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랑과 반다비가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본 내 소회

by 이수댁

2018년 4월 27일 금요일 오전 9시 30분, 남북 정상들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그 순간을 생중계로 지켜보겠다며 휴가를 낸 친구도 있었다. 회사에서도 모여서 회담의 시작 부분을 같이 시청하는 부서도 있었다. 강당에 모여서 큰 스크린 화면으로 다같이 생중계를 보면 좋으련만. 나도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생중계를 들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눈으로 보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믿기 어려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나누는 두 정상들, 뒤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군사 분계선을 넘으며 차례로 북한과 남한을 오가는 장면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아니었을까? 코끝이 찡해지며 감격스러운 한편, 이런 순간이 오기까지 왜 이리 오래 걸렸는지 허무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쉬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녹화 방송이 아닌 생중계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늘 굳어있는 표정을하고 핵실험으로 주변국을 위협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박혀있는데 빵 터지는 모습, 걷다가 숨이 찬 모습, 농담을 하는 모습이 생경했다. 솔직담백하고 개방적이고, 유머를 겸비한 모습에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보는 시간이었다.


‘목소리는 저렇구나...우리와 같은 사람이네...?’


언론에서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주로 접하다가 인간적인 면모를 보니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북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을까?

SNS에서는 저마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수많은 게시글이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퇴근 후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으니 을지로 평래옥에서 먹은 닭무침과 막걸리, 초계국수 생각이 났다.

역사적인 하루를 기념하고자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을 올렸다.

‘한반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분다. 내 마음도 부푼다. 주말에 또 가볼까...? 평양랭면 먹으러!’

남북정상회담 하루 전날, 근처에 볼 일이 있어 들른 평래옥은 평양음식 맛집이어서 근처 직장인들도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먹는 풍경이었다. 예전에 평양냉면을 먹어봤을 때 슴슴한 맛에 몇 숟가락 먹다가 대부분 남긴 기억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입맛이 바뀌나보다. 배불리 먹은 후 다음날 또 먹고 싶게 될 줄이야!

나 뿐만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차려진 옥류관 평양냉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평양냉면을 찾았다고 한다. 심지어 마트에도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코너가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도 평양음식과 함흥음식이 대중화되고, 더 나아가 북한 맛집을 탐방하는 날도 오게될까? 평래옥에서 이북이 고향인 듯한 백발의 할머니께서 혼자 오셔서 조용히 평양냉면 한 그릇을 비우시는 모습이 떠올랐다. 음식으로 조용히 그리움을 달래는 할머니께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지켜보셨을까?

한편, 만찬장에서 북측 마술사가 카드 마술쇼를 펼쳐 큰 인기를 끌었다. 마술사는 북측의 한명, 남측의 한명을 지정하여 카드 위에 ‘평화’와 ‘통일’이라고 적게 했다. 카드뭉치를 쫙 펼치자 글씨가 적힌 두 장의 카드만 보였고, 다시 카드를 모았다 펼치자 평화, 통일이라고 적힌 카드가 합쳐져 한 장만 남았다. 이를 본 남북정상은 환하게 웃으며 박수쳤다. 카드는 통일을 위해 더욱 노력해 달라는 의미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보관하기로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뉴스에서 보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통해 평화협정을 이끌어 낸 이번 회담은 신기한 마술쇼처럼 두 눈을 씻고 다시 보아도 믿기 어려웠다. 차라리 기적에 가까웠다. 전쟁을 멈추고, 핵이 없는 한반도를 만든다는 소식에 전 세계 사람들도 이목을 집중하고, 환호했다.


하지만 그 어떤 약속도 실천 없이 사라져버린다면 실망감과 불신이 커질 것이다. 굳은 의지와 민첩한 실행력으로 남북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위해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비무장지대가 더이상 분단이 아닌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덧.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닮았다는 패러디 사진이 등장했다. 남북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출마한 것이 남북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 촉매제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가 수호랑과 반다비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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