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건조 숙성의 역사
5.2 건조 숙성의 역사
대표적인 그림 중 하나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 van Rijn, 1606~1669)의 <도살된 황소>이다.
이 그림은 매우 감동적이다. 일단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전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죽은 소를 껍질을 벗겨 거꾸로 매달아 놓은 그림이 뭐가 그리 감동적이냐며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렘브란트의 <도살된 황소>는 소의 육신, 소의 뼈와 살을 마치 실물처럼 매우 박진감 넘치게 표현한 그림이다. 물감을 두텁게 바르는 임파스토 impasto 기법으로 그려 소가 지닌 물질감과 육질감이 생생히 살아난다. 물론 물감을 두텁게 발랐다는 사실만으로 소의 근골이 제대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렘브란트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데생과 효과적인 명암 표현, 그것에 기초한 탁월한 질감 묘사가 더해져 소의 살이 되고 뼈가 된 것이다. 실물을 보는 듯한 생동감, 그리고 주검을 이토록 생생히 재현해내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은 놀라움에 관객은 진한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된다.
소의 이미지는 참혹하고도 장엄하게 다가온다. 참혹하다는 것은 생생하게 주검을 표현해 우리로 하여금 죽음을 직면한 듯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엄하다는 것은 그 이미지를 미적으로 승화시켜 미술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다.
렘브란트뿐만 아니라 그 무렵 네덜란드의 많은 화가가 도살된 소를 즐겨 그렸다.
렘브란트의 제자로 여겨지는 얀 빅토르스 Jan Victors, 1619~1676 의 <도축 소 검사>는 이런 전통 위에서 스승의 구성을 그대로 차용해 그린 그림이다. 갈라진 소의 배가 보이는 방향이 다를 뿐 기본적인 배치가 매우 비슷하다. 거기에 빅토르스는 사람 둘을 더 첨가하고 화면을 전체적으로 밝게 구성했다. 이로써 렘브란트의 그림이 주는 비극적인 이미지보다 풍속화적인 일상사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렘브란트가 1655년 그린 도살된 황소에 대한 풍미갤러리에 적혀 있는 미술 평론가의 평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가 그린 도살된 황소를 보면서 미술 평론가들은 나름의 해석을 한다.
렘브란트가 그린 도살된 황소는 건조 숙성 (Dry Aging)을 진행하고 있는 소 도체를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건조 숙성(Dry Aging)이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소의 뼈와 살을 마치 실물처럼 매우 박진감 넘치게 표현한 도살된 황소 어두운 지하실 같은 곳에 도축되어 걸려 있는 황소가 뒷다리 사이에 막대기로 최대한 벌려서 걸려 있다. 앞부분에도 뒷다리의 막대기보다 작은 막대기로 최대한 가슴을 벌려 놓았다.
건조가 잘 되기 위한 방식이다. 아마 도축된 소를 바로 잡아먹었다면 이렇게 소의 지육을 벌려 놓지 않았을 거다. 바람이 지육 전체를 잘 감싸게 되어 있다.
역시 얀 빅토르스 도축소 검사에서도 렘브란트의 도축된 소와 같은 방식으로 최대한 지육을 벌려 놓았다. 렘브란트와 빅토르스의 그림을 통해 당시에는 이렇게 지육을 벌려서 건조 숙성하는 일이 보편적인 일임을 알 수 있다.
렘브란트의 도살된 황소에서는 여자 하인이 어둠 속에 있어서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반면 얀 빅토르스 Jan Victors, 1619~1676 의 <도축 소 검사> 그림에서 도축 검사를 하고 있는 두 남자는 겨울용 모자와 조끼를 입고 있다. 그림의 계절이 겨울임을 알 수 있다.
건조 숙성(Dry Aging)은 지금은 고기의 맛을 높이는 방식이 되었지만, 과거 저온 냉장 시설이 없었던 시절에는 고기를 조금 더 장기 보관하는 방법이다.
지금은 소고기나 돼지고기 그리고 닭고기를 일년내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냉장고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특별한 관혼상제나 행사가 없을 시에는 한 겨울철에 주로 먹는 음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돼지를 농가에서 한두 마리 키워 혼례식이 있거나 초상이 났을 때 필요량만큼 잡아서 바로 나누어 먹었다. 반면 유럽의 경우는 가을날 숲속에 돼지를 방목해서 돼지가 스스로 도토리를 먹고 살이 찌면 11월 11일 성 마틴 기일에 한꺼번에 도축해서 햄, 소시지를 만들어서 우리가 초겨울 김장을 해서 겨울 채비를 하듯 겨우내 먹을 햄 소시지 저장식품을 만들었다. 생고기보다 햄 소시지가 보존성이 길었다.
소는 유럽의 경우 우유를 생산해서 버터나 치즈를 만들어 먹는 것이 고기를 먹는 것 보다 우선 되는 일이다. 역축으로 물건을 나르거나 농사에 동원된다. 맨 마지막 늙고 병든 소가 도축이 되어 고기를 제공하는데 이 늙은 소는 질기고 맛이 없다. 덩치가 큰 대가축인 소를 한 마리 잡아서 상하기 전에 먹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다행히 유럽의 기후는 해양성 기후라 여름철 덥지만 습하지 않아서 대륙성 기후인 우리나라처럼 덥고 습한 여름이 아니라 선선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지하실이나 숲속 오두막에 도축된 소를 건조 숙성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수분이 많은 소에서 수분이 증발하면 미생물 증식이 억제되어 생고기보다는 오래 보관 할 수 있다. 돼지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건조 숙성을 하면 지방산패가 빨리 일어나 이상한 냄새가 나기 쉽지만, 포화지방산이 많고 마블링이 적었던 중세의 소들은 건조 숙성을 통해 보관 일자를 늘릴 수 있었다.
저온 냉장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염지, 훈연, 건조 숙성이 고기의 보존기간을 늘리는 방법들이었다. 건조 숙성을 통해 질긴 늙은 소의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맛있어지는 건 하나님이 주신 은총이었다.
아직도 유럽은 낙농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소를 6년이상 키워 도축하기 때문에 소 한 마리 지육체로 건조 숙성하는 방식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신대륙 미국으로 이주한 유럽인들은 3,000만 두가 넘는 신대륙의 들소들을 무참하게 살육하고 미대륙에서 영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 소를 방목해서 키우기 시작한다. 이 소들은 처음부터 소고기를 생산할 목적으로 키워진 어린 소들이었다.
19세기 뉴욕의 스테이크 하우스들이 생겨나면서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즐겨 먹던 건조 숙성법을 도입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뉴욕의 날씨는 유럽에 비해 덥고 습했다. 상온에서 건조 숙성이 어려웠다. 마침 냉장고가 생겨나고 냉장고 안에서 저온 건조 숙성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소 한 마리를 다 숙성하던 유럽식 숙성법이 아니라 뉴욕만의 건조 숙성 방식이 생겨난다. 뼈로 보호하고 지방으로 감싸주는 소위 등심, 채끝, 안심 등 스테이크 부위만을 건조 숙성하게 된다.
뉴욕의 피터 루거 등의 100년 이상 성업 중인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자신들의 전통처럼 지켜 오던 건조 숙성은 2000년대 초반 일본과 한국으로까지 전해지기 시작했다.
피터 루거등 뉴욕의 100년 된 건조숙성육 스테이크 레스토랑의 지금과 같은 숙성법은 아마 1950년대 식당에 냉장고들이 보편적으로 보급되고부터라고 한다. 그럼 19세기 뉴육의 스테이크 하우스들의 건조 숙성법은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미스테리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