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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육 이야기 - 들어가는 글


숙성육 이야기


 

 들어가는 글

스티브 잡스가 2007Mac World Expo에서 한 연설속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중의 한명인 웨인 그레츠키의 오래된 명언이 하나 있다.”

나는 퍽이 있는 곳이 아니라, 퍽이 가야 할 곳으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우리는 애플에서 언제나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아주, 초창기부터 말이다. 혁신의 기업 애플이 어떻게 사업에 성공했는지 유명한 북미 아이스하키 선수의 말을 인용해서 스티브 잡스가 설명한 문장이다. ()이 있는 곳이 아니라 퍽이 가야 할 곳이란 지금 유행하고 있는 레드오션이 아니라 앞으로 유행하게 되는 블루오션을 애플이 만들어 냈다는 말이 된다. 숙성육을 이야기하면서 필자는 늘 스티브 잡스의 이 연설문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데 이는 숙성육이 퍽()이 있는 레드오션이 아니라 퍽이 가야 할 블루오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 40, 50년동안 고기를 지방맛으로 먹었다고 할 수 있다.

70,8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삼겹살과 90년때 중반부터 인기가 높아졌던 마블링좋은 한우 등심은 지방맛으로 고기를 먹는 우리에게 최고의 부위였다. 지방은 맛의 원천으로서 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5가지 요소 즉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에 영향을 미치는데 시각적 으로는  식품의 광택을 좋게 해 주고 촉각적으로는 혀에 닿았을 때 식품을 부드럽게 해 주고 후각적으로는 지방이 살짝 타면서 내는 먹음직스런 냉새가 식욕을 증진시켜 주고 청각적으로는 튀김요리를 할 때 바삭바삭 맛있는 소리를 내는 것도 지방이 하는 일이다. 미각적으로 맛의 근원을 이루는 아미노산과 이노신산등의 단백질을 혀 위에서 식품의 맛으로 느끼게 해 주는 역할을 지방이 해 준다. 이런 지방의 맛으로 고기를 먹었다. 특히 소고기는 지방맛과 덜 익힌 고기의 부드러운 식감에 매료되어 마블링 좋은 소고기를 즐기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지방맛에 의존해서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한 건 불과 최근 40,50년내의 일이고 우리에게 소고기는 삶아서 먹는 고기였고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는 고기였다. 일제 강점기 제 2차 세계 대전과 해방이후 19506.25 한국 전쟁까지의 혼란기에 한우는 사육두수가 약 1/3로 줄어 농번기에 일할 소가 부족한 지경임에도 우리나라사람들의 소고기 선호도가 높아 1990년대 수입소고기가 자유화 될 때까지는 한우의 공급이 늘 골칫거리였고 부족한 한우의 가격을 안정한 시키는 것이 주요 정책이었다. 품질과 맛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부족한 소고기를 대체하기 위해서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공급을 늘렸고 그 덕분에 돼지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돼지고기가 어느새 국민고기가 되었다. 요리의 간편성과 지방맛의 유혹이 강한 삼겹살이 고기의 대명사가 되었고 1990년대 소고기 수입 자유화이후 품질개선에 주력해서 마블링이 좋은 한우 등심이 시장에 공급되어 국민들의 인기를 차지하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에는 마블링 좋은 한우가 귀한 편이라 꽃등심집을 운영하면 다른 식당과 차별화가 되어 수익이 좋았고 꽃등심 한우 전문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서 어느 시점에서는 한우 전문점은 모두가 1++한우를 취급하여 차별화를 이룰 수 없게 되었다. 고기집이 모두 퍽()이 있는 곳으로 몰려 가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류가 가축을 사육하기 시작한 9000년전부터 불과 50년전까지 우리 인류의 숙성된 고기 단백질의 감칠맛으로 고기를 먹었다. 이런 인류의 오랜 습관을 찾아 가는 것이 고기의 숙성이다. 그리고 이런 숙성육 시장이 우리에게는 퍽()이 가야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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