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육마케터 김태경 Ph.D
삼겹살의 시작이 드디어 책으로 출판되어 내 손에 들어 왔다.
기획부터 출판까지 2년이 걸린 책이다.
책을 출판하면서 매번 느끼는 건데 늘 만족도가 떨어진다.
원고도 더 잘 쓸 수 있었던 것 같고
표지 디자인도 책 제목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책을 출판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삼겹살의 시작 역시 부끄럽다.
식육 마케터로 30년을 살면서
나 만큼 삼겹살을 많이 생각하고 삼겹살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 본 사람을 없을 거다.
식육마케팅이라는 것이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는 거다.
시장에서의 주요 마케팅 대상은 삼겹살이다.
아니 삼겹살은 돼지고기를 대표한다.
삼겹살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음식이다.
삼겹살 만큼 전국 어디에서나 인기있고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유행한 음식은 그렇게 많지 않다.
년간 약 3000만두분의 삼겹살을 소비하면서 우리가 삼겹살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왜? 삼겹살을 자꾸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걸까?
황교익도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면서 삼겹살에 대해서 슬픈 역사니 하면서 소설을 쓰고 방송국에서는 검은 삼겹살이라고 마치 다른 나라에서 버리는 고기를 수입해서 먹는 것처럼 방송을 한다.
그 방송을 만든 PD도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실 건데
삼겹살의 시작에서 난 파격적인 이야기를 하지 못 했다.
이런 류의 책이 처음 나오는데 막 나만의 파격적이고 강한 주장을 할 수 없었다.
삼겹살의 시작을 쓰기 위해 연구와 취재를 하면서
기존에 상식처럼 알고 있던 많은 것이 일제 강점기 식민사관의 영향이 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음식학의 대가가 식민사관으로 우리민족의 육식사를 정리했고 모두가 그걸 따르고 있었다.
우리 민족의 육식 습성이 북쪽 고구려계통과 남쪽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가 삼겹살을 좋아한 것이 삼겹살이 맛있어서라기 보다는 생산성 위주의 3원 교잡종이 우리의 육식 생활과는 잘 맞지 않아서 그래도 기름이 많아서 기름맛으로 먹을 수 있는 삼겹살에 대해서 우리가 더욱 집착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소금에 고기를 찍어 먹는 로스구이가 나름 미국정시절 스테이크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라는 것 처음에는 쇠고기로 로스구이를 해 먹다. 1976년 쇠고기 파동으로 쇠고기 값이 상승하자 자연스럽게 돼지고기 삼겹살로 부위만 변경되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것 다행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그 시기에 양돈이 산업화되면서 규모있게 양돈업을 하는 농장들이 늘어나 배합사료를 먹이고 거세를 하는 등 과학적 관리를 통해 돼지고기의 냄새를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 조선의 재래 돼지는 삼겹살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등 돼지와 돼지고기의 근현대사의 여러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일부는 삼겹살에 시작에 넣었고 일부는 아직도 더 연구를 해야 할 과제로 남겨 두었다.
우리나라의 양돈산업은 산업화 시대에 노동자들의 값싼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값싼 농산물의 공급은 필수 상황이었고 양돈은 값싼고기를 노동자에게 공급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품질이나 차별화는 다음 문제고 원가 절감 생산성향상이 지상과제였다
삼겹살의 시작이란 제목 책을 팔아 먹기 위해서는 좀 더 마케팅적인 제목이 필요했는지 모르지만 난 이 삼겹살의 시작이 나름의 고기 음식학 연구의 첫번째 책이라는 개인적인 의미를 가진다.
어쩜 삼겹살의 시작, 삼겹살의 근현대사 , 대한민국 삼겹살전 이라는 직설적인 책 제목이 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제목일 수 있다.
얼마전 대한민국 돼지산업사를 공저하고 다시 왜 삼겹살의 시작을 출판하는지 묻는 이가 많다.
난 우리나라 출판시장이 상당히 마이크로 타겟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대한민국 돼지산업사는 한돈산업에 종사자들이나 학생들 한돈산업에 관련된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좀 디테일하고 잡스럽게 정리해서 출판한 책이다.
물론 일반인이 읽어도 되지만 이 바쁜 세상에 누가 돼지산업에 그렇게 소소한 부분까지 관심을 가질까?
반면 삼겹살의 시작은 전문가가 읽으면 너무 쉽게 느껴질 내용들을 정리했다.
그렇게 삼겹살을 환장하면서 먹으면서 삼겹살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모르니 좀 알 고 먹자고
아니 저자 서문에도 이야기해듯이 방송이나 칼럼으로 근거없는 삼겹살에 대한 소설을 쓰는 맛칼럼니스트들이 너무 많아서 그래도 나름 전문가가 삼겹살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너무 쉽게 써서 혹시 다들 아는 이야기만 적은 것 아니지 부끄러워진다.
농업관련 내용이라 그렇게 많이 팔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출판사 투자비 정도 건지길 바란다.
그래서 지속가능하게 농업관련된 잘 안팔리지만 우리가 농업, 농민, 농촌에 대해서 더욱 친숙해지고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을 많이 출판했으면 한다.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것이 번역과 출판의 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우리 농업, 농촌, 농민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는 방법중에 하나가 농업 관련 책을 통해 우리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해서 조금만 더 알고 이해했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글 잘 쓰는 백정이기에 우리 고기를 다루는 일과 고기를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나가는 일이 나의 소명이라는 생각을 가끔한다.
언제 인터넷 교보문고에 삼겹살의 시작이 입점되어 인터넷으로 구매가 가능할 지 모르겠다.
아마 잘 안팔리는 책이고 출판사가 영세해서 마케팅 비용이 없으니 교보문고 매대에 삼겹살의 시작이 누워 있는 일은 없겠지. 그래도 삼겹살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마음으로 내가 사랑했던 것에 대해서 조금더 알아 보는 건 어떨지
아마도 삼겹살의 미래는 지금가지처럼 영광스러운 길은 아닐거다.
삼겹살의 시작이 화려했던 삼겹살의 시작이자 마지막 기록일 수도 있다.
삼겹살의 역사를 통해 삼겹살의 미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주길 바란다.
책으로 못 다한 이야기는 강연을 통해 할까 한다.
30권이상 구매하는 곳에는 어디든 달려가서 고기에 대한 이해와 오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고기의 역사를 통해 고기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다음 책은 불고기에 대해서 써 볼까?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을 다시 고쳐쓰기를 할까? 고민중이다.
식육마케터의 관점과 미트 소믈리에의 관점이 좀 다른 것 같아서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을 두관점으로 다시 접근해 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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