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마케팅 기초 Ⅶ

제7장. 팬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인가?

제3부. 실전! 팬덤 마케팅 플랫폼과 툴

제7장. 팬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인가?

1. SNS 플랫폼별 팬덤 공략법: X(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의 생태계와 전략

초경쟁 시대의 팬덤 구축은 단순히 '무엇을 말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어디서 누구와 호흡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각각의 디지털 플랫폼은 고유의 문법(Algorithm)과 사용자 정서(Vibe)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팬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가 모든 플랫폼에서 동일한 메시지를 복사하여 배포하는 전략은 팬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진정한 팬덤 경영은 플랫폼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그 안에서 팬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브랜드의 서사를 변주하는 '플랫폼 맞춤형 공략'에서 시작된다. 본 절에서는 팬덤 형성의 3대 거점인 X, 인스타그램, 틱톡을 중심으로 각 플랫폼의 심층 기제와 팬덤 구축 전략을 고찰한다.

1-1. X(구 트위터): 실시간 정보와 깊은 '덕질'의 성지

X는 텍스트 중심의 휘발성이 강한 플랫폼처럼 보이지만, 팬덤의 관점에서는 가장 밀도 높은 결속력을 자랑하는 '심층 덕질'의 공간이다. 정보의 전파 속도가 가장 빠르며,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취향 중심의 네트워크가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다.

① 소통의 문법: '알티(RT)'와 '쓰레드'를 통한 서사 확장

X 팬덤의 핵심은 자발적인 확산이다. '리트윗(RT)' 기능을 통해 팬들은 브랜드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파하며, '쓰레드(Thread)'를 활용해 브랜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나 자신만의 팬 서사를 길게 이어 나간다. 브랜드는 팬들이 리트윗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한 줄의 문장'이나 '결정적 이미지'를 제공해야 한다.

② 전략적 접근: 브랜드 페르소나의 '실시간' 반응성

X의 팬들은 브랜드가 자신들과 같은 언어를 쓰고, 실시간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에 열광한다. 공식적인 공지사항보다는 유머러스한 답변, 팬들의 게시물에 대한 인용 리트윗, 그리고 소위 '병맛'이라 불리는 파격적인 소통이 팬덤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이곳에서 브랜드는 권위를 내려놓고 팬들과 함께 노는 '가장 똑똑하고 유쾌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

③ 팬덤 방어와 화력 집결

X는 위기 상황에서 팬덤의 화력이 가장 빠르게 집결되는 곳이기도 하다. 브랜드에 대한 오해가 생겼을 때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여론을 반전시키는 동력은 대부분 X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브랜드는 X의 실시간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며 팬덤의 정서를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1-2. 인스타그램(Instagram): 시각적 동경과 라이프스타일의 큐레이션

인스타그램은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다. 이곳에서의 팬덤은 브랜드의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가 제안하는 '미학(Aesthetics)'과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며 형성된다.

① 소통의 문법: 피드(Feed)는 '갤러리', 스토리(Stories)는 '대화'

브랜드의 공식 피드는 일관된 톤앤매너를 유지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갤러리 역할을 해야 한다. 반면, 24시간 후 사라지는 스토리는 브랜드의 뒷이야기(Behind the scenes), 제작 과정, 팬들과의 즉각적인 문답(Q&A)을 통해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② 전략적 접근: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구축

인스타그램 팬들은 자신이 선망하는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피드에 전시함으로써 정체성을 확인한다. 브랜드는 팬들이 자신의 계정에 올리고 싶을 만큼 감각적인 비주얼과 굿즈, 그리고 팝업 스토어와 같은 '오프라인 인증샷'의 요소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태그'와 '공유'는 인스타그램 팬덤이 자부심을 표출하는 핵심 방식이다.

③ 릴스(Reels)를 통한 우연한 발견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릴스를 통해 기존 팔로워를 넘어선 잠재적 팬들에게 브랜드를 노출한다. 숏폼 형식을 취하되 인스타그램 특유의 감각적인 편집과 음악을 결합하여, 브랜드의 세계관을 15초 내외의 강렬한 시각적 경험으로 전달해야 한다.

1-3. 틱톡(TikTok): 참여형 밈(Meme)과 알고리즘의 파괴력

틱톡은 팬들을 '구경꾼'에서 '참여자'로 만드는 데 가장 특화된 플랫폼이다. 정교하게 꾸며진 영상보다는 투박하더라도 재미있고 따라 하기 쉬운 콘텐츠가 주를 이루며, 강력한 알고리즘을 통해 팔로워 수와 상관없이 누구나 글로벌한 화제를 모을 수 있다.

① 소통의 문법: 챌린지와 '듀엣(Duet)'을 통한 공동 창조

틱톡 팬덤은 브랜드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콘텐츠를 재가공하여 자신만의 영상을 만드는 것에 열광한다. 해시태그 챌린지나 듀엣 기능을 통해 팬들이 브랜드의 서사에 직접 몸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② 전략적 접근: '날 것'의 진정성과 속도감

틱톡에서는 완벽한 영상미보다 '진정성(Authenticity)'이 중요하다. 직원이 직접 출연하여 춤을 추거나, 제품의 의외의 사용법을 보여주는 등 격식 없는 소통이 팬들의 호감을 산다. 유행하는 음원(ASMR, 인기 팝송)이나 밈을 발 빠르게 브랜드 콘텐츠에 녹여내는 순발력이 팬덤 확산의 관건이다.

③ 알고리즘 중심의 팬 유입

틱톡의 '추천(For You)' 탭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사를 정교하게 분석하여 브랜드를 노출한다. 이는 브랜드가 특정 서브컬처 팬덤에게 다가가는 지름길이 된다. 브랜드는 대중적인 마케팅보다는 특정 취향을 저격하는 '뾰족한 콘텐츠'를 통해 코어 팬덤을 확보하고, 그들이 만드는 바이럴의 힘을 빌려 대중으로 확산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1-4. 플랫폼 믹스(Platform Mix) 전략: 옴니채널 팬덤 경영

진정한 팬덤의 시너지는 각 플랫폼의 특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발생한다.

X에서 실시간으로 팬들의 의견을 묻고(Poll),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작 중인 시제품의 감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동경을 자극하고,

틱톡에서 해당 제품을 활용한 재치 있는 챌린지를 열어 팬들의 참여를 폭발시키는 방식이다.

브랜드의 핵심 철학은 유지하되, 각 플랫폼의 문법에 맞게 '멀티 페르소나'를 운영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팬들은 플랫폼마다 다른 브랜드의 매력을 발견하며 더욱 깊은 몰입의 단계로 빠져들게 된다.

1-5. 플랫폼은 도구가 아니라 팬들의 '삶의 터전'이다

초경쟁 시대의 마케터는 플랫폼을 단순히 메시지를 뿌리는 채널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곳은 팬들이 거주하고, 대화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디지털 삶의 터전'이다. X의 날카로운 소통, 인스타그램의 아름다운 동경, 틱톡의 유쾌한 참여를 이해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팬들의 세계에 진입할 수 없다.

각 플랫폼의 심장부로 들어가 팬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이 노는 방식에 기꺼이 동참하라. 플랫폼별로 최적화된 팬덤 공략법은 브랜드라는 배가 디지털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며 더 많은 팬이라는 섬들을 연결하게 만드는 가장 정교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2. 폐쇄형 커뮤니티와 플랫폼: 디스코드, 위버스, 카카오톡 오픈채팅의 전략적 활용

초연결 사회의 정보 과잉은 역설적으로 소외와 피로를 낳았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SNS(X, 인스타그램 등)가 브랜드의 인지도를 넓히는 ‘광장’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이제 팬덤 경영의 진정한 승부처는 특정 자격을 갖춘 이들만이 모여 깊은 유대를 나누는 ‘밀실’, 즉 폐쇄형 커뮤니티(Closed Community)로 옮겨가고 있다.

초경쟁 시대에 팬들이 갈망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화려한 전시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언어가 통용되고 취향이 보호받는 안전한 아지트다. 본 절에서는 디스코드, 위버스,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대표적인 폐쇄형 플랫폼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브랜드가 이를 통해 어떻게 ‘난공불락의 팬덤 요새’를 구축할 수 있는지 그 전략적 메커니즘을 고찰한다.

2-1. 폐쇄성의 역설: 왜 팬들은 숨어드는가?

개방형 플랫폼이 ‘확산’에 최적화되어 있다면, 폐쇄형 플랫폼은 ‘결속’에 최적화되어 있다. 팬들이 폐쇄형 공간으로 모여드는 배경에는 세 가지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다.

디지털 부족주의와 배타적 소속감:

인간은 본능적으로 ‘우리’와 ‘그들’을 구분할 때 소속감을 강하게 느낀다. 입장 코드가 필요하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그 자체로 구성원들에게 선민의식과 유대감을 부여한다.

심리적 안전지대(Safe Harbor)의 확보:

개방된 광장에서는 소위 ‘헤이터(Hater)’나 무분별한 비판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팬들은 오직 호의적인 이들만 모인 공간에서 비로소 자신의 열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덕질’의 즐거움을 향유한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희소 가치:

폐쇄형 플랫폼에서만 공유되는 정보, 이벤트, 혜택은 팬들에게 강력한 보상으로 작용한다. "남들은 모르는 것을 우리만 알고 있다"는 감각은 팬덤의 활동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된다.

2-2. 디스코드(Discord): 실시간 상호작용과 거버넌스의 성지

게이머들의 소통 도구로 시작된 디스코드는 이제 웹 3.0(Web 3.0) 시대 팬덤 관리의 표준이 되었다. 텍스트, 음성, 화상 통화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 플랫폼은 브랜드가 팬들과 실시간으로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가장 적합하다.

① 구조적 특징: 서버와 채널을 통한 체계적 분업

디스코드는 하나의 ‘서버’ 안에 수많은 주제별 ‘채널’을 생성할 수 있다. 이는 팬덤 내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한다. 공지사항 채널, 자유 수다 채널, 제품 제안 채널, 팬 아트 채널 등으로 세분화된 구조는 팬들이 자신의 기여 방식에 따라 적재적소에서 활동하게 만든다.

② 역할(Role) 부여를 통한 계급과 명예의 설계

디스코드의 가장 강력한 기능은 ‘역할’ 부여다. 팬들의 활동량, 기여도, 보유 자산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의 칭호와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이는 앞서 다룬 ‘팬덤의 등급화’를 시각적이고 즉각적으로 구현하며, 팬들이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에 헌신하게 만드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요소로 작동한다.

③ 브랜드의 전략: 투명한 ‘빌딩 인 퍼블릭(Build in Public)’

디스코드는 브랜드의 제작 과정을 팬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기에 최적이다. 기획안의 초안을 던지고 팬들의 투표를 받거나, 음성 채널에서 창업자가 직접 팬들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과정은 팬들에게 ‘공동 창조’의 효능감을 극대화해 전달한다.

2-3. 위버스(Weverse): 수직적 통합과 팬덤 경제의 허브

하이브(HYBE)가 구축한 위버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브랜드가 꿈꾸는 ‘자체 플랫폼’의 이상향을 제시한다. 콘텐츠 소비, 커뮤니티 소통, 커머스(상품 판매)가 하나의 앱 안에서 이루어지는 수직적 통합 모델이다.

① 플랫폼의 주도권 확보: 탈(脫) 알고리즘 마케팅

개방형 SNS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따라 브랜드의 메시지가 팬들에게 도달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위버스와 같은 자체 플랫폼은 브랜드가 직접 통제권을 갖는다. 팬들의 데이터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으며, 외부 환경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팬덤과 직접적인 관계(D2C, Direct to Fan)를 맺을 수 있다.

② 아티스트(브랜드)와 팬의 직접 소통

위버스의 핵심은 ‘모먼트’와 ‘포스트’다. 브랜드의 핵심 인물이나 아티스트가 직접 글을 남기고 팬의 댓글에 반응하는 구조는 팬들에게 ‘나만을 위한 특별한 소통’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는 팬덤의 충성도를 공고히 하는 가장 강력한 정서적 접착제다.

③ 수익화 모델의 완성: 멤버십과 커머스

무료 팬덤을 유료 멤버십으로 전환하는 정교한 모델을 제공한다. 멤버십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독점 콘텐츠와 굿즈 구매권은 팬덤 경제의 규모를 확장하며, 커머스 플랫폼인 ‘위버스샵’과의 연동은 팬심이 즉각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놓는다.

2-4. 카카오톡 오픈채팅: 접근성과 실시간 정보의 속도전

한국 시장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은 가장 낮은 문턱과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폐쇄형 커뮤니티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전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내에서 즉각적으로 ‘부족’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① 접근의 용이성과 ‘휘발성 유대’

오픈채팅은 가입과 탈퇴가 매우 자유롭다. 이는 신규 팬들이 부담 없이 커뮤니티 분위기를 탐색하는 ‘진입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실시간 채팅 기반이기에 브랜드와 관련된 최신 뉴스나 긴급한 이슈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반응이 일어난다.

② 정보 공유의 밀도와 ‘고독방’ 문화

텍스트보다 이미지와 정보 공유에 집중하는 ‘고독방’이나 특정 주제에 매몰된 소규모 채팅방은 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제품의 재고 정보, 할인 혜택 등을 팬들이 서로 실시간으로 제보하며 ‘서로를 돌보는 커뮤니티’의 기능을 수행한다.

③ 브랜드의 전략: 마이크로 타겟팅과 게릴라 소통

브랜드는 수만 명의 거대 커뮤니티 외에도 지역별, 관심사별로 잘게 쪼개진 마이크로 오픈채팅방을 운영할 수 있다. 소수 정예 팬들과의 밀접한 게릴라 소통은 대형 플랫폼이 주기 어려운 ‘개인화된 관리’의 느낌을 선사한다.

2-5. 어떤 ‘둥지’를 틀 것인가?

폐쇄형 플랫폼의 선택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팬덤의 성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팬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참여형 거버넌스’를 중시한다면 디스코드가 정답이다.

브랜드의 콘텐츠와 커머스를 통합하여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위버스 형태의 자체 플랫폼을 지향해야 한다.

팬들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여 ‘실시간 소통과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면 카카오톡 오픈채팅이 유효하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흐르는 ‘관계의 밀도’다. 폐쇄형 커뮤니티는 팬들을 가두는 가두리 양식장이 아니라, 외부의 간섭 없이 팬들이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안전한 둥지’가 되어야 한다. 초경쟁 시대, 광장에서 외치는 수만 번의 광고보다 폐쇄형 커뮤니티에서 팬들과 나누는 한 번의 진심 어린 대화가 브랜드의 영속성을 결정짓는 마법의 열쇠가 될 것이다.

3. 데이터로 읽는 팬덤의 온도: 팬덤 지표 측정법 (NPS, LTV, Engagement Rate)

초경쟁 시대의 경영에서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경영학의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팬덤이라는 정서적 영역을 다룰 때, 과거의 방식처럼 단순 매출액이나 시장 점유율(Market Share)만을 측정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매출은 결과일 뿐, 팬덤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온도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팬덤 경영에서의 데이터는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브랜드와 팬 사이의 '관계의 깊이'를 읽어내는 해석학적 도구여야 한다.

본 고에서는 팬덤의 온도를 정교하게 측정하는 세 가지 핵심 지표인 NPS(순고객추천지수), LTV(고객생애가치), Engagement Rate(참여율)를 중심으로, 데이터 뒤에 숨겨진 팬들의 진심을 읽어내는 법을 고찰한다.

3-1. NPS(Net Promoter Score): 옹호의 강도를 측정하다

팬덤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자발적 방어와 확산이다. 이를 측정하는 가장 직관적이고 강력한 지표가 바로 NPS다. NPS는 단순한 만족도(Satisfaction)와는 궤를 달리한다. 만족한 고객은 떠날 수 있지만, 추천하는 고객(Promoter)은 남기 때문이다.

① NPS의 메커니즘과 계산법

NPS는 "우리 브랜드를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할 의향이 얼마나 있습니까?"라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0점에서 10점 사이의 점수를 부여받으며, 고객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추천 고객(Promoters, 9~10점): 브랜드의 열렬한 팬이자 자발적 앰배서더.

중립 고객(Passives, 7~8점): 만족은 하지만 경쟁사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집단.

비추천 고객(Detractors, 0~6점): 브랜드에 불만을 품고 부정적인 입소문을 퍼뜨리는 잠재적 위험 요소.

NPS = (% 추천 고객}) - (% 비추천 고객)

② 팬덤 경영에서의 NPS 해석

팬덤이 견고한 브랜드는 NPS가 단순히 높은 것을 넘어, 추천 고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7~8점의 중립 고객을 9~10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팬덤 마케팅의 핵심 과제다. 중립과 추천의 1점 차이는 '이성적 만족'이 '정서적 애착'으로 변하는 임계점이기 때문이다. NPS가 높다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브랜드를 위해 싸워줄 전사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3-2. LTV(Lifetime Value): 팬덤의 재무적 가치를 증명하다

팬덤은 브랜드의 경제적 해자(Moat)다. 팬 한 명이 평생에 걸쳐 브랜드에 기여하는 총 가치인 LTV는 팬덤이 단순한 '인기'를 넘어 얼마나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인지를 보여준다.

① LTV의 계산과 팬덤 효과

LTV는 보통 다음과 같은 산식으로 도출된다.

LTV = 평균 구매 가치 ×평균 구매 빈도 ×평균 고객 수명

팬덤이 구축되면 이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상승한다. 팬은 일반 고객보다 더 비싼 프리미엄 라인을 구매하고(Value), 더 자주 방문하며(Frequency), 브랜드와 더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한다(Retention).

② CAC와의 관계: 수익성의 황금비율

팬덤 경영의 성공 여부는 LTV를 신규 고객 획득 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으로 나눈 비율에서 결정된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여 CAC가 낮아지고, 팬들의 충성도로 LTV가 높아지면 기업의 이익 구조는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된다. 초경쟁 시대에 생존하는 기업은

LTV / CAC

비율을 건강하게 유지함으로써 마케팅 비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3-3. Engagement Rate(참여율): 관계의 박동을 느끼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좋아요'나 '팔로워' 수는 허영 지표(Vanity Metrics)에 불과할 수 있다. 팬덤의 진정한 활력은 브랜드의 콘텐츠나 활동에 팬들이 얼마나 깊이 반응하고 개입하는지를 보여주는 참여율(Engagement Rate)에서 드러난다.

① 양보다 질: 유의미한 상호작용

참여율을 계산할 때는 단순히 노출 대비 클릭이 아니라, 댓글(Comment), 공유(Share), 저장(Save)과 같이 에너지가 투입되는 행동에 가중치를 두어야 한다.

팬덤이 살아있는 커뮤니티는 댓글의 길이가 길고, 팬들끼리의 대화가 브랜드 계정 아래에서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는 브랜드가 팬들의 일상에서 '대화의 주제'가 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② 참여율의 하락이 보내는 경고

참여율의 급격한 하락은 팬덤의 노화나 소외를 의미한다. 브랜드가 일방적인 광고만 송출하거나 팬들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을 때 참여율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따라서 이 지표는 팬덤의 온도가 식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가장 빠른 조기 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이다.

3-4. 지표의 통합과 해석: 데이터 뒤의 맥락 읽기

이 세 가지 지표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연결되어 팬덤의 '입체적 지도'를 그린다.

NPS가 높은데 LTV가 낮다면:

팬들은 브랜드를 좋아하지만, 구매할 만한 매력적인 제품군이나 수익 모델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정서적 팬덤과 비즈니스의 불일치)

LTV는 높은데 참여율이 낮다면:

브랜드가 습관적 구매를 유도하고는 있으나, 팬들과의 정서적 유대가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경쟁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 같은 충성도다.

참여율은 높은데 NPS가 낮다면:

소통은 활발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불만이나 논란이 많다는 의미다. '악플도 관심'인 상황으로, 빠른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

3-5. 데이터는 지도일 뿐, 목적지는 '사람'이다

초경쟁 시대에 데이터로 팬덤의 온도를 측정하는 행위는 차가운 통계학이 아니라 따뜻한 인류학에 가까워야 한다. NPS, LTV, 참여율이라는 숫자는 우리 브랜드가 팬들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소중한 단서다.

데이터를 맹신하여 팬들을 숫자로 치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는 팬들의 불편함을 발견하고, 그들의 헌신에 보답하며, 더 나은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도구여야 한다.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팬들의 진심에 가닿을 때, 브랜드는 데이터로도 측정할 수 없는 영속적인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다. 결국 가장 위대한 팬덤 지표는 데이터 시트 위가 아니라, 브랜드의 위기 때 발 벗고 나서주는 팬의 눈빛과 진심 어린 격려 속에 있다.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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