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교 과정을 마치고 바로 취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쉼 없이 달리기만 했기 때문에 쉬고 싶었다. 뭘 하면서 쉬고 싶은지는 몰랐으나 그냥 쉬고 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러지 못했다. 주변에서 달리는 모습에 조급해졌고, 어떻게 쉬는지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 달렸다. 그러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취업을 위한 자격증을 연달아 따고 현장실습을 했다. 취업에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툭 멈췄다.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나를 이끌어서 여기까지 왔으나 계속해서 소진되는 느낌이 들었다. 취업 준비에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전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상담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니 내가 쉬고 싶어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서 멈췄다.
이후에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속에 고여있는 감정들이 나를 아프게 하는 것 같아서 그림으로 글로 내 이야기를 표현하는 작업들을 했다. 책을 읽는 것이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계속해서 읽었다. 영어나 중국어 회화를 잘하고 싶어서 괜찮아 보이는 공부법을 내게 적용했다. 하고 싶었던 책 관련 서포터즈에 합격하여 4개월 동안 활동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한 것이 내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 영어 자격증이 따고 싶어서 도전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아무도 모르게 했다.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으려 했다. 내가 쉬고 싶어서 남은 시간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한 것인데 그 사실을 꽁꽁 숨겼다. 누구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내가 너무 아플 것 같아서 그런 소릴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또 답답했다. 내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고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내 모습을 숨기고 싶지 않다. 번아웃돼서 쉬고 싶었던 나도 나이고, 온갖 좋아하지 않는 감정에 압도돼서 아무것도 못하는 나도 나다. 책만 읽는 것 같은 것도 나이고, 지금 여기서 행복한 게 불안한 것도 나이다. 그냥 그런 불완전한 나들을 나부터 먼저 인정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남 앞에서도 덤덤하게 드러내고 싶다. 지금 나는 이렇다고.
불완전하지만 결국은 소중한 내 모습들과 편하게 살고 싶다. 그게 어떻게 하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다. 그래서 이 자체로 괜찮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럴 수 있다는 존중을 받으며 앞으로의 일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