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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열병앞에서 양돈산업의 문제점

 지난 10년동안 많은 산업은 마켓3.0 가치 소비시대로 접어 들었으나 한돈산업은 아직도 생산 분야에서는 마켓 1.0시대의 생각을 유통과 외식 시장에서는 마켓 2.0시대의 활동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한돈 산업의 첫 번째 문제인 낮은 생산성으로 수입육 대비 가격 경쟁력이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난 수십년간 현장에서 노력했지만 해결 할 수 없다. 단순히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라 지대, 인건비, 사료값, 환경 부담금등 비용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생산비 30만원을 투입해서 규격돈 한 마리를 키워 출하해서 40만원 받으면 되는 양돈산업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제 한 마리에 생산비 100만원을 투입해 키워서 시장에서 200만원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수입 이베리코 돼지가 그런 돼지다. 


둘째, 국제적으로 생산 기술이 평준화, 표준화되어 품질이 격차 줄어들고 있다. 마켓 3.0 시대에는 차별화를 넘어 문화와 스토리를 팔아야 한다. 단순히 브랜드가 아니라 러브마크가 된 브랜딩을 해야 한다. 

브랜드가 러브마크로 대체되는 것이 러브마크론의 전부가 아니다. 마케팅의 모든 개념과 기본적인 방식들이 러브마크론에 근거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고객의 세분화된 정보에 근거한 분석적인 접근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 무조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광고나 프로모션에서도 일방적인 나레이티브가 아닌, 하나의 러브 스토리를 제공해줘야 한다. 품질을 뛰어넘는 감성 제안이 필수적이며, 나아가 아이콘(icon) 이미지나 진한 경험을 강하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다 보여주기 보다는 뭔가 숨기면서 신비감을 형성해야 한다.

우리 한돈은 우리민족의 긴 역사와 함께 살아온 생구(生口)다. 한돈만큼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축도 드물다. 한우는 가난한 농민이 키우기에는 버거운 가축이었지만 돼지 한 마리쯤은 온갖 정성을 기울려 키웠다. 누이 시집 갈 때 잔치에 쓸 수도 다음 학기 학비를 낼 수도 있었다. 품질은 국제적으로 평준화 되어 가지만 한돈과 함께했던 마음의 시간과 역사는 풍성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말로 역사를 뜻하는 단어는 스토리아(storia)다. 


셋째, 한돈은 단일 품종과 규격화 통일화 되어 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플랜테이션 농업 방식이다. 단일 품종의 집단 생산체계

일제 강점기 군국주의 일본이 우리나라를 자신들의 쌀 생산 거점화 전쟁 물자로 조선우를 황색으로 통일화하는 등 아시아식 플랜테이션 농업 방식을 도입했다. 정책적 방식이 해방이후 산업화 속에서 농업은 값싼 식량 공급자로의 역할에 충실할 수 밖에 없었던 정책의 지속이다. 이는 앞으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는 시대에 우리 한돈산업에 큰 문제점으로 대두 될 수 있다.

이미 돼지고기의 소비 트렌드는 다양한 품종의 돼지를 경험하고 있다.

넷째, 아프리카돼지열병등 위생과 환경 문제가 대두 되고 있다.

식품의 안전성과 환경에 대한 문제는 돼지고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서양품종의 돼지를 수입 사료를 급여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한돈 산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등으로 한돈산업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는 거다.

이는 한돈농가수가 줄어들어 농촌에서의 영향력이 줄어 들 뿐 아니라 정치 세력화 되지 않아서다. 

한돈 농가들이 지역 커뮤니티에 주도적 참여와 농촌 공생의 주도적 역할을 하여야 하며 한돈산업의 권익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다섯째. 삼겹살 로스구이 시장이었던 국내 돈육 소비 시장이 변하고 있다.

1980년대 이전까지 돼지고기는 잔반급여나 비거세로 냄새가 심한 고기였다. 각종 향신료 넣은 물에 삶아 먹거나 진한 양념을 한 제육 볶음이나 돼지불고기 묵은 김장 김치를 넣고 자끌자끌 끓인 김치찌개로 요리해 먹었다.

탕박 지육 유통 시절이라 돼지고기 한근을 사면 비계와 껍데기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왠지 비싸게 고기를 사 먹는 느낌이었다.

한약을 먹을 때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쇠고기 로스구이가 유행을 하던 시절 돼지고기는 로스구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1970년대 후반 기업 양돈장들이 생기고 배합사료를 먹이고 거세를 실시하였다. 일본에 냉동 부분육으로 수출이 되니 이미 부분육 가공 기술이 매우 발달해 있었다. 정부는 국내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 국내 돈가가 올라가면 수출을 중단하고 수출용 냉동 부분육을 국내 시장에 방출했다. 냉장 지육 유통이 지배적인 당시에 냉동 부분육은 별 인기가 없었다. 앞다리나 뒷다리는 요리를 하려면 해동시켜서 다시 세절해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었다. 유독 삼겹살만은 쇠고기 로스구이 식당에서 사용하던 육절기로 세절하면 바로 메뉴화 될 수 있었다. 이제 구워도 냄새도 나지 않고 적당한 지방맛이 좋았다. 냉동 삼겹살은 고도 성장의 시대에 한국형 패스트 푸드였으면 자본주의라는 신흥 종교의 제례행사의 희생이었다. 밤마다 삼겹살의 소주 한잔하면서 ‘우리가 남이가’를 주문처럼 외쳤다. 삼겹살 식당은 식당이라기 보다 파티(축제)장이었다. 


여섯째, 고기 잉여의 시대가 되었다. 단군이래 우리 역사에 고기는 늘 없어서 못 먹는 거였다. 한돈산업의 양적 고도 성장으로 고기소비가 많이 대중화되었다. 수입육이 들어와 국내산의 부족 부분을 채워 주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지속적인 한돈산업의 성장과 과잉 수입으로 고기가 남아 돌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맛있는 고기를 조리 용도에 맞게 선택해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마케팅 활동을 통해 제품의 다양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모든 축종의 육류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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