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건조 숙성육을 쉽게 이해하는 법
1.5 건조숙성(Dry Aging)육을 쉽게 이해하는 법
“건조숙성(Dry Aging)육은 우리밀이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다우지의 이모작과 벼농사가 어려운 소우지의 단모작을 통해 많은 밀을 생산했다. 그러나 수입 밀가루에 밀려 밀 농사가 쇠퇴하자 이를 지키려는 우리밀 운동이 진행 중이다. 그 운동의 결과로 요즘은 우리밀로 만든 많은 식품을 만날 수 있다. 한때 사라졌던 것이 요즘 다시 시장에 등장했던 거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건조숙성(Dry Aging)육은 2009년 강남 청담동의 고급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미국 유학파 셰프들에 의해서 우리에게 소개되었지만 진공포장이 발전하기 전에는 유통되는 모든 고기는 건조숙성되는 고기였다. 단지 전근대적 시절에 특히 서울에서 유통되는 한우고기의 상당량을 물 먹인 부정유통육이라 진공포장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건조숙성의 효과가 적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과거 지육유통이 주로 이루어지던 시절 정육점의 냉장고는 직냉식이라 벽면이나 천장에 냉매를 설치 냉기자연대류 방식으로 공기의 흐름만으로 냉장고에 걸어 높은 지육이나 정육이 건조 숙성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정육점이 대를 이어서 운영되는 곳이 적어서 지금은 직냉식 냉장고를 사용하는 정육점이 많지 않지만, 일본의 경우는 대를 이어 정육점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서 아직도 냉기 자연 대류 방식에 의한 건조숙성을 하는 곳들이 있다. 겨울철 농촌지역에서는 처마 밑에 돼지고기 뒷다리를 걸어 놓고 건조숙성시켜 가면서 여러 요리에 이용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옛날 어릴 적 고기 맛을 다시 만났다고 좋아하는 노년층을 보면 건조숙성육은 우리밀처럼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옛날 맛이다.
“건조숙성(Dry Aging)육은 된장이다.”
발효식품인 된장은 표준 레시피가 존재하지 않는다.
집집마다 집안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고유의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식품이다.
물론 공장에서 상품화하는 건 표준 레시피가 있다. 건조숙성(Dry Aging)육은 건조숙성(Dry Aging)육을 필요로 해서 생산하는 식당이나 정육점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숙성설비와 원목의 초기 오염도나 pH상대가 다르고 시설의 잔존 미생물도 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 최적화한 숙성법을 개발하여야 한다. 그 역시 계절적 변수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하여 일일이 조정하여야 한다. 와인이 그해의 포도 작황에 따라 맛이 달라서 빈티지가 있다면 숙성육은 개체 하나하나가 다 빈티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고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숙성 일자와 온도, 습도 등을 매번 조절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숙성은 정해진 메뉴얼도 선생님도 없다. 종가집 며느리가 오랜 경험으로 장맛을 이어오듯 숙성은 스스로의 경험이 최고의 메뉴얼이고 선생님이다.
“건조숙성(Dry Aging)육은 아이스 바인(와인)이다.”
아이스 바인은 '냉동와인(icewine)'이라는 뜻의 독일어이다. 독일의 한 양조장에서 추운 날씨에 얼어버린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언 상태의 포도송이를 수확한 뒤 짜내면 매우 당도 높은 포도즙을 얻을 수 있는데, 이 포도즙으로 와인을 만들면 고당도와 고산도가 조화를 이루는 고급 아이스바인이 된다. 독일과 캐나다에서 주로 생산된다. 아이스바인(와인)의 고당도가 높아지는 건 농축의 맛이고 산도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건조숙성(Dry Aging)육 역시 고기 내의 수분(자유수)이 감소하여 농축되고 산도의 변화에 따라 고기의 보수력이 증가되게 된다. 농축되어 맛이 강해지는 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반건시 곶감과 같다. 일반 감과 곶감 맛의 차이 같은 것이 일반육과 건조숙성(Dry Aging)육의 차이다.
“건조숙성(Dry Aging)육은 과메기다.”
과메기는 겨울철에 청어나 꽁치를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면서 그늘에서 말린 것으로, 경북 포항 구룡포 등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겨울철 별미이다. 원래 청어를 원료로 만들었으나 1960년대 이후 청어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청어 대신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건조숙성(Dry Aging)육은 정말 과메기와 닮았다. 물론 현대는 미생물 오염을 피하기 위해 저온 숙성고에서 건조 시키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높은 온도에서도 단기간 건조숙성 시키는 방법도 있는데 겨울철의 낮은 온도에서는 저온 숙성고 없이도 고기의 건조 숙성이 가능했다.
1960, 1970년도만 해도 겨울철에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사다 부엌 처마 밑에 걸어 놓고 자연 건조 시키면서 김치찌개에도 넣어 먹고 가끔은 직접 구워도 먹었다고 한다. 그때의 고기 맛이 지금의 건조숙성(Dry Aging) 돼지고기 맛과 같다는 추억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보면 한국의 겨울철 기후조건에서는 특별한 숙성고 없이도 건조숙성이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건조숙성은 저온 냉장고가 발명된 이후에는 고기의 맛을 높이는 기술이 되었지만, 과거 저온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에는 고기를 최대한 오래 보관하는 보관법 중 하나였다. 건조, 훈연 등은 냉장고가 없던 시절 식품을 보관하는 기술이다. 고기의 보관법이 맛을 더 좋게 만들어 주니 인기 있는 보관법이 되어서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건조숙성(Dry Aging)육은 아사이야마 동물원이다.”
1967년 7월 1일 개원하였으며 넓이는 약 15ha이다. 정식 명칭은 아사히카와시 아사히야마동물원[旭川市旭山動物園]이며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동물원이다. 보유 동물은 총 135종 779마리(2009년 1월 1일 현재)이다. 동물의 자연스러운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행동전시(行動展示)'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유명해졌다
북해도는 1년에 6개월 정도는 겨울이다. 북해도는 인구밀도도 일본 내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그런 북해도에 위치한 아사이야마 동물원은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폐원될 위기가 처했었는데 아사이야마 동물원의 수의사들이 동물의 자연스러운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행동전시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본 내의 동물원 중 도쿄의 우에노동물원 다음으로 방문객이 많은 동물원이 되었다고 한다. 행동전시란 예를 들면 펭귄이 헤엄치고 노는 수족관 밑에 관람 터널을 만들어 방문객들이 물 밑에서 펭귄이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게 하는데 이때 펭귄의 모습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아 보인다고 한다. 6개월이 눈이 녹지 않은 겨울인 점을 감안 동물원내에서 펭귄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방문객에게 보여주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행동전시는 동물의 야생에서 살아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기존의 동물의 모양만 보여주는 행태전시와는 개념과 차원이 다른 전시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이다.
오늘날 건조숙성(Dry Aging)육은 아사이야마 동물원 같다. 동물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인기가 있는 동물원이 되듯 인류가 고기를 먹어 왔던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방식이 건조숙성(Dry Aging)육이 사람들의 인기를 받게 된다.
아사이야마 동물원이 우리에게 유명해진 것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창조경영을 선언할 때. “마누라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꾸라”라고 말하면서 창조경영 사례로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들었던 것 이후부터 다.
근대적 의미에서 동물원은 제국주의가 만연하던 시절,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자랑하기 위해 탐험가들을 시켜 동물들을 잡아 전시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아사히 야마 동물원 이전에는 모든 동물원이 동물의 행태를 전시했지, 동물의 행동을 전시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테이크나 로스구이 건식 조리법으로 고기를 요리해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역사가 제법되지만 본격적인 건조 숙성(Dry Aging)을 전면에 내세워 요리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방식과 다른 창의적인 방식의 새로운 요리법이 아사이야마 동물원처럼 인기를 얻고 있는 거다.
“건조숙성(Dry Aging)육은 보랏빛 소다.”
가족여행으로 남부 프랑스의 초원을 가로질려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다면 당신은 분명 처음 보는 남부유럽의 목가적 풍경에 감탄한 거다. 수백 마리의 소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관경은 처음에는 감탄하게 되지만 오랜 비행기 여행과 한 시간 정도 계속되는 거의 비슷한 풍경에 좀 지루해질 무렵 같이 간 가족들은 이미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보랏빛 소가 있다면 어땠을까? 보랏빛 소는 우리의 눈을 확 사로잡지 않았을까? 이게 바로 리마커블(remarkable, 눈에 띌 정도로 특별함)을 지향하는 마케팅 법칙이 된다. 1994년 이후 1+,1++등심은 마블링이 가득한 지방 맛으로 먹는 한우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1990년대 이전에는 마블링 좋은 고기를 쉽게 구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한국에서 1++등심은 구하기 쉬운 흔히 수백 마리의 소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20년 동안의 열광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이 바로 새로운 보랏빛 소가 나타나야 할 때이고 리마커블한 보랏빛 소가 나타나면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돼지는 삼겹살, 쇠고기는 1++등심의 기름 맛으로 고기를 먹고 있는 우리에게 감칠맛 가득한 건조숙성(Dry Aging)육은 리마커블 한 보랏빛 소임이 틀림없다.
다큐멘터리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을 보면 기름기 많은 참치는 예측 가능한 맛이라고 하고 살코기 부위는 숙성을 하면 상상할 수 없는 새롭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수많은 1++ 등심 한우 식당은 다들 예측 가능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건조 숙성(Dry Aging)육을 판매하는 한우 식당은 늘 어떤 맛일지 기대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