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슈퍼마켓의 정육 코너에는 다양한 종류의 고기가 진열되어 있는 것이 익숙한 광경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언제부터 고기를 먹기 시작했을까?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가 식재료로 받아들여진 시기와 함께, 고기 섭취를 금지했던 육식금지령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육식금지령이 처음 발령된 것은 675년, 덴무 천황(天武天皇)에 의해 시행되었다. 단, 모든 종류의 고기가 금지된 것은 아니며, 금지 대상은 소, 말, 개, 원숭이, 닭의 다섯 종이었다.
이러한 금지령의 근저에는 불교 교의 중 하나인 ‘살생 금지’ 사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를 기본 원칙으로 하여, 가축을 주로 식용으로 삼았던 외래계 관리나 귀족 계층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었고, 동시에 동물을 '부정한 것'으로 간주하는 관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여겨진다.
고기를 먹는다는 행위 이전에, 유용한 가축을 도축한다는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육식은 부정(不浄)’이라는 고정관념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쇄국이 끝나고 서양 문화가 급속히 유입되자 육식금지령도 폐지되었다. 이를 계기로 일본 내에 육식 문화가 점차 확산되었으며, 일본과 서양 문화를 융합한 다양한 요리들도 새롭게 등장하게 되었다.
일본 열도에서 육식 문화가 시작된 것은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닭고기가 일반적으로 먹히기 시작한 것은 에도 시대 이후였다.
고분시대부터 아스카 시대까지는 주로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을 사육했으며, 이후 산란 능력을 잃은 닭을 식용으로 삼는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격적인 식용 닭 사육이 시작된 것은 에도 시대부터라고 전해진다.
당시에는 외국에서 도입된 품종, 예컨대 샤모나 코친 등이 인기를 끌었지만, 의외로 닭고기는 전후(戰後)까지도 고급 식재료로 여겨졌다.
전후에는 식용 전용 품종인 ‘브로일러’가 도입되어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닭을 사육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오늘날처럼 저렴하게 닭고기를 구매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와 함께 ‘지토리(地鶏)’나 ‘명품 닭’과 같은 국내 품종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현재 닭고기는 저렴한 가격과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인해 육류 가운데 소비량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급률도 66%에 달한다(이 중 국내 품종은 2%). 가정식과 외식 업계 모두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가 되었다.
여러 설이 있으나, 본격적으로 돼지고기가 식재료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에도 시대의 문헌에는 돼지고기를 먹는 일부 인물들의 기록이 존재하며,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회 전반으로 돼지고기 요리가 확산되었고, 널리 소비되기 시작하였다.
돼지 사육 자체는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구석기 시대 유적에서도 그러한 문화의 흔적이 확인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당시에도 고기를 식용으로 삼는 문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675년에 발령된 육식금지령으로 인해 장기간 돼지고기 섭취가 위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19세기경부터는 사쓰마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돼지고기 식문화가 서서히 회복되었고, 메이지 유신을 거치며 일본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다.
기원전 약 2만 년 전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에는 사람들이 소를 사냥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으며, 이로부터 인류가 오래전부터 소고기를 먹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야요이 시대에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소고기를 식용하는 문화를 전파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스카 시대 이후 육식금지령이 발령되면서, 소고기를 먹는 문화는 뿌리내리지 못했다. 다만, 에도 시대에는 고가의 보양 식재료로서 일부가 소고기를 섭취한 기록이 남아 있다.
소고기가 일반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것은 메이지 시대 문명개화 이후였다. 당시에는 얇게 썬 소고기를 양념에 조려 먹는 ‘규나베(牛鍋)’가 유행하며, 많은 이들이 소고기의 맛을 경험하게 되었다.
미국식 스테이크가 일본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이며, 먼저 점령하의 오키나와 지역에서 확산된 뒤, 본토로 전파되었다.
일본인은 수십 종의 생선을 즐겨 먹는 데 비해, 주요 육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에 한정되어 있다. 이처럼 육류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점은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사슴, 멧돼지, 토끼 등 ‘지비에’라 불리는 야생 육류가 먹혔으나, 현대에는 일반적으로 유통되기 어렵다. 고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동물은 포획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의 반응을 보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고기로는 말고기, 양고기, 오리(합오리), 고래 베이컨 등이 있다. 더 희귀한 경우에는 개구리, 참새, 사슴, 멧돼지 등을 먹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외에도 곰, 너구리, 악어, 까마귀, 오리, 돌고래 등 이름만 들어도 놀라운 동물들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고기들이 맛있다고 느껴지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식육 문화가 늦게 자리 잡게 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675년에 내려진 육식금지령이다. 이 같은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닭고기는 에도 시대에 들어서면서 일반적으로 섭취되기 시작하였고, 가격이 저렴하고 건강에 좋다는 인식으로 인해 오늘날에는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가 되었다.
돼지고기는 메이지 시대 이후 일반 대중에게 확산되었고, 자주 먹히는 고기가 되었다. 소고기의 경우에는 문명개화 이후 본격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했으며, ‘규나베’라는 조리법이 인기를 끌며 그 맛이 널리 알려졌다.
오늘날 일본에서 식용 고기의 중심은 소, 돼지, 닭이지만, 말고기, 양고기, 오리고기 등도 슈퍼마켓에서 접할 수 있다. 가끔은 이러한 색다른 고기를 시도해 보며 미각의 폭을 넓혀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