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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Dec 01. 2017

말 더듬이 왕, 조지 6세

조지 6세와 영화 <킹스 스피치>

고(故) 다이애나비와 찰스 왕세자의 차남이자 해리 왕손이 11월  약혼했다. 상대는 미국 배우 메건 마클.

굳이 다른 나라 혼사까지 챙기는 건 영국 왕실의 변화가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런 변화를 보면서 어쩌면 억울해할지도 모를 몇몇 왕실 인물도 떠오른다.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무거운 책임을 이행해 나가기가 불가능하다고 깨달았으며... 이제 우리에게는 새로운 왕이 생겼습니다"

1936년 12월, 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삼촌인 에드워드 8세는 심프슨 부인을 사랑하고 있었는데 이혼녀라는 이유로 결혼할 수 없게 되자 왕위를 동생인 조지 6세(엘리자베스 2세 아버지)에게 이양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무거운 책임을 이행해 나가기가 불가능하다고 깨달았으며.."

당시 영국 성공회에서는 이혼녀와의 결혼을 금지했었고 더구나 심프슨 부인은 영국 왕실에서 보기에 신분이 매우 낮은 미국인일 뿐이었다.


해리 왕손의 약혼자인 메건 마클도 이혼 경력이 있는 미국인이지만 성공회는 2002년 이혼한 사람도 성당에서 결혼하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에 내년 5월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명예혁명, 청교도 혁명 등 영국 역사는 종교 갈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신교 구교 청교도 간의 갈등은 왕이 누구냐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했고 많은 피를 불러왔었는데 성공회를 믿는 왕실에서 이번에 가톨릭 신자를 받아들인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이것뿐만 아니다. 외가 쪽에 흑인 피가 흐르는 그녀를 받아들인 것도 백인 혈통만 고집하던 왕실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에드워드 8세와 다이애나가(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설 중에 인종과 관련된 부분도 있다) 하늘에서 억울해할지도 모르겠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동생 마거릿도 뜨겁게 사랑한 사람이 있었지만 이혼남이어서 당시 사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에드워드 8세가 사랑을 위해 왕을 박차고 나왔다고 해서 '세기의 로맨스'로 불리지만 어쩌면, 왕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외면하고 여생을 자유롭고 호탕하게 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태껏 그렇게 살아온 대로.

어쨌거나 자리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것 같다. 왕위를 버리기 전에 '귀천 상혼'을 주장하기도 했고 조지 6세에게 왕위 자리를 내준 후 다시 왕이 되려는 시도도 했다. 모두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귀천 상혼(貴賤相婚)
가문의 격이 다른 사람끼리의 결혼. 그러나 아이들에게 귀족 신분 세습은 안된다.


영화 <킹스 스피치>는조지 6세가 왕위를 물려받는 과정과 말 더듬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영화다. 요즘 가장 핫한 영국 배우 콜린 퍼스가 주연이다.    

형의 왕위 이양으로 갑자기 왕이 된 조지 6세는 활달하고 호탕한 형과는 달리 조용하고 소심했다. 더구나 엄한 아버지 조지 5세에게 주눅 들었던 어린 시절과 형의 놀림으로 말더듬이 심해졌는데 대중 연설이 많은 왕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었다.

왕이 된 날, 그는 펑펑 울었다. 어지러운 국정은 왕인 형이 맡아서 할 테고 그저 평온한 생활을 원했던 그에게 느닷없이 씌워진 왕관. 그러나 조지 6세는 왕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했고 국민들은 그에게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보냈다.


영화에서는 2가지 중요한 연설이 나온다.

하나는,

에드워드 8세가 동생(조지 6세)에게 왕위를 이양하는 연설(1936년)이고

<에드워드 8세의 이임사>

https://www.youtube.com/watch?v=hUZGSqNYzr8&t=21s


다른 하나는,

조지 6세가 2차대전 참전을 발표하는 대국민 연설(1939년)이다. 그때 흐르는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은 영화를 절정으로 올려놓는다.

<조지 6세의 연설>

https://www.youtube.com/watch?v=opkMyKGx7TQ

 

성실하고 책임감이 투철했던 조지 6세는 대중 앞에서의 연설, 2차 대전 등 나라를 다스리면서 받는 부담 때문에 담배를 의존하게 되었고 결국 57세에(1895~1952) 폐암으로 사망한다(영화에서도 흡연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리고 그 뒤를 딸인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 역사상 최장 재위 기간을 기록하며 지키고 있다.

에드워드 8세는 78세에 숨을 거둔다(1894~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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