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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진 크리에이터 Apr 17. 2020

유랑 지구는 한국에 올 수 있을까?

2019년 중국에서 개봉되어 중국 역대 박스 오피스 2위에 오른 초대형 흥행작이 <유랑 지구>이다. 할리우드를 비롯하여 뉴질랜드 등 거대 자본이 투자되는 영화 제작의 현장에서 SF 선호 현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목격되어 왔다. 

중국이 <유랑 지구>로 먼저 시작하기는 했지만, 이와 비슷한 현상은 한국 영화계에서도 현재 포착되고 있다. 

왜 SF일까? 영화 탄생 이후, 극장 상영용 영화를 위협해 온 여러 도전에 대해 영화는 극장에서만 체험 가능한 압도적 비주얼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돌파하고 이겨내 왔다. 

공중파 TV에서 케이블 채널로, 언제 어느 때고 원하는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OTT 서비스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면서 영화는 전래의 보도인 압도적 비주얼이라는 무기를 다시 꺼내 들었고 이는 할리우드뿐 아니라 로컬 마켓의 상황도 비슷하다.     

중국은 과학 굴기, SF굴기라는 국가 정책을 펼치면서 진작부터 SF 영화 제작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들 스스로 G2 국가로써의 위상을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데에 있어서 과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훌륭한 SF 영화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라고 해서 단번에 흥행 대작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유랑 지구>는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인데 원작자는 중국, 아니 아시아를 대표하는 SF 작가 류츠신이다. 류츠신은 SF 소설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 상의 아시아 유일의 수상자이다. 수상작 <삼체> 삼부작은 가히 아시아 SF의 자존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대작인데, <삼체 1>은 영화 촬영이 끝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개봉 소식이 없다. 

그 엄청난 작품을 얼마나 엉망으로 만들었으면 창고에서 썩히고 있단 말인가.     

그러던 중국 영화계가 같은 작가 원작의 <유랑 지구>로 단번에 자존심을 회복했다. <유랑 지구> 이전 단 두 편의 필모 밖에 없던 감독(Frant Gwo)과 프로듀서이자 작가인 Gong Geer가 의기투합하여 만들었는데 이상기온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지구가 태양계를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찾는 여정과 모험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을 구현하는데 48,000,000 $를 들였다. 할리우드에서 같은 스케일의 작품을 만들었다면 최소한 이 버젯의 3,4 배 이상이 들었을 것이다.      

주로 역사극과 판타지를 만들어 온 중국 영화계는 어떻게 거의 처음 시도하는 SF라는 장르를 통해서 <유랑 지구>를 만들었을까? <유랑 지구> 팀의 현명한 작전이 성공항 결과하고 생각한다.     

<유랑 지구>의 세계관은 지구가 태양계를 벗어나는 유랑을 떠난다는 거대한 판타지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는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비주얼이 비현실이라는 말이다. 왜 SF가 할리우드의 전유물이다시피 한 시기가 길었는가? 바로 여기에 그 답이 있다. 배경 전체, 모든 교통수단과 건물, 그리고 심지어 등장인물의 의상까지도 SF적인 몰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고안되어야 한다. 그것은 그리고 바로 막대한 버젯!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그동안 이런 식의 세계관 전체를 창조해내는 SF는 아시아권에서는 시도가 어려웠다.        

미국을 뺀 세계 마켓 전체와 사이즈가 비슷하다고 하는 중국 영화의 마켓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성공 이력이 없는 SF라는 장르와 단 두 편의 타 장르 필모만 가지고 있는 감독에게 투자자들의 과감한 투자는 쉽지 않았다. 제작비가 오버되면서 제작 중간 단계에서 투자 철회가 일어났다가 주연배우가 EP로 갭 투자를 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영화는 훌륭하게 완성되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유랑 지구>의 화면 전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중국의 상징색을 사용한 붉은색 우주복이다. 기존 할리우드의 우주영화에 등장했던 모든 우주복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고 어쩌면 역사상 가장 뛰어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은 배우를 통해서 영화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그들과 감정적으로 동조하면서 영화 속 여정을 함께한다. 따라서 세련된 붉은 우주복을 입은 배우들의 모습은 약간의 흐릿하게 처리된 배경과 건물(영하 70도의 지구 상의 보습)이나 덜 세련되어 보이는 우주정거장을 잊게 만든다. 이 유명한 붉은 우주복은 현존하는 최강의 팀 중 하나인 웨타 워크숍의 작품이고 웨타 워크숍은 우주복 디자인 외에 VFX 슈퍼바이저를 파견하여 이 영화의 제작을 도왔다.     

아마도 중국 영화계, 혹은 <유랑 지구> 팀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볼 수 있는 SF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또 중국 영화계 전체에 SF 영화에 대한 큰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가장 효과적으로 버젯을 배분했고 핵심 기술은 거인 손을 빌리는 현명한 작전의 승리를 우리는 목격한 것이다.     

웨타 워크숍은 지난 7년간 한국의 지자체 들와 협력하면서 SF/판타지 제작의 핵심 기술인 한국의 콘셉트 디자이너 양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Covid 19 사태가 진정되기만 한다면 올해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계에서도 곧 <유랑 지구>와 비슷한, 혹은 더 현명한 작전 계획이 수립되길 희망한다. 

인천 판타지 컨벤션은 공동 주관사인 웨타 워크숍과 함께 2020년 여름 <유랑 지구> 팀을 초청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유랑 지구>는 한국에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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