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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돼지 이야기

                                                                  

대한민국 돼지 이야기 

 

 

                                                                                                     식육마케터  김태경 Ph.D

                                                                                   건국대학교 식품유통경제학과 겸임교수

                                                                                         건국대학교 미트컬처비즈랩 부소장 

 

중국 사람들은 고기 하면 돼지고기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하면 소고기를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돼지고기가 대표 고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소고기가 대표 고기다. 중국에서 1인당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고기는 돼지고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기하면 소고기를 의미하면서도 1인당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고기는 이상하게도 돼지고기다. 

마음으로 좋아하는 고기와 많이 먹는 고기가 다른 이상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마음으로 좋아하는 고기와 많이 먹는 고기가 다를까?

소고기를 좋아하지만 비싸서 잘 사먹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값싼 수입소고기가 밀려 들어와도 그렇게 소고기 소비량이 급증하지 않았다. 돼지고기가 값이 싸서? 닭고기는 값이 더 싸지만 돼지고기의 반 밖에 소비하지 않는다.

어쩜 우리 민족은 중국민족과 함께 돼지고기에 대한 사랑이 매우 큰 민족일지도 모른다.

 

돼지와 돼지고기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미미하고 인문학적인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사는 가난한 민중과 여인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1960년대까지도 돼지고기는 농촌 부녀자들의 부업이고 돼지고기는 농민의 고기였다.

권력자와 양반의 역사와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압축 성장의 산업화속 빨리빨리 문화속에 돼지와 돼지고기에 관한 인문사회학적인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음식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면서 음식 방송도 음식관련 유튜브도 많아지고 맛칼럼니스트니 음식 평론가니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삼겹살이 1970년대 대일 수출 잔여육이라고 우리나라 양돈산업이 일본의 자본에 의해 일본의 양돈 공급 기지화의 일원으로 전업화가 되었다고 근거 없는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근거없고 ‘아니다’ 라고 이야기할 아무런 자료가 없었다. 이건 이 분야의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돼지와 돼지고기의 인문 사회학적인 분야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의 결과물로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2019년), 「삼겹살의 시작」 (2019년) 책을 출판했다. 

그 무렵 한돈 자조금 관리 위원회로부터 「한돈스토리텔링 자료연구」 (2019년) 용역을 의뢰받아서 진행했다. 그 연구를 바탕으로 백종원대표와 함께 다큐 「삽겹살 랩소디」를 제작했다.

「한돈스토리텔링 자료연구」는 그동안 한번도 정리하지 않았던 돼지와 돼지고기의 역사, 인문학을 정리한 방대한 량의 자료다. 자료집이라는 한계로 저작권에 문제가 있어서 일반인에게 공개가 어려웠다. 이 「한돈스토리텔링 자료연구」를 일반인들이 읽기 쉬게 요약 정리한 책이 「대한민국 돼지이야기」다. 

 

소고기는 양반의 고기라 많은 기록에 남아 있다. 돼지고기는 농민의 고기라 정리된 기록을 찾기가 힘들다. 세계사에서도 돼지고기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기다. 돼지와 돼지고기에 대한 폄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종교적으로 돼지고기를 금기시 하는 곳도 많다. 그래서 인지 돼지와 돼지고기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져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맛 칼럼니스트같이 음식을 이야기하고 먹고 사는 사람들도 일반인들도 잘못된 사실을 상식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그걸 바로 잡기 위해 「대한민국 돼지이야기」를 썼다.

「대한민국 돼지이야기」 지금까지 돼지와 돼지고기에 관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잘못된 상식을 교정할 뿐 아니라 새로운 더 많은 돼지와 돼지고기 정보를 실었다. 돼지와 돼지고기의 상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책이다.

 

모든 산업은 사람들과 친밀해야 지속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양돈 산업은 1950년 전쟁으로 156,000두 밖에 남지 않았던 돼지를 이제 1100만두가 넘게 키우는 우리 농업의 대표 산업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 압축성장속으로 급속도로 해체되는 농업 공동체 사회의 한계성을 매일밤 퇴근후 ‘삼겹살의 소주 한잔’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산업 공동체를 형성하는 새로운 시대의 제례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는 매일밤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갈등을 해소하고 새롭게 잘사는 미래를 함께 건설하는 할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 이제 더 이상 공동체 사회를 유지할 그 어떤 명분도 남아 있지 않은 시대에 돼지와 돼지고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역사는 무기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오늘을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대한민국 돼지이야기」는 돼지와 돼지고기가 우리 민족의 역사속에 얼마나 친밀한 관계였는지를 다시 돌아보고 그동안 폄하되었던 돼지와 돼지고기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의도에서 썼다.

인구의 감소, 환경 문제등 앞으로 발생할 한돈 산업의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한 슬기로운 해답은 돼지와 돼지고기가 사람들과 친밀해야 한다. 한돈 산업이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친밀하다는 건, 사랑한다는 건 그 대상을 많이 생각하고 알아 가는 거다.

돼지와 돼지고기에 대한 사랑이 커지면 우리 한돈 산업에 대한 사랑도 커진다.

앞으로 한돈 산업이 더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값싼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보다는 더 사랑받는 맛있는 돼지고기 생산을 위한 노력, 지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한돈 산업의 노력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대한민국 돼지이야기」는 과거 우리 민중의 삶에 친밀하게 다가왔던 돼지와 돼지고기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 한돈 산업을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썼다.

축산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 양돈 산업은 배고팠던 노동자들에게 값싼 고기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 한돈 산업의 목표는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야 할 때다.

친밀한 한돈의 스토리텔링이 수입 돼지고기들과의 경쟁에서 한돈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대한민국 돼지이야기」를 썼다.

「대한민국 돼지이야기」 역사학자가 쓴 책이 아니라 축산 경영학 교수와 식육 마케터가 공저로 쓴 책이라 역사학자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우리 축산의 역사를 보았다. 

나는 「대한민국 돼지이야기」를 통해 식육 마케터라는 지난 30년의 직업에 다시 미트 스토리텔러라는 제2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식육 마케터로 살았다. 이제 미트 리터러시, 식육 정보 이해력을 높이는 미트 스토리텔러의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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