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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현준 Dec 14. 2017

우연히 오는 건 없어요

왔다면, 때가 되어서죠
우연히 오는 건 없어요.


매일 다니던 출근길에서 보지 못했던 글귀를 발견했다.
차에 타면 졸거나 스마트폰 들여다보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오늘은 뭔가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에게 메시지가 온건 삼일전이었다.
서울에 잠시 들르게 되었다며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자고 했다.
나는 설렘과 긴장 속에서 꼬박 삼일을 보내고
드디어 오늘 저녁 우리는 몇 년 만에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너에게 주고 싶던 책 한 권이 있었다. 
퇴근 후 책을 감쌀 포장지를 고르고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명목이 좋겠다 싶어 
너무 요란하지 않고 깔끔한 디자인의 크리스마스카드도 신중하게 한 장 골랐다.
오랜만이었다.
누군가의 선물을 챙기는 일이 이렇게도 기쁘다는 것을 다시 기억해냈다.
너와 처음 만나게 된 이후로 몇 년간
나와 너의 동네를 오가며 별 시답잖은 물건이며 
한 개를 더 사놓고선 굳이 1+1으로 받았다며 건넨 과일 등,
너에게 주는 것들은 늘 설레고 행복했을 뿐 아까운 적이 없었다.




만나기 전날, 너한테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일 때문에 바로 내려가야 한다고 여유 있게 오게 되면 보자고 했다.
알겠다며 조심히 내려가라는 애써 아쉬움이 묻어나지 않는 답문을 보내고
방금 사들고 와서 포장했던 책과 어떤 말을 담을지 고민하며 
표지를 젖혀놓은 카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카드의 표지를 몇 번 쓰다듬고 
빈 공간이 그대로 남은 카드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우연히 오는 건 없구나.
때는 아직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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