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나의 머릿결에 대한 하은이 평은 아주 큰 비수가 되어 나의 가슴팍을 찔렀다.
'돼지털'
그냥 웃고 지나치기엔 상처가 너무 커 한참이나 딸내미를 째려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은 나의 돼지털에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분을 만났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생에 내 머릿결에 대한 최초의 칭찬이었다. 당연히 나의 어깨는 들썩였고 입꼬리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아침에 동네 미용실에 아내와 함께 방문했다. 동민이 머리를 만족스럽게 깎아준 곳이라 아내도 나도 기대를 품고 갔다. 마침, 손님이 없어 머리를 바로 깎기 시작했다. 머리를 만지작만지작하던 미용사가 아내에게 "놔두세요. 제가 할게요." 한다. 뭔 소린가 하고 거울에 비친 뒷모습을 보니 아내가 보였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 수북이 쌓인 수건을 개고 있었다. "손이 놀잖아요. 놀리면 뭐 해요. 아들 머리도 너무 잘 깎아주셔서 호호호…." '내 아내는 참 착하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머리를 어떻게 깎을지에 대한 심각한 토론이 시작되었다. 난 베컴 머리를 하고 싶다 하고 아내는 얼굴이 길어 보여 절대 안 된다고 하고 가운데 위치한 미용사는 내 편을 들어주는 듯싶더니 아내가 저음으로 "내가 계산한다." 말하니 아내 편을 들어준다.
그렇게 머리를 깎고 있는데 미용사가 "꼽슬이라 지저분해 보이지만 조금만 만져주면 서로 엉기는 머리라 멋진 머릿결이에요."라고 말한다. 그 순간 너무너무 행복하고 즐겁고 감동이 밀려왔다. 무엇보다도 대머리가 커버된 뒤통수는 감동 그 이상이었다. 황홀했다. "여보! 하은에게 이 말 꼭 전해!" 앞으로 내 머릿결 주치의를 만난 소중한 날이다. 오늘 친구들을 만나는데 아무래도 미용실이 어디냐고 많이 물을 듯하다.
글을 옮기는 지금이다. 주방에서 국수를 삶던 아내가 급하게 부른다. 김을 자르란다. 머리 스타일에 흥이나 그런지 궁둥이도 가볍게 방바닥을 밀어낸다. 어서 먹고 친구들 만나러 탁구장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