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4/월/맑음. 바람은 차다.
불쑥
1. 갑자기 불룩하게 쑥 나오거나 내미는 모양.
2. 갑자기 쑥 나타나거나 생기거나 하는 모양.
3. 갑자기 마음이 생기거나 생각이 떠오르는 모양.
unexpectedly, abruptly, suddenly, all of a sudden
출근하자마자 박소란 시인이...
불쑥, 이라는 말이 좋아
불쑥 오는 버스에 불쑥 올라 불쑥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
그런 일이 좋아
나는 그에게 사랑을 고백할 텐데 불쑥 우리는 사랑할 텐데
고단을 가득 태운 버스가 우리를 창밖으로 내팽개친대도 그리고 모른 체 달려간대도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이봐, 이걸 보라구, 여기 불쑥이란 게 있다구
아하, 그렇군!
걱정 없을 텐데
이제부터 나는 불쑥이 될게, 실없는 농담을 해도 그는 고개를 끄덕일 텐데
어이 불쑥, 반색하며 불러줄 텐데
그러면 대답할 텐데 응, 하고
불쑥이 대신
불쑥은 내가 될 텐데
나는 불쑥 뒤에 숨어 숨바꼭질처럼 살 텐데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불쑥 왔다 불쑥 갈 텐데 술래도 모르게 나는, 멀리 저 멀리 갈 수 있을 텐데
...라고 불쑥 말을 건넸다.
생각해 보니 내겐 '불쑥'이 부정적이다. '불쑥 찾아와서, 불쑥 물어보는...'이 연상되면서 좀 불쾌하다.
이상하다. 영어로 '불쑥'은 또 느낌이 좋다. 발음도 좋고, 입에 착착 감긴다. 이게 바로 문화사대주의 인가?
이게 또 희한한 건 '불쑥'의 주체가 내가 되니 쿨하고 칠하니 나쁘지 않다. 뭐 누가 선물을 불쑥 주는 것도 좋겠구나. 그래, 나도 불쑥, 이라는 말이 좋아졌다. 문득만큼은 아니지만.
오후에 불쑥 찾아온 영상의 기온에 봄맞이 운동을 다녀왔다. 바람이 아직 차다. 봄칫국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