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용돈 정책

by 김선태

하은이가 용돈 모아 사준 어버이날 선물을 보니 내가 탁구를 좋아하긴 하는 모양이다. 가슴팍에 떡하니 새겨져 있는 그림이 맘에 쏙 든다. 빨간 탁구 라켓 그림이다. 그렇게 기분 좋은 웃음을 거울 앞에서 흘리고 있었다. 그토록 평온한 거실 풍경이 아이들에게 닥칠 위험을 감추고 있을 줄 아무도 몰랐다.

갑자기 아내가 어린이날 덕분에 호주머니가 무거워진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후 아내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반포하시듯 5월의 용돈 정책을 반포했다. "4월은 아빠 월급이 적게 들어오고 5월은 우리 집 지출이 큰 관계로 '너희들' 5월 용돈은 반만 줄 거야" 잠시 정적이 흘렀다. 물론 며칠 전 아내에게 용돈을 가불 한 나도 내심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동민이 얼굴을 보니 낯빛이 검게 변하고 있었다. 그토록 차갑고도 서러운 정적을 하은이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깨트렸다. 하은이의 한 마디는 서러운 동민이와 엉뚱하게 불똥이 튈 수 있는 나의 맘속을 후련하게 만들고도 남았다. "엄마! 보너스 줬다고 월급을 깎진 않잖아요?" 단호했던 아내는 말없이 하은이를 뚫어지게 몇 초간 바라보았다. 그리곤 하은이의 논리적인 반박에 머릴 내 쪽으로 돌렸다. 아내와 나의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아내의 입에서 패자의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은이는 물론이거니와 동민도 나도 안도의 숨을 섞었다. 그것도 잠시였다. 아내의 끈질긴 설득과 기다림 끝에 결국 아이들은 수긍했고 아내의 5월 용돈 정책은 관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