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3 러버, 먹는 거 아냐잉

by 김선태

탁구 운동을 하는 사람은 러버가 뭔지 안다. 탁구 라켓에 붙이는 고무를 러버라 한다. 라바라고도 한다. 탁구를 조금 더 쳐본 사람은 오메가 러버를 거의 안다. 러버의 브랜드 명칭이다. 물론 나의 아내는 탁구 운동을 열심히 하는 신랑 덕에 러버를 안다. 오메가까지 아는 것은 나의 욕심이다. 그건 그렇고, 지난 탁구 동호회 대회에서 나는 우승을 했다. 상품으로 홍삼진액 한 박스를 받았다. 나는 자랑스러운 포즈와 위엄 있는 목소리로 아내에게 먹으라 주었다. 물론 그 홍삼진액은 예비 고3, 하은이 몫으로 흡입 대기 중이다.


오늘 퇴근 무렵이었다. 아내에게 호출이 왔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 달콤한 전화였다. 난 퇴근 시간에 맞추어 빛의 속도로 페달을 밟았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는 화장실에서 빨래하고 있었다. 물론 아내는 협조 요청을 가장한 명령을 잊지 않았다.


- 여보! 수건 삶아 놓은 거 세탁기에 넣어 주세요. 손 디지 않게 조심하고요.

- 응.


그렇게 아내 심부름을 몇 건 하고 난 후, 우린 매운 족발을 먹으러 갔다. 물론 하은이는 학교에 동민이는 학원에 맡긴 혜택이었다. 우리가 거의 배부름을 느낄 때였다. 옆자리 아저씨 세 명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테이블 위를 보니 술병이 그득했다. 아주 많이 마셨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아저씨 한 분이, 맥주라도 한 잔 더 하시죠, 하고 맨트를 날렸다. 순간 아내와 나의 눈은 불꽃을 튀겼고 아내가 혼잣말로, 지금까지 마신 건 술 아냐? 맥주 아냐?라고 말했다. 아저씨의 맨트는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맨트였다. 순간 아내의 독백 비슷한 질문에 현명한 대답이 필요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나는 아내를 바라보며 깜냥에 재치 있는 대답으로, 여보! 그거랑 비슷허네. 여자들이 3시간 전화 통화하고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하자 한다잖아!라고 응수했다. 나의 대답은 아내를 감동하게 했고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우리도 적당히 먹고 마셨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이 먹을 족발 중짜 하나를 더 주문해 털래털래 흔들며 집에 걸어오는 길이었다. 내가 아내에게 이번 달 탁구동호회 우승 상품이 오메가 3 러버라고 말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우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집을 향해 계속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아내와 주고받는 대화가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내는 이번 동호회 우승 상품을 (영양제) 오메가 3와 러버로 이해하고 있었다.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을 확인한 우리는 늦가을 밤하늘 아래에서 목을 젖히고 웃었다.

좌우당간, 나의 유쾌한 인생은 아내 덕이다.


이 글을 쓴 지 십 년이 흘렀다. 아내에게 오메가 3 영양제를 사준 적이 있냐고 물으니 없단다. 용돈 모아서 오메가 3 영양제라도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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