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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식당의 미래

식육마케터 김태경 Ph.D

  

삼겹살 식당의 미래

                                    건국대학교 축산경영 연구소 식육마케터 김태경 Ph.D    

2018년 10월부터 돈가가 급락하고 있다. 한돈 협회등 생산자들은 미중국 무역전쟁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으로 수출될 돼지고기가 우리나라로 밀려 들어와 공급과잉으로 돈가가 하락하는 거라고 이야기 한다. 생산자들의 예측대로라면 비축을 하고 수입이 줄어 들면 가격은 다시 곧 회복될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해서 돼지고기를 안 먹기 시작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2018년 1인당 돈육 소비는 2017년 보다 조금 늘었다.

아직은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어서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삼겹살로 대표되는 구이 외식 시장에서의 돈육 소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HMR, 단체 급식등 비자발적 육류 소비가 늘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인기 품목이던 삼겹살, 목심의 소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앞다리, 뒷다리등의 비선호 부위 저지방 부위의 소비가 늘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게 우리나라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던 등심도 돈가스 시장의 확산으로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수입산 등심도 유통되기 시작했다. 2018년 돈가 하락은 수입등 공급과잉이나 돈육 전체 소비의 둔화가 원인이 아니라 지난 40년간 돈육시장의 대표 인기 품목이던 삼겹살의 소비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조심스로운 추측을 해 본다.    

육류 소비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고 있다.

퇴근 후 상식처럼 받아 들였던 직장 동료들과의 ‘삼겹살에 소주 한잔’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고기 구이집은 아직도 그 시절 모습 그대로다. 

삼겹살 구이 식당 중 매출이 나아지고 있는 식당은 전체의 10%가 안될 거다.

2018년이나 2019년 들어와서 삼겹살 프랜차이즈중 활기차게 가맹점을 확장하는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페이스북에 프랜차이즈 대표님이 새로 가맹했다고 가맹 계약서 도장 찍어서 포스팅하는 건 이미 가맹점 개설의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거다. 가만히 생각해 봐라 한참 가맹 사업 잘될 때는 대표도 자기 가맹점이 어디에 생기는지 모르게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었는데 이제는 페이스북에 대표가 포스팅을 할 정도로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서울 광화문이나 무교동등 당시에 핫플레이스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삼겹살집 어언 40년을 특별하게 큰 변화없이 돼지고기를 서민의 고기니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고기니 하는 위치까지 성장시키면서 장사를 잘해 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ME TOO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삼겹살 회식이 줄어 들고 있다.    

삼겹살 구이집이 처음 우후죽순처럼 생기던 1970년대후반에는 갑자기 경제가 성장하고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쇠고기 값이 급등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찾아낸 부위가 냉동 삼겹살이었다. 진한 기름의 삼겹살 맛은 도수 20도가 넘었던 소주 안주로 딱이었을거다. 정육점에서 고기만 받아서 불판에 구워만 주면 되니 음식솜씨가 없어도 식당 개업이 가능했다. 이런 패턴이 IMF, 리먼 브라더스 금융 위기, 구조조정, 조기은퇴등으로 자영업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아이템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삼겹살 식당이 너무 많고 그렇게 좋아하던 삼겹살보다 더 맛있고 더 먹고 싶은 식당들이 많아졌다. 당연히 삼겹살식당들은 같은 업종은 물론 타 업종간의 경쟁으로 장사가 더욱 안된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삼겹살은 더 이상 품질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생산측면에서 품질의 변화가 없으니 숙성이니 뭐니해서 사용자가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들을 해 왔다. 새로운 스펙을 찾는 노력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겹살 구이 식당의 컨셉이나 포지셔닝은 큰 변화가 없었다. 물론 젊은 외식 기획자들에 의해서 새로운 인테리어나 디자인의 삼겹살구이집이 생겨 나고 성업중이지만 본질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거다. 필자는 삼겹살 구이집을 해방이후 압축성장의 우리나라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새로운 형태의 외식업이라고 본다.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식당의 개념보다 술집이 개념이 더 크다. 농담처럼 이야기하면 압축성장의 산업화 시절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신흥 종교의 집회 장소였다.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다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매일밤의 회식은 술과 고기가 넘쳐 나는 제례 행사, 축제, 페스티벌의 장이었다.

이제 축제는 끝났다.  

지난 40년간 즐기던 축제를 끝나고 쓸쓸히 지난 시간을 돌아 보는 프리미엄 에이지와 탐식( )으로 레트로 음식을 찾은 이들의 기호식으로 남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제 새로운 삼겹살식당이 필요하다.

국내 최고의 삼겹살 식당이 몇해전  삼겹살의 패밀리레스토랑이라는 컨셉을 표방했다.

그후 별 말이 없다. 인테리어가 술집 분위기, 위치가 다 먹자골목이니 가족이 편하게 들려 삼겹살 먹을 분위기가 아니다. 삼겹살식당의 시작은 분명 직장 동료들끼리의 회식이었다. 격하게 일하고 지친 영혼을 서로 위로하는 자리가 삼겹살 회식이었다면 이제 삼겹살식당은 각자의 삶에 지친 가족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  맛있고 시그니처한 점심 메뉴가 있는 동네 식당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배고픔과 탐식에 대한 욕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배고픈 자에게는 위로가 되는 삼겹살 식당

탐식가에게는 새로운 체험이 되는 삼겹살 식당을 만들면 이 정글같은 경쟁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삼겹살은 쉽게 살아지지 않을거다.

구이 중심의 삼겹살이 다양한 요리와 베이컨등 서구적 육가공품으로 지속적으로 우리의 배고픔과 탐식의 식생활속에 살아 있을거다.     

김태경 Ph.D

식육마케터, 식육역사학자, 30년간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식육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롯데 후레쉬포크등 브랜드 돈육을 만들고  T.G.I.F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찹스테이크등 메뉴 기획을 했다. 만덕식당, 모두의 한우, 제주 숙성도에 숙성기술을 전수하고 지금은 고기에 관한 역사를 찾아서 소개하는 일과 어려운 식당 재활사업, 청년 기업들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돼지브랜드 경영지침서, 삼겹살의 시작 (2019.4월 출판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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