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도 처음인데, 간조가 있는 바다는 처음이라.
나에게 ‘남열’은 엄청 낯선곳이었다.
고흥이라는 곳을 가본적도 없었고, 전라도는 특히 더 익숙치가 않은 곳이었다.
어렸을때부터 우리가족은 여름 휴가를 강원도에서 보내곤 했다.
강원도가 더 시원해서라나.
서핑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 ‘남열’이라는 서핑 포인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부정하게 자란 소나무 사이로 파도가 들이치는 바다가 보이는 사진을 보았다.
나는 딱 그 사진 하나 보고 남열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무사이로 바다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가.
이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한 장면 때문이었다.
남열을 가기로 결심한 것은.
나는 남열의 ‘아이러브NY’ 서핑샵에서 6일간 묵었는데
그 시간들을 잊고 싶지가 않아서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내 글을 보고 혹시라도 가고 싶으신 분들이 생긴다면,
나는 더할나위 없이 기쁠것 같다.
비행기를 타는 일이 제법 오랜만이라 설레었다.
아침에 주차 문제로 약간 늦었는데, 요즘은 국내선도 오래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약간 쫄렸다.
여수공항으로 가서, 여수를 약간 구경하고 남열로 들어가서 서핑을 하는 루트였는데,
너무 감사하게 도와준 인스타셀럽 ‘솔’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여수공항에 도착하니 또 새로웠다.
내 경우에 여행을 할 때마다 뭔가 이 지역이 다른 지역이구나 하고 느끼는 것은 지역에 자라는 ‘나무’와 ‘냄새’인데, 여수가 그러했다.
전라도를 이렇게 와보는 건 정말 처음이라, 새롭고 신기했다.
서울과는 또 다른 나무, 햇볕, 바람 - (ㅋㅋ) 오글거려도 어쩔수 없다. 사실이 그러하니까.
여수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산재한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보고,
여수 밤바다로 유명한 공원을 걷고,
여수에 유명한 바게뜨 샌드위치를 먹고 잠시 쉬었다.
엄마는 여수 돌산 갓김치를 보내라고 하셨지만, 남열리의 간조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서둘러 움직였다.
사실 성시경이 유명하게 만든 ‘나진국밥’을 먹기 위함이었다.
나진국밥이야기는 추후 다시 하도록 한다.
남열리의 서핑 포인트는 네비게이션에 ‘해돋이해수욕장’을 치고 들어가면 되는데,
버스를 타고서 들어가는 건 사실상 어려워보인다.
남열리의 경우, 고흥터미널에서도 버스로 약 2시간이 걸린다고 하니(경험이 없다, 안할것임) 다들 자차를 준비하시거나,
서핑을 같이 할 사람들과 여유롭게 돌아가며 운전해서 갈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꼬부랑 길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들어가고 나면 황홀한 비경을 볼 수 있다.
라인업에 나가서 보는 장면이 진짜 장관인데,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으니 도통 찍을수가 없다.
다음에 남열을 가게 되면, 꼭 찍어오리라.
아무튼 각설하고, 남열 바다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남열은 남스웰, 남동스웰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남열의 시즌은 동해의 비시즌인 ‘여름’이다. 라고 귀동냥으로 들었는데, 아니면 망하는것이다.
남열은 간조 전후로 2-3시간 가량 초보자들이나 롱보더들이 타기 좋은 파도가 온다.
내가 지낸 6일동안은 물때를 잘 맞추면 그래도 탈만한 파도가 들어와주었다.
아, 동쪽에는 없던 물벼룩이라는 놈이 있다.
가끔 따꼼 따꼼하는 정도로 물고, 나는 괜찮았는데, 몇몇 사람들이 울긋 불긋 하게 되었다.
긁지만 않는다면 금방 낫는다.
내가 갔던 ‘아이러브엔와이’ 서핑샵은 ‘김건진’ aka ‘건진옵’ 사장님이 운영하고 있다.
건진옵에 대한 이야기도 할말이 길지만, 이 포인트를 발견하신 분이라고 한다.
건진옵은 원래는 스노보드를 탔었는데, 지금은 서핑샵까지 운영하게 되셨다고-
스노보드도 짱잘타고, 서핑도 짱잘타니까 짱이지.
건진옵은 츤데레다. 그래서 내가 츤사건진옵 이라고 별명을 다시 지어주었다.
건진옵처럼 열심히 잘 원리부터 가르쳐주는 서핑샵도 드물다.
나는 6일간 바다에 가장 오래, 자주 떠 있었으므로 건진옵의 눈에 많이 띄었나보다.
일도 힘드실텐데 자꾸만 들어와서 하나씩 더 가르쳐주었다.
그야말로 원포인트 레슨이라고 할수 있다.
그리고 그와는 눈마주치면 운동이다.
요즘은 슬로우버핏에 꽂혀있어서, 눈마주치면 해야한다.
나는 나름 그게 메리트라고 생각했다.
남열의 밤은 항상 풍족하며, 여유롭고, 취하여, 나는 포동포동 살이 오르기 때문이다.
남열특(별)훈(계)는 이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