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공평함만큼 두렵고도 환희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당신을 사랑함도, 사랑했음도 모두 겸허히 인정할 수 있게 한 것은
그 공평함이었다.
잊겠노라 혹 일어서겠노라하는 해묵은 그 결심마저도 기다려 주지 않는
시간의 냉정함이 때때로 우습기도 하였다만은
또 그렇게 나를 묵묵히 스쳐가 주는 것이
참을 수 없이 고맙기도 하였다.
시간이 멈추지 않고 머무르지 않고
하염없이 하염없이 흐르기에
나의 삶도 흘러갈 수 있음을 믿는 것이 제법 익숙해진 지금,
난 어른이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