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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Oct 29. 2023

가끔 실익 없는 거짓말 한다

오래전에 봤던 한 면접에서 공백기에 대해 물었다. 관련 업종의  면접을 몇 번 봤을 때 공백기, 이전 회사 관두게 된 사유 등을 묻지 않았기 때문에 편하게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이 마무리될 무렵, 공백기 질문이 훅 들어왔고, 나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고 대답했다. 물론 거짓말이다. 사실 그대로 말하자니 내 가치가 낮아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공부를 했다고 하면, 집요하게 공백에 대해 묻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든 것도 맞다.

 

공백에 대해 고민을 해봤지만 설득력 있는 답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나는 띄엄띄엄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공무원 시험이 아니지만,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그게 안 됐고, 포기를 했다. 서울 아래 난파선처럼  어디로 향하는 배인지도 모른 체 둥둥 떠다녔다. 면접 관은 아마도 몇 년은 고시 생활을 했으리라 짐작되는 전문직 군이어서 그런 지 그 대답을 이어받아 되물었다.


본인이 왜 떨어진 것 같아요? 나는 아무래도 서울에서 생활하다 보니,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고 답했던 것 같다.


면접 관은 팔짱을 끼고는 혼잣말처럼 지껄였다. 음.. 그럼 서울에 있지 말고 집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생활비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닌데 서울 있는 이유에 대해..


그의 혼잣말은 면접을 돌아오는 내내 곱씹었던 것 같다.


그러게... 왜 나는 굳이 굳이 서울에서 도시빈민 생활을 이어가는가.

왜 나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건가.. 아님, 돌아갈 수 없는 건가.


이곳에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유를 가지고 직업을 갖기 위해 나에게 투자를 할 여력은커녕, 카드 빚에 월세 내기도 힘든 상황. 매일 눈을 뜨면,  아무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문 턱이 낮은 구직을 알아보다 보니 관두는 일도 많았다. 일을 관두면 바로 또 구직을 알아보며 하루 종일 자소서를 수정하며 노트북 앞에서 시름했다.


그 면접에서 나의 집안일에 대해 구구절절 말할 이유도 없고, 그건 것에 관심도 없겠지만. 고향 집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거라고. 집에 내려가도 나는 그 작은 도시에서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스물여섯에 고향을 떠나 동생과 쭉 살았다. 지금은 동생과 임차하여 사는 이 공간이 내가 사는 곳이라고 여긴다. 월차임과 관리비를 반반 부담하며 산다. 일 터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다고 추측을 하여 가볍게 물었는데 동생과 살고 있다고 대답을 하면, 짠하게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거기서 그치면 되는데, 월세인지 전세인지 무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오래 볼 사람이 아니면  부모님과 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실익 없는 나의 신상에 대한 거짓말을 왜 한 건지…



이 고민에 대해 털어놓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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