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늦둥이' '무계획임신'에 대한 키워드를 검색하면 쓸만한 정보들은 모두 맘카페에서 나온다. 살아있는 본인들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와 축하드려요! 둘째는 사랑이죠." 혹은 셋째는 사랑이죠, 넷째는 사랑이죠가 있다.
맘스홀릭이나, 포항맘카페, 일산맘카페, 목포맘카페 등 각 지역의 맘카페들의 글이 조회되는데, 신기한 건 지역마다 전달하는 어조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은 "고민되시겠어요. 근데 저도 둘째 낳고 보니까, 너무 예뻐요. 얘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습니다. 좋은 생각만 하세요." 요런 어투라면,
지방은 "우와 축하드려요. 다 하늘에서 뜻이 있었겠죠. 둘째(혹은 셋째)는 사랑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남편이 더 잘해줘야겠어요." 요런 뉘앙스이다.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는가.
2014년 나는 34살, 아내는 30살에 우린 결혼했다.
지역별 어조가 다른 이유, 이 통계를 보니까 이해가 된다.
이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단순히 예민한 나의 느낌만은 아닌게, 위의 통계를 보면 서울의 출산율이 전국 평균을 훨씬 밑돈다. 둘째 임신을 바라보는 각 지방 엄마들의 시각에 차이가 있는게 어쩌면 당연하다.
지난 3월 중순, 토요일에 난 태백산 눈꽃 등반을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고속터미널역 인근에서 태백행 관광 버스를 탔다.이게 얼마만의 혼자만의 시간인가, 남자들의 자발적 부지런함이란. 3월 중순의 이례적인 폭설로 인해태백산의 눈꽃은기대 이상으로 정말 장관이었다.
등산 전날 밤 일찍 잠을 청하려다, 딸래미가 일찌감치 잠든 틈을 타 조심스레 안방으로 들어가서, 진짜 오랜만에 아내를 콕콕 찔러 보았다. 아내는 유튜브로 강아지 영상을 보며 힘들었던 평일의 스트레스를 달래고 있었다.
'아 나 지금 힐링하고 있는데. 건들지 마.'
하는 아내를
'이거 이혼 사유야. 6개월은 된 거 같은데. 우리 릴레이션 없던 게.'
징징대며 설득했다.
나는 올해 초, 운동을 진짜 열심히 하고, 살을 5Kg나 뺐다.
올해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의욕적으로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특히 40대 중반으로 가는 시기라, 어른들의 말마따나 허벅지 근력운동을 중점으로 했다. 나이가 들면 허벅지 근육이 제일 먼저 빠진다면서.
근데 허벅지 운동의
효과가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첫째 아이는 유산 두번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3년만에 힘겹게 임신에 성공했다. 이 첫째를 출산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생각하면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고맙고 또 사랑스럽다. 그래서 대한민국에 내는 세금이 진짜 1도 아깝지 않다. 그래서 내 소망은 비싼 아파트 들어가서 재산세를 왕창 내는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진의 높은 의료기술과 정부의 의료비 세금혜택으로 무사하게 첫째를 낳는데 성공했고,
첫째를 얻으려고 수십번 자연임신을 시도했으나 우리는 결국 실패했다. 아내 교육 연수중에 연수원 근처에 모텔을 얻고 날을 잡아 거사를 치렀던 경험도 있다. 그 지역 이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용인 김량장역. 거사를 마치고 아내는 택시를 타고 연수원으로 돌아가고, 나는 낯선 모텔에서 홀로 잠을 자고 다음날 회사로 출근했다. 그런 노력들도 다 허사였는데.
그러니까 자연임신은 우리에게 없는 지 알고, 피임에 소홀했다. 6개월만에 딱 한 번 사랑을 나눴는데, 백발백중. 군대에서 사격실력은 미달이었으나 마흔둘에 이제야 재능을 발견했는지 정밀사격에 성공.
처음에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느낀 감정은 기쁨보다는 당혹감이었다.
아내에게 표현은 안했지만, 나는 MBTI J형으로 계획에 없던 일에 대해서는 쉽게 혼란을 느끼고 크게 걱정한다. 아내에겐 걱정말고 마음 편히 먹어, 내가 다 키울께 하고 호언장담했지만 마음은 어지러웠다.
이건 그러니까, 40대 남자가 아내 대신 쓰는 출산 일기이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순전히 남자의 입장에서 쓰는 내용이다.
이 글이, 누군가 J형(계획형)의 남자가 계획하지 않은 2세를 임신했을 때, 남자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