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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Sep 17. 2022

'건강한 요리'란 말이 이상하다

좋은 요리일수록 자꾸 입에 가게 만든다.

나는 최근에 30여 가지의 요리법을 배웠다.


마지막에 배운 요리는 연저육찜, 연한 돼지고기란 의미의 요리다. 우리가 수육으로 먹는 삼겹살을 다시 간장 등 갖은 양념을 넣고 조려 마늘/은행 등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참 맛있었다. 그래서 자제하려 했지만 또 나의 용량보다 더 먹어 버렸다.


이 요리도 핵심은 양념이었다. 즉, 고추가루, 마늘, 양파, 간장, 맛술, 설탕, 생강… 등의 각종 양념의 비율을 어떻게 해서 원재료에 첨가하느냐가 핵심이다. 짧은 기간 요리를 배우면서 든 생각은 요리는 원재료를 다듬는 일과 그 원재료에 투여할 레시피의 양념을 만드는 일로 나뉜다. 그리고는 불을 이용하여 삼거나 구우면 된다. 여기서 요리의 음식 맛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양념비율이다.


제육볶음


모든 요리에 거의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양념이 있다. 맛술과 설탕이다. 거의 모든 요리 과정에서 우리의 목넘김을 쉽게 해 줄 설탕이나 물엿과 같은 당분이 상당히 들어 간다는 것에 놀랐고, 또 하나의 신무기는 맛술이었는데 이는 모든 음식재료의 잡내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역시 우리의 목넘김을 쉽게 해주는 양념이다.


요리과정은 한마디로 말하면, 원재료를 먹기 좋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원재료를 먹기 좋게 달게(설탕) 만들고 냄새나지 않게(맛술) 하고 냄새를 좋게(기름) 만들며 보기 좋은 빛깔(물엿)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 중에 압도적인 무기가 설탕과 맛술인 셈이다.


요리가 정말 필요한 때가 있다. 어린 아이들이 음식 투정을 할 때 이런 음식 포장기술을 발휘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치 쓴 약을 좋은 맛이나 향기라 나도록 해서 먹이는것처럼.  하지만, 성인이 되어 마주하는 이런 요리들은 항상 정량보다 더 먹게 만드는 데 문제가 있다. 이미 배가 불러도 계속 더 들어가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요리과정에 '건강한'이란 용어를 붙이기 힘든 이유다.


눈꽃 만두


우크라와 러시아가 전쟁 중에 있지만, 현대에는 전쟁이나 기아로 죽는 이보다 설탕으로 죽는 이가 더 많다고 한다. 비만이나 당뇨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다시말해 못먹어서 죽는 사람보다 많이 먹어 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그 범인은 모든 음식의 과다 섭취를 조장하는 요리의 핵심이 양념, 그 중에 설탕이 될 것이다.


현대 요리를 심하게 표현하면 설탕을 죄책감 없이 투입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기술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능하면 요리과정을 줄이는 것이 건강한 요리라 볼 수 있다. 가능하면 원재료를 삶거나 굽는 정도만 하고(이것도 생략하고 생식을 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필요하다면 소금 정도만 활용하는 것이 최고의 요리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이번 요리 과정을 통해 라면스프보다 더 건강하고 훌륭한 양념이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은 큰 성과라 하겠다.


바싹 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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