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저께 아침이다. 비 갠 후 귓불을 스치는 바람이 무척 시원한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그날은 유독 가벼웠던 발걸음으로 출근했었더랬다. 출근길 현관 앞에서 아내가 나에게 해 준 말은 내 주둥이를 흥얼거리게 했다.
"여보! 오늘 저녁에 친구들 만난다고 했잖아요."
"응"
"오랜만에 한잔할 거 아니에요? 근데 여보! 용돈 얼마나 남았어요?"
"글쎄? 몰라"
"알았어요. 이따 입금해 줄게요."
"오예!"
난 아내에게 짧게 대답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물론 나의 맨트엔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마냥 신이 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출근길도 여느 때보다 가볍고 경쾌했다.'내가 장가를 잘 가긴 한 거 같어! 카~ 신랑이 친구들 만나는데 용돈 떨어졌을까 봐.... 캬~' 난 그렇게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부신 출근길을 폰에 담았다. 그렇게 출근해서 정신없이 이것저것을 해치운 후 점심 무렵이었다. 갑자기 기분 좋은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음…. 각시가 입금 했을랑가? 얼마나 쐈을까?' 난 능숙한 솜씨로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하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잔액 조회를 시도했다. 입금액을 확인하고 입꼬리가 쑥 올라갔다. 그런데 아내가 송금 시 적은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가불입니다.' 아내가 적어 보낸 문구를 읽는데 아내의 육성이 들렸다. 그것도 또렷하게 들렸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 '역시 내 마누라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터졌다. 가끔 아내를 넘어 볼 요량으로 잔머리를 써보지만 언제나 각시는 나보다 한 수 위다. 그나저나 다음 달이 걱정이다. 혹시나 해서 마지막 맨트를 남긴다. "친구야. 여기까지 읽었냐? 담달엔 니가 사라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