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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영 Jun 14. 2019

사랑이라기엔 음침하고

앵두가 뜨겁게 영그는 중.


나이많은 남자와 어린 여자가 서로에게 매력을 느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 방면에서 가장 대중적인 모델이랄수 있는 홍상수와 김민희가 마침 오늘 사람들 입에 올랐다. 홍상수의 이혼신청이 기각되면서 둘의 사랑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게 됐다. 그간의 설왕설래와 무구한 사연들이 이번 선고로 한번에 덮일리 없겠지만 대한민국 법은 당사자들이 신실한 애정사라 주장하건 말건 위법이라고 결론지었다.


나는 이들 사랑의 진위가 궁금하지 않다. 맞은 편에 선 두 여인의 무너지는 억장은 각각 얼마나 깊을까 짐작조차 어렵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내게 관심 밖의 영역에서 살고 있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라면 지긋지긋할 만큼 들여다보며 살았다. 생각하는 순간 질리는 아이템, 연예계 뉴스들이 내게 그렇다.

그런 그렇고 생각보다 많은 남녀가 또래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동시대성을 초월한 관계에 매력을 느낀다. 생각해보자. 나는 없었나? 열 살 이상 차이나는 아저씨 또는 선생님('으르신')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애석하게도. 내게 으르신은 으르신일 뿐이었다. 앞으로는 더욱 그렇겠지. 내가 점점 으르신(aka 꼰대)이 돼갈테니. 끙.


여하간에-

요즘 이 공식에 어울릴만한 커플을 보았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녀가 서로에게 애착하는 관계, 그런 공식. 특정 조직에서 만난 두 사람. 나이 차이는 얼추 서른살 쯤 난다. 조직에서 남자는 수장이고 여자는 2년 전 입사한 까마득한 조직원이자 비서이면서 친구다. 애착관계의 뿌리가 함께 보낸 시간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두 사람을 보면서 확인한다. 자신들은 자연스럽게, 남들 눈엔 부자연스럽게 그들은 ‘애착'이라는 이름의 견고한 성을 쌓는다.


감춰지지 않는, 비밀스럽게 태연한 세계에서 역동적인 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 쪽이다. 유별나다 싶을 만큼 소유욕과 주인의식을 발동하는 까닭에 몇몇 말많은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빌미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명분은 충분하다. 여자의 직분은 남자의 사업과 관련된 모든 스케줄을 관리하는 초근접 의전이 기본이다.

그러나 그렇다해도 여자는 의전 이상의 관리를 한다. 남자 옆에 누구도 가까이 올 수 없도록, 기꺼이 남자의 필터가 되어, 남자의 인간적(또는 이성적) 관심과 헌신이 온전히 자신에게만 향할수 있게 안테나를 세운다. 이런 마음을 먹는 사람은 세상의 이분법이 통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이분법의 세계가 익숙하지 않다.여자에겐 남자와 자기자신 둘 만의 세계가 가장 안전하다.


두 사람을 포함해 여럿이서 ‘인생의 현재성’에 대한 주제로 허물없는 대화가 오간 자리. 누군가 남자에게 물었다. 살아온 인생에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느냐고.

남자가 대답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오늘의 평화로움 말고는 과거의 영광, 환희 같은 건 중요하지 않더군요.

순간 나는 두 사람의 시선이 햇살 창창한 유월 하늘 아래 눈부신 포말처럼 얽혔다가 부서지는 걸 보았다.

그것의 이름을 뭐라고 지을 수 있을까. 사랑이라기엔 음침하고, 헌신이라기엔 통속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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