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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고래 Jan 22. 2024

드라마는 언제 보나요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어젯밤에 드라마 봤어요? 요즘 완전 핫하잖아요."

"아,, 저는 드라마 볼 시간이 없어서요. 안본지 몇년 됐어요."


점잖게 대답했지만, 속에서는 천불이 났다. 


'아니, 얼마나 한가하면 드라마볼 시간이 다 있지? 나는 매일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할 일을 다 못하는데 참 한가하게 산다.' 속으로는 이렇게 비아냥거렸다. 


그이도 워킹맘, 나도 워킹맘. 같은 처지에 있지만 사는 방법은 완전히 달랐다. 내가 바쁜 이유는 일하고 살림하고 아이를 키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를 찾아보겠다고, 삶을 변화시켜 보겠다고 시작한 자기 계발 때문이었다. 매일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 도저히 나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4시 30분 기상을 시작했고, 지금은 5시에 기상을 한다. 6년째 새벽기상러의 삶을 살고 있다. 하루를 이틀처럼 꽉 채워 사는데도 티비 볼 시간은 없다. 드라마를 끊은 지도 6년이 되었다. 


사실 그녀는 별 뜻 없이 물어봤을 거다. 예상외의 거친 반응은 그만큼 내가 지쳐 있다는 증거였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영어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6시가 되면 밖으로 나가 1시간 정도 걷는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깨우고 씻는다. 준비하는 짜뚜리 시간 동안 빨래를 하거나 집 정리를 한다. 9시면 가게에 가서 남편 일을 돕는다. 아이들이 학교 갔다가 돌아오는 시간부터는 집에 돌아와 간식을 챙기거나 저녁 준비를 한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 금방 또 잘 시간이다. 자려고 이불을 덮고 눕자마자 또 눈을 뜰 시간이 되어버린다. 


나에게 새벽기상은 아무리 힘들어도 해내야만 하는 일이다. 새벽 2~3시간이 없었다면 사는 대로 살아질 게 뻔하다. 먹고사는 일만으로도 한창 바쁘니까 의식적으로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만 한다. 새벽 시간 동안 나는 나를 키운다. 해야 할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운다. 자칫 내가 없어질 수 있는 내 삶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동안 '나'를 챙기게 된다. 나에게 쓰는 시간들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제는 알지만 그때는 막막했다. 그녀의 짧은 질문 속에서 순간 나는 내가 드라마 볼 시간도 없이 뭘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산다고 뭐가 바뀌긴 하는 건지 사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해야 될 것 같은 일들을 하나씩 하고 있을 뿐.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선택한 일들이 옳았음을 알게 된다. 드라마보다 나를 키우는 시간을 선택한 것을 말이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는 평범한 엄마에서 나는 이제 나의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00 엄마라고 사람들이 나를 부르던 호칭이 '작가님', '대표님', '강사님',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가장 좋은 호칭은 '시온님'이지만) 내 시간을 어디에 쓰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물론 드라마를 보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었을 뿐. 그이 나름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자기 계발 6년 차 이제 나도 드라마를 보고 싶다. 지인에게 이건 꼭 봐야 한다는 드라마 추천도 받아놨다. 잠깐 시간이 나서 드라마 좀 볼까 하다가도 또 내 손에는 책이 들려있고,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나는 아직도 성장이 고픈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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