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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영 Jan 14. 2019

대문밖 미스트

스티븐 킹 원작의 미드 '더 미스트'의 한 장면


문 밖에 있을 막연한 존재 때문에 홀로 죽어가는 것, 이게 바로 공포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순식간에 문을 박살내고 내 어깨를 바닥에 눕히고 밖으로 끌어낼 거야. 자비를 구할 절박한 단어가 채 목구멍으로 나오기도 전에 나는 괴물에게 잠식당하고 말겠지.

괴물의 이름은 바로 과대망상.  


오늘의 과대망상

나는 서울의 극동쪽, 경기도 극서쪽에 살고 있다. 이 마을에 오늘 미세먼지 주의보가 경보로 상향조정됐다. 거실 통창으로 숲이 가득 펼쳐진 풍광때문에 망설임없이 계약했던 게 언제였더라. 반년도 안돼 지금 창밖은 먼지태풍으로 뒤덮여 있다. 창밖은 숲이 아니라 옆집 시멘트 외벽이라고 해야 어울릴 지경이다.

이런 세상에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생활의 편리와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 무엇 하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게 아님을 알게도 되었지만 코로 들어오는 공기를 거부하게 될 줄은 몰랐다. 숨을 참고 싶은 날들. 근데 숨 참으면 우리 죽는 거 아님? 뭔 놈의 세상이 이토록 죽어라죽어라 떠미는 거임? 양질의 산소팩이 신선코너에서 팔릴 날들이 머지 않은 거임? 퀄리티 있게 싱글은 소포장으루다가?  


그런가하면 마음 속에도 초미세먼지급 탁한 입자들이 부유한 날이었다. 당장 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시간을 두기로 하다가- 내 마음은 분명하게 갈무리를 하기로 했다. 가라앉기를 기다리면 눈 앞은 환해질 망정 바닥은 짙은 흙먼지가 쌓일 테지. 지금 정리하는 게 옳은 거다.

이런 경우 누구보다 내가 중요하다, 이게 오늘의 결론.


선명하지 않은 걸 싫어하는 이유는 내 나이브한 성격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상황을 말랑하게 본다면 끌려다니느라 더욱 힘겨워질 것이다. 그게 미세먼지건 나를 길들이려는 친구이건. 문밖 미스트는 과대망상을 부르기도 하지만 자물쇠가 잘 잠겼는지 미리 단속할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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