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나이가 들어서 얻는 경우 그렇다.
올해 건강 검진 결과를 보고 나는 ‘역시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답이야.’라고 되뇌이면서 더욱 열심히 운동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혈관 나이 57세에서 53세로 줄고, 앞으로 10년 이내 혈관 문제로 사망할 확률도 25% 감소’
그리고 몇 주 뒤 나는 입원했다. ‘불안정 협심증’
10여 년 전 나는 회사에서 해주는 고가의 건강 검진에서 고지혈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약을 한보따리 처방받고 며칠 복용하다가 운동을 더 열심히 하면 괜찮을 거란 생각에 약을 중단한 채 더 열심히 운동했다. 한 달 뒤 방문한 나를 보고 의사는 “그 보세요. 약을 먹으니 좋아지잖아요?” 나는 슬며시 웃으며 앞으로 운동을 꾸준히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약 봉지를 버렸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도 나의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떨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고지혈 소견을 받아왔다. 그래도 당뇨와 고혈압이 없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운동하며 지냈다.
최근에는 집에서 오전에 싸이클 25분, 러닝머신 걷기 40분, 스트레칭 25분 정도의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중랑천변 산책길을 1시간 20분 정도 걷고 집에 와서 TV를 보며 스쿼트를 열심히 하면서 매일 2만보 이상에 총 3시간 정도의 운동을 하며 활기찬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발병하기 두어 달 전부터 아침에 전날 음주를 한 날이면 어김없이 가슴의 쪼임이 느껴졌다. 음주량이 많을 때는 쪼임 시간이 더 증가를 하길래 아내에게 이상하다며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러다가 병원 가기 1주일 전쯤, 운전 중 신호등 앞에서 대기 중에 가슴 압박과 더불어 어지럼증이 치밀어 오르며 운전을 못할 상태까지 가게 되었다. 곧 괜찮아져 운전은 잘 마쳤지만 병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건강검진을 했던 내과로 방문했더니, 의사는 내 얘기를 듣자 말자 말하는 나보다 더 놀라면서 지금 즉시 소견서를 써 줄테니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한다. “이것 뭐지???” 걱정은 됐지만 병원을 방문한 금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중요하고 취소하기 힘든 일정으로 꽉 차 있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음주만은 자제하면서 조마조마한 순간을 보내고 화요일에서야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화요일 아침에도 어지럼증이 심했지만 학기 마감 성적처리를 마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마감하고 곧바로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서 간단한 검사를 하고 바로 입원해야 한다며 보호자를 찾았다. 급히 연락받은 아내 가 병원에 도착하자 일사천리로 병실로 입원하게 되었고, 담당의사는 다음 날 혈관조영을 하며 필요한 경우 혈관에 스텐트 시술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부정맥검사, 동맥경화검사, 심전도검사 등등을 마치고 다음 날 무시무시한 서약서(사망 1%까지도ㄷㄷ)에 서약을 하고 시술대에 올랐다.
시술은 팔목 동맥을 통해 하는 것이어서 팔목만 마취하고 맨 정신에 의사와 대화를 하면서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었다. 시술 후에 의사 말에 따르면, 심장을 둘러싼 관상 동맥 세 군데에 기름이 끼어 혈관 흐름에 문제가 있었는데 두 군데는 약물치료 가능한 정도라 그냥 두고 한 군데는 혈류 77%만 통과되어 스텐트 하나를 시술했다고 했다. 팔목에 있는 동맥에 구멍을 하나 내고 한 시술이어서인지 가슴 통증이 있었으나 하룻밤 자고 나니 팔목 동맥부분의 지혈도 되고 가슴 통증도 거의 사라졌다.
시술 다음 날 의사에게 물었다. 다음 주 골프 약속과 한 달 뒤 히말라야 중턱(3천-5천미터)을 방문할 예정인데 괜찮냐고? 의사는 아무 상관없다라며 약만 잘 챙기란다. 워낙 확신에 차 하는 말이라 믿기로(?)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시술 후 2주 정도 지난 시점인데 모든 일상이 자유로울 정도로 괜찮아졌지만 시술 후 일주일 이상 새롭게 먹게된 고혈압약(후유증이 심해 중단)과 고지혈증약의 부작용으로 힘들기도 했다.
내가 고지혈증이 있으면서도 고지혈증 약을 먹지 않았던 것은 그 약에 대한 부작용의 심각성을 알게해 준 책을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고지혈증약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아스피린이나 스타틴 계열의 약에 대한 부작용에 관한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 친구의 권유로 접하게 된,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박사의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란 책을 읽게 되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그 책을 통해 혈관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병을 막기 위해서는 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 등을 꾸준히 관리하고 관련 원인 병에 대한 진단을 받으면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이 책을 쓰신 국내 혈관관련 병의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인 이승훈 박사 자신도 10년 이상 고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이다.
첫째는 모든 혈관질환의 1차 원인은 나이 듦이란 사실이다.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은 시절에는 같은 수준의 고지혈증이라 하더라도 해당 병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도 나이가 들면 모든 장기의 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없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젊었을 때 통하던 고집이 늙어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둘째는 약의 부작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사실이다. 성인병과 관련된 약들은 한번 시작하면 끊기 어려운 문제 때문에 시작하기가 꺼려지지만 장기간 방치하면 그 부작용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요즘은 초창기 약의 부작용이 거의 개선된 약이 나오므로 장기간 복용해도 괜찮다는 사실이다.
좀 더 젊은 나이 때부터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뇌과 심장의 혈관병의 원인이 될 만한 1차 원인(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 등)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발병하면 적극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은 기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