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식육의 역사

일본 식육의 역사

고대 사람들은 무엇을 먹었는가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고기 섭취가 이루어져 왔다.
고고학적 유물 가운데는 동물 뼈나 사냥도구가 다수 발견되고 있으며,
이러한 출토물은 당시의 사람들이 사슴, 멧돼지, 토끼 등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7세기에는 불교 전래의 영향을 받아 고기 섭취를 자제하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고기와 생선을 모두 먹는 식생활이 병존했던 것으로 보인다.

불교와 육식 금지

고기를 먹지 않게 된 배경에는 불교 전래에 따른 생명 존중 사상이 있었다.
불교는 일본에 전래된 이래, 점차 국가의 정신적 기반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천황이나 귀족을 비롯해 무사계급에 이르기까지 육식 금기를 따르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특히 고기를 먹지 않는 습관은 천황가를 중심으로 한 궁중 예법과도 결부되어,
소, 말, 개, 원숭이, 닭의 고기를 금하는 칙령이 반복적으로 선포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7세기 후반부터 에도시대까지 이어졌으며,
육식은 공적으로는 금기시되었고, 비공식적으로는 은밀히 이어지는 형태로 유지되었다.

쇠고기 소비의 시작

에도시대 중기 이후, 일본 각지에서 쇠고기를 가공한 약용식품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히코네번에서는 된장에 절인 쇠고기 가공품 '반혼간(反本丸)'을 개발하여
자양강장 식품으로 장군가에 헌상하였으며,
히로시마번 등에서도 쇠고기 조림이나 건조육 등이 ‘약’으로 판매되었다.

또한 농민들 사이에서는 도축 후 남은 쇠고기를 섭취하는 문화도 존재하였다.
이는 공적으로는 금기시되었으나, 실제로는 지역 실정에 따라 현실적으로 소비되었던 사례에 해당한다.

쇠고기 금지의 해제

메이지 유신 이후, 정부는 서양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식생활의 서구화도 정책적으로 장려하였다.
1872년, 메이지 천황이 공식 석상에서 쇠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었으며,
이는 쇠고기 소비가 사회 전반에서 공인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쇠고기 전문 음식점(牛肉店)이 등장하였고,
쇠고기를 사용한 요리법이 일반 가정에도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함께 고기를 식재료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돼지고기 산업의 확장

메이지 후반기부터 대정, 쇼와 초기에 걸쳐,
도쿄를 중심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확대되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도축이 용이하고 사육 비용이 저렴한 돼지의 특성과,
돼지고기가 쇠고기보다 냄새가 덜하고 조리법이 다양하다는 인식 덕분이었다.

이에 따라 각지에서 돼지 사육이 본격화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일본 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가축 정책의 일환으로
양돈 장려정책도 추진되었다.

전후의 변화와 쇠고기 소비의 확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민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자
정부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고기 소비 확대를 적극 장려하였다.

1955년경부터 고도경제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소득 향상과 냉장유통 체계의 정비를 배경으로
쇠고기 소비가 급증하였다.

특히 1960년대 후반부터는 외식문화가 본격화되었으며,
스키야키, 야키니쿠, 햄버그스테이크 등
쇠고기를 사용한 요리가 대중적인 메뉴로 정착하였다.

현대와 앞으로

현대 일본 사회는 식문화가 더욱 다변화되고 있으며,
쇠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대체육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한편, 건강 지향, 동물복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고기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오늘날의 식육 문화는 과거의 식생활 금기와 서구화, 산업화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시대 변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