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어 가는 길이 즐겁다

삶과 뜨개가 닮아 있는 이유

by 김수현

금요일의 다음날이 주말이 아니라면,

우리는 여전히 불금을 기다릴 수 있을까?


아마 우리가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건 비단 한 주의 끝이라서가 아니라, 일주일을 버텨낸 자에게 보상처럼 주어지는 ‘주말’이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요즘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나도 여전히 금요일이 여전히 기다려진다.


뜨개도 완성이라는 끝이 있기에 과정이 즐겁다.

언제나처럼 코막음으로 마지막 코를 막으며 끝이 있다는 걸 알기에 생기는 잔 실수와 시행착오를 웃어넘긴다. 어차피. 어떻게든. 끝이 나니까.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

“그 돈이면 옷을 사지, 뜨개질을 해서 뭐가 좋냐.”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뜨는 게 재밌잖아.”


옷은 돈을 주고 살 수 있지만, ‘뜨는 과정’은 그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다. 실의 감촉, 리듬 속에서 느껴지는 깨달음 같은 것들. 그것은 오직 내 손끝을 통해서만 온다.




이십 대 초반, 그간 모은 용돈과 알바비를 털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


출국 전, 귀 따갑게 들은 말

‘소매치기 조심해라.’


실제로 혼자 도착한 유럽은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일조차 큰 다짐이 필요했고, 낯선 골목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이게 과연 여행일까?’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자 어디선가 나타난 자신감이 용기가 되어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그렇게 두려움을 잊고 여행을 하던 중, 스페인 한인 민박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여행자를 만났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마치 소매치기를 당하기 전처럼 즐기며 여행을 하고 있었다.


혼자 스페인 마드리드 공원에 앉아 그 대화를 곱씹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사실 언제든 소매치기는 일어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나는 나의 여행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망연자실해 울고 불며 당장 여행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남은 시간에 더 많이 보고 웃고 즐기고, 기억에 남을 경험과 추억을 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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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귀한 것들에 일부러 끝을 만들어 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삶, 인연, 뜨개, 여행…


신이 끝을 만들어 둔 것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실뭉치가 된다.

말랑말랑한 실뭉치에서 시작 실을 찾아 바늘 끝에 걸어 한 코.


한 코. 한 코.


언젠가 완성에서 멈출 그날을 향해.

손가락에는 부드럽게 휘감긴 실이 천천히 움직이고,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


그렇게 끝을 향해 엮어나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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