니 꼭 예쁠 필요는 없지만 굳이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데 나는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의 칭찬이 어색할 때가 많다. 아니면 칭찬을 “입발린 소리”로 생각할 때도 많았다. 적어도 나에겐 “매력 있다”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상은 거짓말이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를 버리기 어려웠다.



​​​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오빠 거짓말이 아니라 내가 진짜 예쁘게 보였나 보다. 지금  남들에게 들었던 예쁘다는 말에 색안경을 벗고 싶다. 왜냐면 지금도 충분히 예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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