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답잖은 얘기를 별스럽지 않게 받아준 네가 고마워서
밤 공기를 따라 번지는 가을 냄새에 들떠
날씨를 핑계 삼아
무작정 네게 전화를 걸었다.
이젠 정말 가을인가 봐. 밑도 끝도 없이
한껏 날아가는 목소리에 너는
그동안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태연히
갑자기 또 추워지는 것 아니냐며
넉살 좋게 웃었다.
시시콜콜한 말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다 이야기는 결국
언제 한번 보자는 겉치레로
끝이 났다.
시간에 바래 다 지워진 거라 믿었던
감정이 울컥 쏟아져내렸다.
시답잖은 얘기를
별스럽지 않게 받아준 네가,
뜬금없는 전화에
'왜' 전화했냐 묻지 않아준 네가
나는 여전히 그립다고.
구차한 미련이라도
보고 싶다고 말해볼걸 그랬다.
언제 한 번이 아니라, 다음주에
얼굴이나 봤으면 한다고.
너 좋아하던 닭발을 먹으러 가자고.
그리 말이라도 해볼걸.
지금에서도
이리 그리워할 바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