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을 주웠다.
사람들이 다 내린 참이라
자리엔 아무도 없었고
잠시 어떡해야 하나 망설였지만
곧 슬그머니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그리 착한 사람은 아닌데도
걱정이 좀 더 앞선 것이 사실이다.
지폐는 반듯하게 두 번이 접혀있었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집에서 만원 한 장,
겨우 용돈으로 받아들고
지갑도 없이 주머니에 쑤셔 넣고
나온 것이 분명하다.
행여 오늘 하루를 홀로 보낼 학생이나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밥이나 간식이나 아니면 간단한 물건을
구매할 돈이었을까봐 내심 걱정이 앞선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단순히 만원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전부 잃어버린 셈이 된다.
내가 줍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꼭 이럴 때는 주운 사람이 죄인이 돼버린다.
그렇다고 기사 아저씨한테 전하자니
아마도 아저씨의 담뱃값이 돼버릴 게 거의 뻔하고,
또 요즘엔 만원 한 장 주웠다고 가던 길을 늦추고
경찰서나 지구대를 찾는 착실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찾아줄 방도가 없어 내가 가져왔으나
아직도 찝찝할 뿐이다.
하지만 나도 곧 써버리겠지?
어쩌면 바로 내일...
오늘의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 감정 없이 불쑥 내어버릴 것이 뻔해.
그러니 그냥 내가 주운 걸 기사 아저씨한테 양보하는 게 아까웠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