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7/목/맑고 따뜻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1980년대 활동한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의 노래 ‘풍경’ 가사 중)
“이 노랫말처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우리도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 첫 단추가 권력자가 오염시킨 헌법의 말들을 그 말들이 가지는 원래의 숭고한 의미로 돌려놓는 데서 시작돼야 합니다. “ 품위 있는 변호사님의 변론은 묵직하면서 부드럽고, 파르라니 날이 선 한 편의 시와 같았다.
제자리.
방학 동안 내려와 있던 아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가만, 녀석이 제자리가 이제 이 집이 아니고 , 녀석의 어질어진 방이 아니고 안산이구나, 학교 기숙사 방이 되었구나.
문득.
난 지금 제자리에 있는가? 내가 그리는 풍경은 아름다운가?
정치인, 공무원, 군인, 경찰, 검사, 의사, 선생님, 학생들은 지금 제자리에 가 있는가?
잠시 제자리를 떠났을 때, 정체성을 잃고 떠돌 때 찾아온 혼란과 피로. 이제 그만.
계절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오는 시절에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아름다웠으면.
제자리로 가야 할 이부자리를 지하주차장 현관 앞에 두고 온 걸 기숙사 방 문 앞에서 깨달았다. 6층을 나서면서 난 여행용 캐리어와 이불 보따리를 들었고, 나머지 꾸러미는 웨건에 실어 가방과 스케이트보드를 둘러 맨 아들 녀석이 끌었다. 지하 주차장 현관 옆에 캐리어와 이불을 두고 멀리 주차된 차를 몰고 왔다. 난 트렁크에 캐리어를 먼저 실었고, 녀석이 건네준 가방과 웨건을 접어 넣고 문을 닫았다. 나머지는 녀석이 뒷좌석에 실었다. 룰루랄라. 녀석은 지가 끌고 매고 내려온 것들만 뒷좌석에 실었고, 난 당연히 그 옆에 있는 이불 꾸러미도 함께 실을 거라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내에게 전화해 현관 옆에 곱게 놓인 이부자리를 찾았다. 며칠 뒤 아내랑 이불과 농구공 싣고 아들 보러 오늘 누빈 길을 다시 달려야 한다.
부디 정신머리도 늘 제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