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 잘 쉬었다

by 김선태

이른 새벽부터 낙엽을 쓰시는 분들과 밤늦게 잠든 아이들을 깨우는 아내가 있기에 이토록 고요한 새벽에 오늘이 왔다. 지난밤 더욱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어제보다 기쁜 맘으로 출근했다. 그렇게 여느 때와 같은 하루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을 때 조용히 울리는 전화.


- 김선태입니다.

- 여보! 나야. 바빠?

- 응!

- 알았어. 바쁘면 일해. 여보!

- 아니야. 지금부터 한가해!

- 그래? 그럼, 커피 두 잔만 타서 나와요. 별관 앞이야.

- 그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마음은 올곧이 내 입가에 웃음을 머물게 했다. 난 작성 중이던 메일을 후다닥 해치우고 커피 두 잔을 준비해 내려갔다. 어느 단풍보다 예쁜 아내가 활짝 웃으며 날 맞이했다. 아내와 나는 회사 앞을 잠깐 걸었다. 물론 따뜻한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걸었다. 커피를 연하게 잘 탔다고 칭찬을 받으니 유쾌함이 더 했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 사부작사부작 걷다가 붉은 단풍을 보며, 허허! 불이 옮겨붙었네! 하고 말했다. 뜬금없는 나의 맨트에 아내가 물었다.


- 뭐가?

- 불이 나무에서 땅으로 옮겨붙었어!

- 허허! 글 쓰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표현하는 거야?


아내와 나는 그렇게 노닥거리며 걸었다. 참 좋다. 이리 좋은 걸 보면 세상에서 가장 친한 벗은 나의 아내임이 분명하다. 잠깐 산책 후, 집에 가서 냉동실 정리한다며 떠나는 아내의 뒷모습이 그리도 예쁠 수 없었다. 잠깐의 쉼이었지만 며칠 동안 긴 휴가를 보낸 느낌이다. 간혹 사람들은 '인생 뭐 있어?'라고 외치며 건배하곤 한다. 그때가 행복하니 이대로 쭉 가자는 맨트다. 지금이 그렇다. 한잔 걸친 것도 아닌데 괜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오늘 저녁 집에 가서 아내에게 격양된 어조로, 와! 여보! 딱 맘에 들어! 냉동실 깔끔허네! 깔끔혀! 라고 말해야겠다. 오늘 아침나절 친구가 전해 준 글이 생각난다.


'인생의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고 끝은 없지만 쉴 수는 있다.'


오늘 제대로 쉰 것 같아 참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