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생겨질 때

by 혜리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주인공 소피는 마녀의 저주를 받고 팔십 대 꼬부랑 할머니로 변한다. 저주받은 소피는 어떤 장면에선 할머니의 모습은 찾을 수 없고 급격하게 젊어지거나, 갑자기 폭삭 늙기도 한다.

​​


자신의 외면을 떠나 하울을 사랑하는 마음을 어김없이 드러낼 때 소피는 젊어진다. 하울이 “소피! 소피는 예뻐!”라고 이야기하자, 소피는 “늙은이의 좋은 점은 잃어버릴 것이 별로 없다는 거지.” 얘기하며 바로 할머니로 변한다. 나에게도 소피 같은 모습이 있지 않나 싶었다.

​​


나는 거울을 보며 “나 점점 못생겨지는 것 같아..” 이야기한다. 옆에서 보던 텐텐씨는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




“당신 나 만나고 엄청 예뻐졌어..”

(옛날 사진 보여줘?)


​​


“못생겼다고 하면 더 못생겨지는 거 알지?”



소피가 자신감이 없을 때 할머니가 되는 것처럼 나도 못난이가 되는 날이 있다.









내가 중학생 때 아침에 학교 가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우리 집 대문 앞에 모르는 남학생이 한 명 서있길래 눈을 마주치고 스치듯 길을 나섰다. 그날 밤 오빠가 가족에게 한 얘기는 “아 00이가 친구들한테 이상한 소문 퍼트렸어.” 하는 거다.





엥. 아침에 내가 마주쳤던 남학생이 오빠 친구였는데 학교에 가서 00여동생이 예쁘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단다. 그러면서 오빠는 그 새끼가 친구들한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퍼트렸다며 이제 내 동생 얼굴을 친구들한테 보일 수 없다고 했다. 크크 당시엔 우스갯소리로 가족끼리 얘기했던 것 같은데 엄마도 아빠도 “혜리가 미인은 아니지 ~” 하며 하하 웃으셨다. 나도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으로 내가 미인은 아니지 끄덕였는데 한편으론 서운한 마음도 있었나 보다.





아니면 내가 속이 좁은 건가?





어릴때 들었던 이야기들로 나는 내가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아니 꼭 예쁠 필요는 없지만 굳이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데 나는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의 칭찬이 어색할 때가 많다. 아니면 칭찬을 “입발린 소리”로 생각할 때도 많았다. 적어도 나에겐 “매력 있다”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상은 거짓말이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를 버리기 어려웠다.



​​​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오빠 거짓말이 아니라 내가 진짜 예쁘게 보였나 보다. 지금 것 남들에게 들었던 예쁘다는 말에 색안경을 벗고 싶다. 왜냐면 나 지금도 충분히 예쁘잖아.


작가의 이전글못난이가 못난이를 보며 혐오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