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들

by 나현준
5.jpg

필름카메라 한 대가 갖고 싶었다.

이왕이면 전에 어느 배우가 집필한 책에

예쁜 사진을 더해주었던 카메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에디터가 사용하는

그 카메라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산은 이미 중단됐고

중고품인데도 값이 만만치 않아,

가지고 있던 비상금을 탈탈 털어

몇 번의 고민 끝에 겨우 장만하였다.


마구 찍고, 바로 보고, 삭제하는

반복적인 행위에 싫증이 났던 터라

한장 한장 정성을 들여 찍어야 하는 필름 카메라는 나와 필히 만났어야 할 운명이었나 보다.

뷰파인더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으면

꽤 괜찮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디지털카메라를

완전히 치워버릴 순 없다.

필름 값과 현상, 스캔 비용까지

매번 부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가끔 이렇게 필름 카메라로

소중했던 순간들을 천천히 담고 싶다.


가령 일주일에 다섯 번

하루 아홉 시간이 넘도록 보는 동료들이지만,

사진으로 또 봐도 싫지 않은 이런 얼굴들...

작가의 이전글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