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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의 아무튼, 술을 읽다

혼술, 욕

by 정썰

2019년에 출간된 책.

실명이라고 해도 그럴싸한 경계에 선 필명처럼

구박받는 아재개그의 주변에서 아슬아슬하게 섞이지 않고 풀어내는 현란한 말솜씨, 아니 글솜씨.

세련된 아재미라고 할까. 혼비(魂飛)와 백산(魄散) 사이 그 어디쯤.(이건 좀 무리다 싶긴 하다)


많은 에피소드 중 '혼술'과 '욕'에 관한 내용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책의 후반부에 있다는 물리적? 이유일 수도 있다. '물리적'이라는 단어가 애매한데, 작가라면 이런 상황에 꼭 맞는 단어를 알고 있을 거 같다.)

술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중년 남성(물론 한 때는 나도 말술을 마시며 산 시절이 있었지만)의 시선과 생각의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문제적 고민들, 욕을 찰지게 못하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으로 대학시절 조정부 합숙 운동 기간과 사관후보생 군사훈련 간에 체득한 '욕의 미학'에 대한 접점이 느껴져서 그랬다.


아무튼 내 글쓰기 스타일은 작가와 많이 닮았다.(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아내의 권유로 만났지만 동일작가의 책을 두 권씩이나 읽고 다음 책을 찾는 건 흔하지 않다. (첫 책은 '전국축제자랑'이었고, 다음 책은 '다정소감'이다.)

이왕 닮은 구석을 찾은 김에 언감생심 작가와 견주어 본다.

졌다.

글솜씨, 어휘력, 술까지.

아! 하나 이긴 게 있다. 캔디크러쉬사가. 작금의 레벨 18332는 작가의 레벨 4191과는 비교가 안된다.

아, 6년 전이구나.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에 담긴 술에 관한 유쾌한 장난감을 바닥에 펼쳐놓고 잘 놀았다.

정리함의 뚜껑을 닫으며

생각해 본다.

생각만 해도 좋은 게 뭐가 있을까. 나에겐.


아내?ㅋ


써볼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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