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신입 도전기]①부장의 조언

by gsh

작년 9월 회사를 옮겼다. 사실 원래는 이직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전 직장은 내게 어쩌면 벅찬 회사 중 하나였다. 학사경고를 두 번 받고 인턴·학보사 경험도 전무했던 내게 밥벌이 기회를 줬다. 회사에서 퇴사자가 많아져 6개월 동안 출입처가 3~4번 교체되고 어느 부장한테 육성으로 쌍욕을 먹고 온갖 짬처리를 당하고 부서장이 차장으로 강등되고 등등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감사할 따름이다. 덕분에 이 일을 경험하고 남들처럼 사회생활하면서 살고 있다.


실은 여러 선배들로부터 '열심히해서 다른 곳으로 이직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우리 회사는 나름 좋은 회사다", "업계에 나름대로 인지도도 있다", "공채가 오래 회사를 다녀야 하는데 이리저리 나가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던 선배들은 술에 꽤나 취할 때가 되면 "빠르게 이직해라"고 진심을 털어놨다. 술 취하면 진심이 나오는 법이다. 나름대로 후배를 아끼는 그들만의 방식이겠다.


결정적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건 일요일 부서장과의 점심 식사에서다. 작년 이 맘때 쯤으로 기억한다. 몇 개월 전 부장에서 팀장으로 직급이 강등된 그는 그날따라 눈이 몹시 부어있는 상태였다. 흰자위과 빨갛게 충열돼 당장이라도 병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닌지 싶었다. 전날 크게 울었던 걸까, 무슨 병에 걸렸던 걸까. 가뜩이나 그가 편집국장으로부터 찍혔다는 말이 요 며칠새 회사 내에서 떠들석하게 돌았다.


'박 기자는 기자 계속할 거야?'


잽인 줄 알고 앞에 있는 손으로 툭 받으려고 했는데 훅이 들어와 머리골이 띵한 상태랄까. 평상시에 혼잣말하면서 나름 심오한 생각들도 많이 했었는데 하필 이건 생각을 못했었다. 이 일을 계속할 건지에 대해 내게 선택권이 있는 것 자체를 머릿 속에 떠올린 적이 없다.


다른 일을 하려면 기자 일을 관두고 취업 준비를 또 해야 하는데 취업난에 좀처럼 쉽겠나. 시간만 허비하고 이래저래 낭인처럼 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든다. '좋아서 만나냐, 만나고 있으니 만나지.' 어느 집안 안주인께서 바깥양반과 헤어지지 않는 이유가 떠올랐다.


"넵. 그냥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 뭐 이래저래 적성에도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고요."


"그럼 딴 곳 알아봐."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눈이 충열된 직장 상사. 회사에서 찍혔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점심식사 때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고 말한다. '넵 알겠습니다' 정도로 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대화를 다른 주제로 넘기기도 애매했다. 조용히 순대국을 퍼 먹었다.


집에 돌아와 아랑 카페에 들어갔다. 언론판 사람인 혹은 링커리어로 이해하면 된다. 나는 원래 어느 사이트든 자동 로그인을 해 둔다. 오랜만에 들어가서인지 새롭게 로그인을 해야 했다. 채용정보방을 확인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이런저런 곳에 무차별적으로 지원서를 남발하던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 직장보다 더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곳, 급여 수준이 좋은 곳을 선택해 지원서를 썼다. 그중 하나가 지금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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