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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미 Sep 04. 2015

사후피임약을 72시간 이내 먹었어도 임신일 수 있습니다

[지금 먹는 약 괜찮을까] 급할 때 생각나는 응급피임약 편

건강할 때는 모르지만 나이를 먹으면 찾게 되는 것이  ‘약(藥)’입니다. 약을 먹으면 단순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약과 독은 한 끗차이입니다. 언제·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약효가 달라집니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더 그렇습니다. 물론 하루 이틀 만에 이런 차이를 느끼 지기는 힘들죠. 


그렇다고 무작정 괜찮겠지 하고 참고 있는 것도 좋은 자세는 아닙니다. 약을 먹은 후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바로 의사나 약사에게 상담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별 것 아니지만, 드물게 나타나는 약 부작용일 수 있습니다. 약 부작용은 약 종류나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전문 분야라 이를 배우기도 힘듭니다. 몸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낀 다음 뒤늦게 움직입니다. 


평소 내가 먹는 약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준비했습니다. 당신이 지금 먹는 약 정말 괜찮은가요?(글쓴이 주)



휴가철·주말마다 급하게 찾는 응급피임약 왜?  


매년 여름 휴가철이면 많이 팔리는 약이 있습니다. 임신을 막아준다는 응급피임약입니다. 흔히 사후피임약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바로 그 약입니다. 본래 응급피임약은 콘돔이 찢어졌거나 성폭행·강간 같이 예상하지 못했던 응급 상황에서 임신을 피하기 위해 복용합니다. 한국에는 2001년 11월 처음 판매됐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자궁은 수정란이 착상했을 때 영양분을 공급하고, 안정적으로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 안쪽에 두터운 벽을 만듭니다. 응급피임약은 여성호르몬을 한 번에 고용량 투여해 이 벽을 허물어 버립니다. (만일 예정일보다 월경이 일주일 이상 늦으면 임신을 의심해야 합니다.)


당연히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 전에 복용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착상에 이르는 기간은 길어도  3일입니다.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 약을 복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가장 큰 부작용(?)은 피임 실패, 임신입니다. 다만, 약을 먹기 전에 이미 착상이 이뤄졌다면 이 약은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응급피임약 ‘노레보’


응급피임약은 ‘언제’ 약을 복용했느냐에 따라 약효가 달라집니다. 물론 성관계 후 가능한 한 빨리 복용해야 피임 효과가 높습니다. 24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피임 실패율이 5%로 낮습니다. 하지만 48시간 이내에는 15%, 72시간 이내에는 42%로 피임 성공률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응급피임약을 먹었는데도 임신을 했다는 의미입니다.(응급피임약은 임신을 방해하는 약이기 때문에 태아에게는 해가 없습니다.)


72시간 이내 복용해야 한다는 시간적 한계를 늘린 약도 있습니다. 늘어난 기간만큼 임신 확률은 떨어지겠지요. 성 관계 후 5일 이내(120시간) 복용해도 피임이 가능한 응급피임약 ‘엘라원’(현대약품)입니다. 2011년 조용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엘라원은 배란을 억제하거나 지연시키거나 수정란 착상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임신을 피합니다. 논란이 되는 점은 이미 착상된 수정란까지 탈락시킨다는 점입니다. 엄격한 생명윤리 잣대를 유지하는 가톨릭 등 종교계에서는 낙태약이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120시간 이내 복용하면 피임을 기대할 수 있는 응급피임약 ‘엘라원’


약효 떨어지면 몇 알 더 먹으면 된다고요? 큰일 납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차하면 응급피임약 한 번 먹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어 편하다고 생각하나요? 그건 오해입니다. 습관적으로 응급피임약을 반복해 먹으면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져 피임효과가 떨어집니다. 약효를 높인다고 3~4알씩 먹는 것도 호르몬 체계를 교란시키는 부작용 위험만 높아집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또 있습니다. 약을 먹은 후 또 성관계를 가졌다면 어떨까요? 응급피임약은 약 먹기 바로 직전에 있었던 ‘임신 가능성’만 막습니다. 약을 먹은 이후 발생한 새로운 임신 가능성은 예방하지 못합니다. 응급피임약을 먹은 후에는 다음 월경이 시작될 때까지 콘돔·피임용 캡 같은 비호르몬적 피임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응급피임약을 맹신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응급피임약을 월경 한 주기(사람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한 달  정도입니다)에 1회 복용을 기준으로 만든 약입니다. 이를 무시하고 한 달에 여러 번 먹거나 매달 반복해 복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피임 효과는 떨어지고, 부작용 발생 위험은 높아집니다. 약을 먹어도 임신이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약을 먹은 후 겪을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할 뿐 여성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속이 메스껍거나 구토·두통·골반통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정도입니다. 종종 약을 먹은 후 속이 울렁거려 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일 약을 먹은 지 3시간 이내라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다시 약을 먹어야 합니다.


드물지만 치명적인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자궁외 임신입니다. 논란은 있지만 응급피임약은 자궁 쪽으로 수정란을 밀어내는 나팔관 운동성을 떨어뜨립니다. 수정란이 자궁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나팔관에 머물다가 착상돼 자궁외 임신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자궁 출혈이 나타난 경우에도 자궁외 임신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약을 먹은 후 심한 출혈이나 아랫배 복통이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자궁외 임신을 판별하기 위해서입니다. 자궁외 임신은 말 그대로 수정란이 자궁이 아닌 곳에 착상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궁외 임신의 95%는 나팔관에 착상합니다. 임신이 진행되면서 통증·출혈을 호소합니다. 빨리 발견하지 않으면, 나팔관 파열로 출혈이 심해지면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피임도 임신과 마찬가지로 계획적으로 해야 합니다. 연령·생리주기·자궁상태·생리량 등 자신의 건강생태와 생활습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에게 적합한 피임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이라도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 상담받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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