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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중년  중년의 글쓰기

식육마케터/미트소믈리에 김태경 Ph.D

어쩌다 보니 나이가 오십이 넘었다.

국가도 나이 오십이 넘은 사람들의 창업을 잘 지원하지 않는다.

이땅에서 나이 오십이 넘는다는 것의 의미를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 

이렇게 중년이 되다.

어쩌다 중년

사실 난 중년의 정의도 모르겠다.

2010년 중소기업 임원을 마지막으로 회사 생활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2017년 4월까지 월급을 받고 이회사 저회사를 전전했다.

마지막 실업급여도 6개월 잘 타 먹었다.

중년의 글쓰기를 주제로 글을 써 볼까 하는데 왜? 퇴직한 이야기를 할까?

아마 나의 처지가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글쓰고 강의하는 것만으로 먹고 살 수 있으면 참 좋은데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나름 집중적으로 글을 쓰고 책을 읽기 위해서 외식서당이라는 동네 책방을 하나 집앞에 동업으로 장만했다. 

7월초에 오픈할 예정이다.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이 책읽기다. 돈이 안되지만 

나름 자신있는 일이 글쓰기다.

출판사에서 개쪽을 당하고 있지만 나름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책도 비록 공저들도 있지만 네권이나 이미 출판한 작가다.

그런데 날 아무도 작가님이라고 불려 주지 않는다.

요즘은 대부분 날 박사님이라고 부른다.

사실 난 박사다.

축산경영학이라는 특이한 전공의 박사 

네권의 책중 3권은 전문서다.

일반인들이 읽어도 되지만 그걸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어제 집으로 배달된 삼겹살의 시작이 나의 첫 대중서다.

이건 좀 팔려야 하는데

책 팔아 먹을 걱정때문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 

어제 마독단 독서 모임을 갔다.

두번째 참가다.

이 독서 모임이 좋은 건 책을 지정해 주지 않고 그냥 자기가 읽은 책을 이야기하는 평소 내가 아는 독서모임과는 진행 방식이 좀 다른 모임이라 부담없이 참석한다.

외식서당도 독서모임을 할거다.

식당 관련 책만 필사적으로 읽는 독서 모임을 할거다.

그 옛날 운동권 학습하듯 독서 모임을 할거다.

물론 내 생각만이지만

어제는 마독단 독서 모임에서 글쓰기 책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주제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해야 하는데 내가 다른 약속이 있어서 토론에 참석하지 못해 나름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적어 볼까 한다.

몇해전 상암동 북바이북에서 글쓰기에 대한 강연이 있어서 가봤는데 처음으로 일반인들이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았다. 

글쓰기 책도 많이 나오고 페이스북에도 글쓰기 책쓰기 강의를 알리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책을 출판하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믿는 세상이 된 것 같고 팔리지도 않는 책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세상이 가득하다.

왜 그리 자서전을 쓰고 싶어 하는지 별로 잘 살아온 것 같지도 않은데

하여간 책읽는 사람보다 책쓰고 싶은 사람이 많은 이상한 세상이다.

사실 글은 쓰고 싶다고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만 할 때 쓰는거다.

좋은 글은 많은 책읽기에서 나온다.

이런 이야기는 서점에 있는 이천권이 넘는 글쓰기 책에 다들 들어있는 내용이다.

아마 글쓰기 책 100권만 읽으면 글쓰기 책 한권은 쓸 수 있다.

그걸 못 쓰면 글쓰기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다.

누구나 노래를 한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십대가 아이돌이 될 수 없고 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책을 쓰고 작가가 되지 않는다.

학창시절 

중고등학교때 나의 글쓰기는 일기였다.

대학때까지 일기를 썼다.

비밀이지만 그걸 아직도 가지고 있다.

유치짬뽕이 가득하지만 나름 진진한 십대의 내 모습과 80년대 학번의 고뇌가 담겨 있다.

또 하나 편지였다.

일기와 편지는 대상이 있다.

누군가 정해진 대상을 상대로 글을 쓰는 일은 나름 글쓰기가 쉽다.

지금 이글은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 특히 중년에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주대상이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는 전문지에 글을 기고했다. 우연히 국회도서관에서 찾아보니 아마 1994년부터 전문지에 이사님 대필로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매월 4군데의 전문지에 칼럼과 돼지와 돼지고기의 역사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나처럼 아날로그시절부터 글을 써 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요즘 글쓰기는 더 편리해졌다.

인터넷에 글을 쓰면 된다.

난 아마 2006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도 글을 쓰고 물론 블로그글을 복사해서 올리지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도 글을 쓴다.

가끔 길에서 내글의 팬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받는 부끄러운 일도 있다

이제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블로그에 글을 쓰면 된다.

브런치가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자기 스타일이다.

하여간 글을 쓰고 남에게 내글을 읽히는 일이 쉬워진 세상이다.

중년의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적어도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글을 쓰는 건 새로운 생활이 될 수 있다.

우선 자신이 문장력이 좋아서 소설이나 에세이등 문학적인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박완서 작가처럼 될 수 있다는 꿈들을 가지고 도전하면 된다.

이 분야는 내 분야가 아니니 넘어가고 

전문적인 글을 쓰고 싶으신 분들은 글쓰기를 권한다.

회고록은 남들은 관심이 없지만 제일 쓰기 쉬운 주제이니 블로그에 열심히 써 두면 좋다. 나중에 자녀나 손자 손녀들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문적인 분야에 종사했던 분들은 꼭 글을 쓰기 바란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들이 우리의 현대사다.

난 대한민국 돼지산업사와 삼겹살의 시작을 썼다.

이 두책은 내가 지난 30년간 일했던 식육산업 역사의 일부가 담겨 있다. 나름 생생한 기록이 된다. 좋은 평가를 받을거다.

내가 쓴 책중에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숙성육에 관한 책이 있는데 난 식육과학자가 아니고 식육 기술자도 아닌데 나름 식육 전문 마케터로 많은 문헌들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서를 한권 썼다. 농담처럼 내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글을 제일 잘 쓰는 백정이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칼은 잡을 줄도 모르면서 호흡 긴 글을 쓸 수 있었으니

전문직에 있다 은퇴하신 분들은 글쓰기 나름 다른 사람보다 더 쉽다.

외국어 번역이 가능하신 분들에게는 직접 자기 글을 쓰는 것 보다 번역을 해 보시라고 권한다.

트랙터의 세계사라는 책이 있다.

아주 좋은 책이다.

이 책은 농협에 근무하시다 은퇴한 황병무 님이 번역한 책인데

진짜 큰 출판사에서  출판되었으면 베스트셀러가 될 내용을 담겨 있다 번역도 아주 좋았다.

황병무 님은 자신이 근무했던 농업이나 식육 분야의 일본 책들을 전문적으로 번역해 주신다. 이미 불고기에 관한 좋은 책 한권을 번역해 두셨는데 지금 출판사에서 일본과 출판 교섭중이다. 꼭 출판이 되지 않아도 그냥 자신의 블로그에 번역을 해 두면 많은 이들에게 유용하게 읽혀질 수 있다.

기회를 잡으면 출판도 가능하다.

조금 더 다양한 책들이 번역 출판되어야 한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인세로 밥먹고 사는 작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아주 유명 작가가 아니면 나름 전문가로 인정받아 강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는 있지만 김제동이 아니고서는 강연료수입도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그런데 왜? 중년은 글을 써야 할까?

생각의 정리가 필요해서다.

우리는 좀 바쁘게 살았다.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글을 쓰면서 자기를 돌아 봐야 한다.

아니 글을 쓰기로 마음 먹는 순간 글을 읽게 된다.

남의 글들을 읽어 봐라.

책을 읽고 블로그를 읽고 브런치를 읽기 시작하면 우리가 모르고 살았던 세상이 보인다.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이 보이고 이땅의 청년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

중년의 글쓰기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는 자기 수양이 최 우선이고 기회가 좋으면 나름 브랜딩에 성공할 수 있다.

단 삶은 남이 경험한 나보다 더 중요한 나자신이다.

브랜드란 남이 바라보는 나일 뿐이다.

중년이 되면 이제 내가 사랑하는 나를 고민할 때다.

글쓰기는 그런 나를 사랑하는 한 방법이 된다.

글쓰기 앞에는 글읽기가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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