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한 장면

by 나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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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으로 출장을 가던 중

옆 사람의 행동에 자꾸 눈이 머물렀다.

그는 책을 바르게 펴놓고

(얼핏 훔쳐본 책의 제목은 의상.. 연구.. 어쩌구였다.

아마도 패션업에 종사하는 사람인가 보다)

한장 한장 꼼꼼히 읽어가며

아마도 다시 보고 싶은 문장 아래

작은 쇠로 된 자를 일렬로 맞춘 뒤에

샤프로 밑줄을 그었다.

글자 밖의 여백들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었던 밑줄로 보아

아주 정성스럽게 긋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책에 자를 대고 밑줄 그는 사람을 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

처음 앉을 땐 신경 쓰지도 않았던

그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올려다보기에 이르렀다.

어느 평범한 중년 남자의 얼굴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디자이너의 느낌은 전혀 없었고

그렇다면 재단사일 가능성이 크겠다.

자와 샤프.. 이 두 개의 물건밖에 단서는 없지만

재단사라는 직업에 어느 정도 뒷받침되지 않을까?

하여튼 직업이 무엇이든 간에

그는 제 일에 엄격한 사람일 것임이 분명하다.

참 오랜만에 보기 좋았던 오후의 한 장면이었다.

그는 분명 그 책을 몇 번이고 더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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