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날개라더니
지난번에 느낀 투명인간 취급을 받지 않기로 결심했다. 일요일 골프를 치고 난 충동적으로 원피스 세 개와 굽 있는 샌들 두 개를 샀다. 최대한 돈을 안 쓰는 게 이번 달 목표였는데 이번 달을 열흘 남기고 난 계획에 없던 지출을 달성해버렸다. 마음속엔 묘한 망설임과 설렘이 날 위로했다. ‘이 정도는 괜찮잖아?’
드디어 결전의 월요일. 골프를 갔다 살사를 가야 하기 때문에 난 새로 구입한 원피스를 가방에 챙겨서 샌들을 신고 골프를 치러 갔다. 너무 오랜만에 신는 굽 있는 샌들이라 걷기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굽 있는 걸 신으니 가슴이 저절로 펴졌다. 왠지 모르게 기세 등등해진 나는 골프장에 도착해선 골프화로 갈아 신고 골프를 쳤다. 그리고 살사 시간이 되어 드디어 원피스로 갈아입고 결전지로 향했다.
검은 레이온 원피스에 검은 반짝이 샌들. 이 정도면 훌륭해. 너무 신경 쓴 티도 나지 않아. 연습실에 도착해서 문을 여니 못 보던 남자분 몇 분과 새로운 여자분 한 분이 와 계셨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연습 시작. 확실히 원피스와 샌들은 효과가 있었다. 같은 동작을 해도 뭔가 살랑살랑. 같은 스텝을 밟아도 야들야들. 이거였구나.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연습하러 온 새로 보는 선배님들도 헷갈려하는 동작을 친절히 알려주셨다. 효과가 있어! 드디어 투명인간에서 해방되었다. 다음 시간에도 다른 원피스를 입고 가야지. 한편으론 이래야 하나 싶다가도 거울에 비친 내가 예쁘고 좋다. 그래. 내 만족이다 생각하자. 나 자신이 내가 예뻐야 남도 날 예뻐하겠지.
끝나고 배고파서 만두나 사갈까 하는데 같은 방향으로 가는 남자분이 그날따라 만두 사는 데 까지 따라오신다. 효과가 있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집에 온다. 발은 새 신발에 생채기가 났지만 뿌듯함으로 벗어 놓는다. 그 신발은 내 최애 신발이 되었다.
쓰다 보니 살사 얘기는 콩고물만큼이네. 인정 욕구 강한 나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살사는 현재 초급반 두 번째 타임을 다시 듣고 있고 베이직, 사이드, 프런트, 백, 그리고 남자 옆으로 지나가기를 배웠다. 거울에 보이는 내 모습이 전보다 는 그렇게 어색하지만은 않음에 만족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