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년여자 Sep 07. 2016

모마 비바

분하지만 훌륭하다

드디어 이 비싸고 복잡하고 매력 있는 도시 뉴욕을 떠나는 날이 왔다. 여러모로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해서 후련한 기분이었는데, 마지막으로 가기로 한 곳은 MOMA였다. 현대미술이라는 말 때문에 먼저 겁을 집어먹게 되는 이름이긴 한데, 사실 보통 사람들은18세기의 미술작품들을 보러 가는 곳이다. 문외한도 이름을 들어봤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든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 전시되고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또 미술관에 가는 건 너무 오버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티패스에 포함되어 있는 코스가 아니라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막상 가보니까 학생할인(다 늙은 대학원생 남편도 해당)에다가 입장료 면제 연령이 십대 후반이라 입장료를 정상적으로 내는 건 나 혼자였다. 오오~ 고맙습니다.
 
드가의 특별전을 지나, 수많은 작품들을 충분하게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실 가장 기대했던 고흐의 그림 앞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느라(동양인 서양인 모두...) 완전히 번잡스럽고 도저히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오~ 이 그림이 그 그림이야' 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솔직히 엄청 실망감을 안고 그 그림 앞을 떠났을 때, 나를 매료시킨 진짜 그림을 만났다.


미래파 작가 보치오니의 '도시는 봉기한다'
사실 미래파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그 자리에서 검색을 해봤다. 전쟁을 옹호하는 생각까지 품은 또라이적인 애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보치오니의 작품은 그야말로 온통 내 가슴을 헤집어놨다. 그 색깔과 그 운동감과 그 박력이. 그 외에도 유명한 조각품 '공간 속에서의 연속성의 단일 형태들'에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조각의 작품명은 평생 외우지 못할 것 같다) 보치오니의 작품만 30분은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진심으로 이곳에 와서 기쁘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본 그림과는 완전히 다른 색깔이었다. 순간적으로 이곳에 온 것만으로도 뉴욕은 의미가 있었다는 만족감이 들 정도로. 안 오면 어쩔 뻔!
 
현대미술관이라는 이름답게 현대미술도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만 사실 현대미술은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희한하게 생긴 삼각형 빌딩 플랫아이언

구경하고 나와서 매우 만족한 기분으로 랍스터롤도 사먹고(비싸고 맛있음) 뉴욕과의 이별을 준비했다. 몰랐는데 서울 삼성동에도 진출했다는 유명한 컵케이크 가게 매그놀리아의 컵케이크도 맛봤다. 3일간 차를 박아놓았던 주차장에서 차도 찾아서 이제 보스턴으로 가자! 이때까지 매우 하이한 기분이었는데... 날씨도 좋았는데.


강렬한 문구... 생각도 하지 마

보스턴으로 가는 길에 길을 헤매가지고 뉴욕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가 나갔다. (톨비 15불을 하늘로 날려버렸다는 뜻이다) 뭔가 자기혐오를 느끼게 되어 보스턴으로 가는 네 시간의 여행은 약간 다운되고 말았다. 저녁이 되어 보스턴 시내에 있는 한인마트에서(이곳  H마트는 일본인들을 메인 고객으로 삼는 듯) 푸드코트 저녁을 먹고(에이치마켓 푸드코트에 한식이 없다뇨 ㅠ_ㅠ) 교외에 있는 우리의 숙소로 갔다. 뉴욕에서는 내내 호텔이 아닌 곳에서 묵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나는 호텔은 정말 좋았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충분한 공간! 사랑합니다!!
 
보스턴은 아직 초면입니다만 우리 잘 지내봅시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여행 기록으로 돌아와 독립기념일의 뉴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