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원희 Feb 06. 2023

악몽이다!

쉬 끝날것 같지 않다

군대 이야기다.


과거에 '단풍하사'라 해서 1개월 동안 교육 받고 단기 하사가 되는 시스템이 있었다.군대에서 어느 정도 적응하여 상병쯤 되는 병사를 대상으로 1개월 간 맞춤 교육을 시키고 하사로 임명하여  초급 간부를 육성하는 제도였다. 병장 계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하사로 승진하는 개념이라 부대로 복귀하여 훈련 이전에 선임이었던 병 사들과의 갈등도 많았던 제도다. 이것도 할 얘기를 많지만 하려는 건 단기하사 훈련 중 이야기다.


사단 소속 신병교육대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고 배치된 후 이제 고참 병사가 되어 좀 편해지려는데 차출되어 훈련이라니? 그것도 하사관 교육이라니… 앞이 캄캄했다. 입소 첫날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혹독한 훈련에다 수시로 진행되는 기합으로 지쳐가고 있는 중이었다. 단기간 교육이었지만 특공훈련 10단계까지 포함되는 빡센(?) 훈련이었다. 그나마 휴일은 훈련 시키는 조교들도 쉬어야 해서인지 훈련품을 정비하고 내무반에서 쉬게해 줬다.  


그러던 어느 날 빨간 모자를 깊숙히 눌러쓴 조교들이 쉬고 있는 우리들을 집합 시켰다.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주섬주섬 훈련복을 입고 총기를 들도 연병장으로 집합했다. 그리고 몇 명의 조교와 함께 우렁찬 구호를 외치며 인근의 강변으로 갔다. 거기서 우리들은 훈련을 받으며 대기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몇 명의 고참조교가 외부로 나가 성적욕구를 해소하는 장소에 가는 명분으로 병사들의 훈련을 소집해서 나간 것이었다. 훈련을 받던 몇몇 동료 병사들이 "이건 너무 한 것 아닌가?"하는 불만을 토로했지만 험악한 훈련 분위기에 억눌려 아무 말 못하고 지나갔다.


힘든 훈련은 계속되고 저녁마다 가혹한 점호도 계속되던 중에 하루는 외부로 훈련을 가면서 동두천 개울을 지나게 되었다. 여기서 조교들은 훈련 목적이었는지 모르지만(내 생각에는 골탕을 먹이려고) 엎드려 쏴! 명령을 했다. 일순간 개울을 건너던 병사들은 엎드렸다. 당시에 동두천 개울물에 맑은 물과 시궁창물이 내려오는 곳이 있었는데 엎드리라고 명령한 곳은 시궁창 물이었다. 악취가 풍기는 시커먼 물과 벌레같은 것들이 몸 속으로 스멀스멀 기어 드는 것 같았다. 몸서리 치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 훈련병 몇몇이 대화를 나눴다. "이건 진짜 너무 한 것 아닌가?"     


이런 부당한 일을 어떻게 알려야 하나 하면서 또 힘든 훈련을 보내고 있는데, 훈련병을 대상으로 소원수리를 하겠다고 했다. "여러분의 얘기를 듣고 훈련 개선에 활용할테니 아무 얘기나 다 해도 된다."는 친절한 장교의 설명이 있었기에 우리는 마음껏 지금까지 내용을 적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 것 같은가?


그날 점호는 일찌감치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전 훈련병을 대상으로 밤새도록 구타와 기합이 있었다. 철모 위 손가락 끼고 다리는 관물대 올리고... 원산폭격 등을 비롯해 심지어는 몇몇 훈련병은 각목으로 촛대뼈(종아리앞 다리뼈)를 후려 맞기도 하는 악몽같은 밤이 지났다.

 

그리고는 하사훈련 교육은 마칠 때까지 아무런 말없이 모두 끝났다...


그 이후로 심한 체벌이 가해지면 어떤 불만도 잠재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머리에 담고 살았다. 또한, 그날 장교와 조교는 같은 배를 탔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


"이건 너무 한것 아닌가?" 하는 일들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우리들은 점점 더 무감각해지고 있다. 카카오에서는 댓글로도 이제 내 마음을 맘대로 표현 못하게 한다. 자꾸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요즘 왜 꿈에 군대 시절이 자주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악몽이다!


쉬 끝날것 같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 '건강한 요리'란 말이 이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