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떠나고 싶다

나의 첫 유럽 여행지는 프랑스

by DAWN

대학교 4학년이던 나는 타과 전공인 웹 코팅 수업을 듣게 됐다. 첫날 출석표를 부르다 너무 놀랐는데 그 이유는 1학년 때 같이 학부 수업을 듣던 친구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친구와 나는 수업이 끝나면 같이 점심을 먹는 게 일상이 되었다.


나는 친구와 밥을 먹으며 유럽 여행을 가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더니 친구도 유럽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친구는 그전까지 미술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꾸준히 돈을 모아놓은 상태였고 나는 당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4학년 때 졸업 작품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계속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유럽 여행이라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나는 단지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나의 월급을 예상하며 대충 계산을 해보니 나에게 한 두 달 후면 비행기 표를 살 수 있는 돈이 생기고, 5-6개월 후면 어느 정도 여행 경비를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얼마 후 두툼한 유럽 여행 책을 샀다.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았고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일단 친구와 가고 싶은 나라를 정해보았다. 미래의 내가 유럽 땅을 밟을 상상만 해도 너무 설레고 신났다. 여행 계획에 대한 진도가 무척이나 더뎠지만 '유럽'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상상하면 그마저도 행복했다.


한 두 달 후 우린 정말 비행기표를 결제했고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정말 유럽을 갈 건가 보다.' 큰 건 결정됐으니 이제 숙박과 나라 간 이동 표를 끊어야 한다. 근데 내가 너무 바빴다. 2학기 말엔 졸업 전시회가 있다. 졸업 전시회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 시간의 압박, 매주 진행되는 두 전공 수업의 컨펌으로부터 정신이 없었다. 오늘이 수요일인지 목요일인지 아르바이트 날짜도 착각할 정도였으니.. 빠질 살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거울 속 내 얼굴이 너무 초췌해 보였다. 입술에는 물집이 터져 딱지가 생겼고 볼은 더 홀쭉해져 있었다. 빠질 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빠지긴 하는구나...... 전쟁 같았던 졸전이 끝나자 이젠 친구가 바빠졌다. 졸전은 11월 과제전은 12월인데 3학년인 친구가 이젠 과제전으로 바빠진 것이다. 서로 너무 엇갈리게 바빠져서 계속 여행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그렇게 출국 날짜로부터 2개월이 남았을 때 우리는 급하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계획 짜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 줄 몰랐다. 처음 보는 외국 철도 사이트, 외국 항공권 사이트, 해외 결제 카드 오류, 친구와의 돈 계산, 영어로 가득 찬 이메일, 외국인 비앤비 호스트와의 연락, 처음 보는 지역 이름, 숙소 위치 등등.. 낯설고 어려운 것들 투성이었다. 그중 가장 스트레스는 친구였다. 친구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어서 겨울 방학에도 ‘겨울 성격 학교’ 교회 일로 바쁜 탓에 연락이 잘 안 됐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너무 답답할 땐 유럽여행 카페에 글을 써서 내 심경을 토로해 보기도 하였다. 댓글로 위안을 받고 마음을 다잡은 적도 있다. 검색해 보니 나 같은 사람들도 꽤 있었다. 갔다 온 지금은 기억이 미화됐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내 몸이 고구마로 꽉 차고 넘쳐 피부에도 고구마 무스가 묻고 고구마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힘들었던 계획 세우기와 각종 예약 티켓들마저도 준비가 끝나고 나도 한시름 놓은 것도 잠시,

총경비를 500 정도로 잡았는데 계산해 보니 출발 전 예약만 해도 200만 원이 넘었다. 총 경비 500, 한 달 여행 30일 동안 하루 10만 원 예산을 잡았는데.. 큰일이다 싶었다. 떠날 날짜가 다가오자 아빠와 오빠는 나에게 경비를 물어보았다. 정말 고맙게도 두 사람 모두 여행 경비를 보태주었다. 덕분에 나는 첫 여행지인 프랑스에서 사고 싶었던 목도리를 사서 여행 내내 잘하고 다녔고, 먹고 싶은 음식도 충분히 먹으며 다닐 수 있었다. 엄마는 내게 유럽가면 춥다고 외투를 사 주시겠다고 하셨다. 정말 감사했다. 친한 언니는 내가 잊고 있던 비상약 종류를 알려주어 그대로 약국에 가서 샀다. (하지만 여행 동안 하나도 먹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이모는 대학교 졸업 선물로 가지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하셨다. 고민하다 여행 배낭이 필요했던 나는 인터넷에 여행 배낭을 검색해 봤고 가격을 보고 너무 놀랐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모가 주신 돈과 내 돈을 합쳐서 배낭을 사겠다고 했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여행 준비는 마무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