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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바람

쓸모와 역할

by 정다운 그녀


동화 해와 바람에서

바람은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쪽이 이기는 대결을 제안하곤 지고 만다.

이 승패는 과연 해가 더 뛰어나서일까.

해가 자신만만하게 대결을 승낙한 이유는 뭘까.


바람이 자신의 쓸모를 알고 나그네 옷깃을 세우는 대결을 제안했다면,

바람은 쓰디쓴 패배의 맛을 보지 않아도 됐을 거고 해는 눈치껏 대결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다.


어릴 적 이 동화에서 받은 교훈이 '잘난척하면 쪽팔려진다'라면

지금은 '나의 잘난 부분을 알고 나대자'가 되었다.


세상은 해처럼 자신의 승리를 확신할 때만 달려들고

나는 바람처럼 쓸모를 모르고 덤벼든다.

이젠 잦은 패배에 피터지고 쓰러져 그마저도 뛰어들지 않는 나는, 바람의 대범함도, 해의 눈치도 남 이야기인 것만 같다.


잘난 쓸모를 찾아 나대는 해같은 바람이 되고 싶은데 나를 깨닫게 해 줄 나의 나그네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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