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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Sep 25. 2015

가을이 와서

시답잖은 얘기를 별스럽지 않게 받아준 네가 고마워서





밤 공기를 따라 번지는 가을 냄새에 들떠

날씨를 핑계 삼아 

무작정 네게 전화를 걸었다.


이젠 정말 가을인가 봐. 밑도 끝도 없이 

한껏 날아가는 목소리에 너는

그동안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태연히 

갑자기 또 추워지는 것 아니냐며 

넉살 좋게 웃었다.  


시시콜콜한 말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다 이야기는 결국 

언제 한번 보자는 겉치레로  

끝이 났다. 


시간에 바래 다 지워진 거라 믿었던

감정이 울컥 쏟아져내렸다.


시답잖은 얘기를  

별스럽지 않게 받아준 네가, 

뜬금없는 전화에 

'왜' 전화했냐 묻지 않아준 네가

나는 여전히 그립다고.


구차한 미련이라도 

보고 싶다고 말해볼걸 그랬다.

언제 한 번이 아니라, 다음주에 

얼굴이나 봤으면 한다고.

너 좋아하던 닭발을 먹으러 가자고.

그리 말이라도 해볼걸.


지금에서도

이리 그리워할 바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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