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마케팅 기초 Ⅱ

제1부. 팬덤 마케팅의 본질: 구매자를 팬으로 바꾸는 힘 제1장. 팬덤

제1부. 팬덤 마케팅의 본질: 구매자를 팬으로 바꾸는 힘

제1장. 팬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1. 마케팅의 진화: Mass Marketing에서 Fandom Marketing으로

인류의 경제 활동 역사에서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래, 기업은 언제나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 물건을 팔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그러나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소비자의 의식 변화는 마케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과거 불특정 다수를 향해 거대한 확성기를 대고 외치던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자들과 깊은 정서적 유대를 맺는 '팬덤 마케팅(Fandom Marketing)'이 비즈니스의 유일한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방법론의 전환이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라 할 수 있다.

1-1. 매스 마케팅의 황금기와 '규모의 경제'

20세기 산업화 시대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던 시기였다. 생산 설비의 혁신으로 제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기업의 지표는 오직 '효율성'과 '점유율'에 집중되었다. 이때 탄생한 개념이 바로 매스 마케팅이다.

매스 마케팅의 핵심 전략은 '표준화'와 '대량 노출'이다.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한 가치를 제공하는 표준화된 제품을 만들고, 이를 TV, 신문, 라디오와 같은 전통적 매체를 통해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 시대의 소비자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를 수용하는 '수동적 객체'에 불과했다.

이 모델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던 시절에는 매우 강력했다. 광고비를 많이 투입할수록 인지도가 올라가고, 인지도가 올라가면 판매량이 늘어나며, 판매량이 늘어나면 생산 단가가 낮아져 다시 광고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태생적으로 '평균의 함정'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적당히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다 보니, 개개인의 취향이나 깊은 욕구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또한, 매체가 제한적이었던 시절에는 유효했으나, 채널이 무한대로 확장된 현대 사회에서는 그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1-2. 타겟 마케팅의 등장: 데이터와 세분화의 시대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마케팅은 제2의 국면인 '세그먼트 마케팅(Segment Marketing)' 혹은 '타겟 마케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변화되면서 더 이상 단일한 메시지로 대중을 설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인구통계학적 특성(나이, 성별, 거주지)이나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잘게 쪼개고, 각 세분 시장에 최적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모두를 위한 것은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라는 명제가 마케팅의 금과옥조가 되었다.

하지만 타겟 마케팅 역시 '거래(Transaction)'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고객을 '데이터의 집합체'로 보고, 알고리즘을 통해 구매 확률이 높은 이들에게 광고를 노출하여 즉각적인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은 효율적이었으나, 고객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정교해지는 타겟팅 광고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광고 차단' 기술을 통해 기업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심리적 거리는 오히려 멀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1-3. 팬덤 마케팅으로의 필연적 이행: 초연결과 가치 소비

이제 마케팅은 제3의 물결, 즉 '팬덤 마케팅'의 시대로 진입했다. 팬덤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강력한 '정서적 애착(Emotional Attachment)'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진화가 일어난 배경에는 세 가지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

첫째, 정보의 비대칭성 붕괴와 신뢰의 이동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가 권위를 가졌으나, 지금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 간의 정보 공유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소비자는 기업의 광고보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타인'의 리뷰를 더 신뢰한다. 이때 단순한 리뷰를 넘어 브랜드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이를 전파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그 어떤 수억 원짜리 광고보다 강력한 파급력을 가진다.

둘째, '소유'에서 '경험'과 '정체성'으로의 소비 가치 변화다.

물질적 풍요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소비는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가 아니다. 내가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느냐가 '내가 누구인가'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었다. 이를 '미닝아웃(Meaning-out)'이라 한다. 팬덤 마케팅은 브랜드에 명확한 페르소나와 철학을 부여함으로써,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의 팬이 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하게 만든다.

셋째, 알고리즘의 한계와 커뮤니티의 귀환이다.

무분별한 정보 과잉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대중은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안전한 커뮤니티'로 숨어들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광장보다, 폐쇄적이지만 깊은 유대를 나누는 밀실(Community)에서의 영향력이 더 커진 것이다. 팬덤 마케팅은 이러한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브랜드와 고객을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묶어낸다.

1-4. 매스 마케팅 vs 팬덤 마케팅: 결정적 차이

팬덤 마케팅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 마케팅 방식과의 구조적 차이를 분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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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 마케팅이 '깔때기(Funnel)' 모델을 따른다면,팬덤 마케팅은 '플라이휠(Flywheel)' 모델을 따른다.

깔때기 모델은 많은 사람을 유입시켜 그중 일부가 구매하게 만드는 선형적 구조인 반면, 플라이휠 모델은 한 명의 열성적인 팬이 새로운 팬을 불러오고, 그 에너지가 다시 브랜드의 동력이 되어 성장이 가속화되는 순환적 구조다.

1-5. 팬덤 마케팅의 심층 기제: '관계'의 연금술

팬덤 마케팅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인간의 근원적인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팬덤은 '사회적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는데, 특정 브랜드의 팬덤에 소속됨으로써 긍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또한, 팬덤 마케팅은 '공동 창조(Co-creation)'의 과정을 거친다. 과거의 마케팅이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팬덤 마케팅은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브랜드의 고민, 심지어는 실패의 기록까지 공유한다. 팬들은 이 과정에 참여하며 브랜드에 자신의 의견이 투영되는 것을 목격하고, 브랜드의 성장을 자신의 성공처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 주인 의식(Psychological Ownership)'이야말로 팬덤 마케팅이 가진 가장 무서운 파괴력이다.

1-6. 마케팅의 종착지는 '사람'이다

매스 마케팅에서 팬덤 마케팅으로의 진화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마케팅이 다시 '인간'을 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숫자와 데이터로 치환되던 소비자가 다시금 감정과 철학을 가진 '인격체'로 대우받기 시작한 것이다.

초경쟁 시대에 기능과 품질의 차별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가격 경쟁은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오직 우리 브랜드만이 줄 수 있는 독보적인 서사, 그리고 그 서사에 공감하며 기꺼이 자신의 삶 일부를 내어주는 팬들만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보장한다.

이제 마케터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알릴까?"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를 사랑하게 만들까?"로 바뀌어야 한다. 구매자는 떠나지만, 팬은 남기 때문이다. 팬덤 마케팅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시장의 패권이 '공급자'에서 '연결된 소비자'로 이동한 시대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다.

2. '좋아요'와 '입덕'의 차이: 데이터 뒤에 숨겨진 감정의 메커니즘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모든 비즈니스 행위가 수치화되는 시대다. 기업의 마케팅 대시보드에는 도달률, 클릭률, 그리고 '좋아요(Like)' 수가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수많은 경영자가 이 화려한 숫자의 잔치에 안도하며 자신의 브랜드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냉혹한 시장의 진실은 다르다. 수백만 개의 '좋아요'를 받은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잊히는가 하면, 수치는 미미해 보여도 강력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위기 속에서 부활하는 브랜드가 존재한다. 그 결정적 차이는 바로 단순한 호감인 '좋아요'와 영혼의 전이 단계인 '입덕(入+Dukhu, 팬덤에 입문함)' 사이의 거리에 있다.

본 절에서는 디지털 지표라는 차가운 데이터 뒤에 숨겨진 인간의 뜨거운 감정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단순 반응이 어떻게 종교적 헌신에 가까운 팬덤으로 승화되는지 그 심층적 기제를 고찰하고자 한다.

2-1. '좋아요'의 휘발성: 반응의 경제학

디지털 환경에서 '좋아요'는 가장 저렴한 화폐다. 엄지손가락을 한 번 까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5초도 되지 않으며, 여기에는 어떠한 경제적 리스크나 심리적 책임감도 따르지 않는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좋아요'는 일종의 '반사적 긍정(Reactive Positivity)'에 가깝다.

뇌의 보상 회로와 도파민:

사용자가 특정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를 때, 뇌는 즉각적인 도파민을 분출한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깊은 애정이라기보다, 새로운 정보나 시각적 자극에 대한 뇌의 생리적 반응이다. 이러한 반응은 자극이 사라지는 순간 함께 휘발된다.

낮은 몰입도(Low Involvement):

'좋아요'는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회적 과시'나, 나중에 다시 보겠다는 '저장'의 의미일 뿐, 브랜드의 철학에 동의한다는 서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의 노예:

오늘날의 '좋아요'는 사용자의 의지보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유도되는 경우가 많다.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이미지에 익숙해져 누르는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따라서 '좋아요' 수치에 매몰된 마케팅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데이터는 풍부하지만, 정작 소비자의 마음속 실체는 텅 비어 있는 '지표의 역설'에 빠지게 된다.

2-2. '입덕'의 심리학: 주체적 투항과 정체성의 확장

반면, '입덕'은 차원이 다른 현상이다. 이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특정 대상(브랜드, 아티스트, 서비스)을 자신의 자아 세계 안으로 받아들이는 '정체성 동화(Identity Assimilation)' 과정이다. '입덕'하는 순간, 소비자는 더 이상 객관적인 관찰자가 아닌, 브랜드와 운명을 함께하는 '내부자'가 된다.

문턱 효과(Threshold Effect):

'입덕'에는 반드시 계기가 존재한다.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서사(Narrative)나 가치관이 나의 결핍을 채워주거나 나의 지향점과 일치하는 순간 '문턱'을 넘게 된다. 이 문턱을 넘는 행위는 능동적이며 자발적인 '투항'이다.

의사사회적 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

팬들은 브랜드나 창업자를 마치 실제 지인이나 친구처럼 느낀다. 테슬라의 팬들이 일론 머스크의 트윗에 일희일비하고, 애플의 팬들이 스티브 잡스의 유산을 수호하려 노력하는 것은 그들과 심리적 유대감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거래 관계'가 '인간적 관계'로 치환되었음을 의미한다.

확증 편향의 긍정적 활용:

입덕한 팬의 뇌는 브랜드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브랜드가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보완해주려 노력하며, 외부의 비판으로부터 브랜드를 방어한다. 이때 발생하는 심리적 보상은 도파민을 넘어선, 안정과 유대의 호르몬인 옥시토신(Oxytocin)에 기반한다.

2-3. 데이터가 놓치는 것들: '맥락'과 '서사'

데이터는 '무엇(What)'이 일어났는지는 말해주지만, '왜(Why)' 일어났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1만 개의 '좋아요'와 1개의 진심 어린 팬레터 중 비즈니스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감정의 밀도:

데이터는 감정의 크기를 측정할 수 없다. 100명이 적당히 좋아하는 것보다, 1명이 미치도록 열광하는 것이 팬덤 마케팅에서는 더욱 가치 있다. 그 1명이 자발적인 전도사가 되어 나머지 100명을 설득하기 때문이다.

서사의 공유:

'입덕'의 메커니즘은 스토리텔링에 의존한다. 브랜드가 겪은 고난, 극복의 과정, 그리고 지향하는 꿈이 소비자 자신의 인생 궤적과 겹칠 때 데이터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2-4. '입덕'을 유도하는 감정의 트리거

그렇다면 어떻게 단순 구매자를 '입덕'의 단계로 이끌 것인가? 여기에는 세 가지 핵심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첫째, 결핍의 공유와 취약성(Vulnerability)의 노출이다.

완벽한 브랜드는 동경의 대상은 될 수 있어도 팬덤의 대상은 되기 어렵다. 팬덤은 브랜드의 '빈틈'을 발견하고 그 빈틈을 팬들이 채워줄 수 있다고 느낄 때 강력해진다. 브랜드가 자신의 한계를 고백하고 팬들의 도움을 구하는 과정에서 팬들은 '효능감'을 느끼며 입덕하게 된다.

둘째, 배타적 소속감과 상징(Symbol)의 부여다.

팬덤은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경계에서 강화된다. 팬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은어, 독특한 굿즈, 특정 커뮤니티 활동은 소속감을 고취한다.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집단 생존 본능'을 자극하여 브랜드 이탈을 심리적으로 차단한다.

셋째, 가치 전도사로서의 자부심이다.

내가 이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거나, 나의 윤리적 우월성을 증명해 줄 때 소비자는 열광한다. 파타고니아의 팬들이 제품의 낡은 보풀을 훈장처럼 여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5. 숫자를 넘어 마음의 궤적을 쫓아야 한다

결국 초경쟁 시대의 생존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보유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궤적을 남겼는가'에 달려 있다. '좋아요'는 시장의 온도계일 뿐이지만, '입덕'은 시장의 엔진이다.

마케터와 기업가는 대시보드 위의 차가운 그래프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외로움, 소속감에 대한 갈망,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에 '입덕'하는 순간, 마케팅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닌 '문화'가 되며, 제품은 '물건'이 아닌 '상징'이 된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모든 진실을 말해주지도 않는다. 진정한 생존 전략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차가운 머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뜨거운 서사에서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팬덤 경제(Fandom Economy)의 규모와 가치

과거 팬덤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추종하는 특정 하위문화(Subculture)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팬덤은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경제 전반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소위 '팬슈머(Fansumer)'라 불리는 이들이 주도하는 팬덤 경제(Fandom Economy)는 단순한 소비 현상을 넘어, 기업의 자본 구조와 시장의 가치 평가 기준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초경쟁 시대에 팬덤은 더 이상 '보너스'가 아닌,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과 폭발적 성장을 담보하는 가장 강력한 경제적 자산이다.

3-1. 팬덤 경제의 정의와 가속화 배경

팬덤 경제란 특정 대상(브랜드, 인물, 콘텐츠 등)에 대한 강력한 유대감과 지지를 바탕으로 형성된 경제 생태계를 의미한다. 이는 제품의 기능적 효용보다 정서적 만족과 소속감을 위해 지갑을 여는 '가치 중심적 경제'다.

이러한 경제 모델이 급격히 팽창한 배경에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플랫폼의 진화'가 있다. 과거에는 팬들이 모일 공간이 제한적이었으나,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 플랫폼의 발달로 전 세계의 팬들이 실시간으로 결집하고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며 경제적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제 팬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집단이 아니라, 투자를 결정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짓는 '권력 집단'으로 진화했다.

3-2. 정량적 가치: 숫자로 증명되는 팬덤의 위력

팬덤 경제의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시장의 절대적 크기다. 현대경제연구원 및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팬덤을 기반으로 한 시장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선 확장성:

K-POP을 필두로 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팬덤 경제 가치는 이미 수조 원대를 상회한다. 단순히 앨범과 공연 티켓 판매를 넘어,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굿즈, 게임, 메타버스 서비스 등 2차, 3차 파생 시장이 본체보다 커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LTV(고객 생애 가치)의 비약적 상승:

일반 고객의 생애 가치가 선형적으로 증가한다면, 팬의 생애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브랜드에 강한 정서적 유대를 느끼는 팬은 일반 고객보다 해당 브랜드에 2배 이상의 지출을 하며, 브랜드 이용 기간 또한 훨씬 길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마케팅 비용의 자본화:

기업이 매년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는 목적은 인지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팬덤이 구축된 기업은 팬들이 자발적으로 마케팅(UGC 생산, 자발적 입소문)을 수행하므로, 마케팅 비용이 '매몰 비용(Sunk Cost)'이 아닌 '축적 자산(Accumulated Asset)'으로 변모한다. 이는 영업이익률의 획기적인 개선으로 이어진다.

3-3. 정성적 가치: 무형 자산으로서의 팬덤

팬덤 경제의 진정한 무서움은 장부상에 기록되지 않는 무형의 가치에 있다. 이는 기업의 생존 체력을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첫째, 자발적 홍보대사(Advocacy)의 역할이다.

초경쟁 시대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광고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팬들의 진심 어린 추천은 강력한 신뢰를 형성한다. 팬들은 신규 고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며, 'CAC(신규 고객 획득 비용)'를 혁신적으로 낮춰준다.

둘째, 혁신의 공동 제작자(Co-creator) 가치다.

팬들은 브랜드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제안이나 레고(LEGO)의 '아이디어' 플랫폼처럼 팬들의 피드백이 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구조는 기업에 가장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R&D 센터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셋째, 위기 방어 기제(Resilience)로서의 역할이다.

경제 위기나 브랜드의 실수 상황에서 팬덤은 가장 먼저 방어막을 형성한다. 이들은 무분별한 비난으로부터 브랜드를 보호하고, 브랜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적, 심리적 여유를 제공한다. 이러한 '회복 탄력성'은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현대 경영 환경에서 무엇보다 귀한 가치다.

3-4. 팬덤이 창출하는 '네트워크 효과'와 생태계

팬덤 경제는 단일 제품의 판매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한 명의 팬이 유입되면 그가 가진 사회적 관계망 속의 타인들에게 영향이 전파되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발생한다.

특히 현대의 팬덤 경제는 '플랫폼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위버스(Weverse)나 디어유 버블(DearU bubble)과 같은 플랫폼은 팬덤을 한곳에 가두는 가두리 양식장 역할을 하며, 이곳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와 결제는 고스란히 기업의 독점적 이익으로 귀속된다. 팬덤이 결집할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상승하고, 상승한 가치가 다시 더 많은 팬을 불러모으는 '플라이휠(Flywheel)' 효과가 팬덤 경제의 핵심 작동 원리다.

3-5. 팬덤 경제의 명암과 지속 가능한 경영

물론 팬덤 경제가 장점만 가진 것은 아니다. 팬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들의 요구사항은 까다로워지며, 기업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그 비난의 화살은 일반 대중보다 훨씬 날카롭고 치명적이다. 이른바 '팬덤의 권력화'에 따른 리스크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팬덤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익화(Monetization)'를 넘어, 팬들에게 어떤 가치와 보상을 돌려줄 것인가에 대한 '수혜의 호혜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팬들을 단순히 돈을 지불하는 지갑으로 보는 순간, 팬덤 경제는 붕괴하기 시작한다.

3-6. 팬덤은 미래 경제의 새로운 기축 통화

결론적으로 팬덤 경제는 초경쟁 시대에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다. 품질과 가격의 차별화가 한계에 다다른 지금, '우리 브랜드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곧 '우리 기업의 시가총액이 얼마인가'라는 질문과 동의어가 되었다.

전 세계의 자본은 이제 효율적인 공장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강력한 팬덤을 거느린 브랜드로 모여들고 있다. 팬덤 경제는 단순한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열망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문법이다. 이 문법을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는 기업만이 다가올 거대한 경제적 변곡점에서 생존을 넘어선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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