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리 Feb 15. 2024

소중한 것은 부여에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출생지는 서울이지만 어릴 적 행복했던 기억이 모두 부여에 있어서 저에게 부여는 고향과 다름 없습니다. 코를 훌쩍이며 염소 똥 밟고 바가지 들고 산딸기 따러 다니며 말벌에 이마를 쏘이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너무 생생해요. 이 마을은 부여 시내에서도 30분 가까이 차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하는 시골입니다. 지금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반겨주시죠.


초록초록이 가득한 여름의 부여. 반짝반짝 빛나는 석류가 너무 예뻐서 한참 바라봤어요. 세면 바닥에는 할아버지가 스윽스윽 칼을 갈 때 사용하는 도구가 서 있어요. 곤충 같기도 하고... 귀여운 모습을 찰칵.



손주들 왔다고 한상 가득 맛있는 음식 내어주시는. 시골 밥상은 왜 이렇게 맛있을까요? 평소보다 밥을 많이 먹게 됩니다.


요번에 갔더니 골드스타 선풍기가 쌩쌩 돌아가고 있더라고요. 색도 예쁘고 그야말로 레트로한 선풍기. 


할아버지가 서랍장 내용물을 바로 위에 매직으로 써놓으셨더라고요. 라벨 따위 필요한가요. 너무나 직관적인.


제가 보관하기가 어려워진 책들은 시골집에 가져다 놓고 있는데요. 위에 있는 책들은 첫 출판사 근무할 때 담당했던 책들입니다. IT전문서 출판사라 대중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재밌게 만들었었죠. 


한동안 구독했던 페이퍼도 꽤 쌓여있네요.


소장하고 있던 책들이 여기 많이 와 있습니다. 나이 들어서 읽으면 또 새롭게 읽힐지도 모르죠.


이 책은 제가 편집자가 되어 처음으로 담당해서 만든 책입니다. 저에게는 아주 아주 의미가 깊은 책이죠. 집필서라서 저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책 만드는 기쁨을 알았던. 그리고 저자분도 너무나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집필에 응해 주셨어요. 저의 수정 제안도 환영하며 받아들여주셔서 정말 즐겁게 작업했던 책입니다.

 

나가는 글에서 감사하게도 언급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많이 팔린 책은 아니지만 저에겐 영원히 못 잊을 책입니다. 마지막 책거리 때 저에게 바게트 같이 거칠거칠한 원고를 말랑말랑한 식빵처럼 만져주셨다고 극찬을 해주셔서 (신입이면서도) 편집자로서 자부심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부여 시내에 들러서 부소산성에 있는 낙화암에 갔습니다. 바위와 나무의 어우러짐이 정말 멋지고 신기해요.


특히 이렇게 거칠게 뻗어가는 나무 뿌리의 모습에서 긴 세월과 끈질긴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낙화암 아래로 내려가면 배를 타고 강을 건널 수 있는데요.


갑자기 물에 빠진 버스가 보이는 거예요!

요즘은 수륙양용 버스로도 강을 건너나 봅니다. 왠지 가라앉을 것 같아서 무섭지 않나요? ㅎㅎ


낙화암 정체성이 느껴지는 푯말.


부여 시내에 있는 옛날 간판들의 타이포그래피가 재밌고 느낌 있어요.


여러분, 부여에서 꼭 한 음식점만 가야 한다면... 미인 양꼬치입니다. (고기 못/안 드시는 분들을 위한 가지탕수 같은 메뉴도 있습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 

각박한 생활을 하다가도 고향에 가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조만간 부여에 가고 싶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자유일꾼의 업무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