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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진 Jul 04. 2021

13. 사슴수퍼마켙

가족에 대한 사랑과 마음이 담긴 곳




13. 사슴수퍼마켙



목포 근대 역사거리의 사거리 코너에는 사슴수퍼마켙이라는 간판이 달린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적산가옥 중 하나로 아주 오래되긴 했지만, 관리를 잘했는지 지금도 아주 튼튼해 보입니다. 아! 사슴수퍼마켙이라는 간판이 달리긴 했지만, 지금은 슈퍼마켓이 아닌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도심의 협동조합에서 오랫동안 비어있던 이곳을 갤러리로 꾸며 개방했기 때문입니다.

사슴수퍼마켙에는 건물만큼이나 오래되고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사슴수퍼마켙 안의 벽에는 그 사연이 담긴 포스터가 붙여져 있는데, 사연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조애례 할머니는 신안군 자은도에서 나고 자라 23살에 목포로 시집을 오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무안군청에서 근무하는 공직자셨고, 아들 셋과 딸 둘, 일곱 식구 가정을 꾸리셨어요.

사슴수퍼는 할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마음이 담긴 곳이에요. 할아버지께서 혹여 본인이 없더라도 남은 가족들이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게를 얻었고 할머니께서 운영하셨다고 합니다.

사슴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좋아하셨던 동물이라고 해요.

사슴수퍼는 당시 인근에 숙소가 있었던 헌병대 군인들과 주민들이 즐겨 찾는 슈퍼마켓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홀로 슈퍼를 운영하시며 다섯 자식 들을 모두 키워내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72세가 되던 해, 건강상의 문제로 문을 닫았습니다.

그 후, 추억의 한편에 있었던 사슴 슈퍼는 주민과 방문객의 쉼터 빈집 갤러리로 13년 만에 다시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미리 자신의 운명을 아셨던 걸까요?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해 가족들에게 남기고 간 슈퍼마켓은 할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자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는데도 할머니는 홀로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다섯 명의 자식을 부양할 수 있었으니 말이죠.

할머니 건강상의 이유로 문을 닫았지만, 한 가정의 역사가 그대로 남겨진 사슴수퍼마켙은 13년 만에 여행자들을 위한 갤러리로 문을 열며 다시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할머니도 무척 기뻐하셨을 테죠.

평범하고 소소했던 가정의 이야기가 담긴 장소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빛을 내며 옛 시절의 사진이나 그림 등을 전시하며 여러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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